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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여자농구팀 청운동 체육관 떠나

중앙일보

입력

14일 현대 여자농구팀이 청운동 체육관을 떠났다. 그리고 15일엔 신세계가 새 주인이 되어 들어온다.

짐을 정리하는 현대 선수.구단 관계자들 틈에서 땀을 흘리는 정덕화 감독의 눈은 붉게 충혈됐다. "팀의 정신적인 기둥인 김윤규 사장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며 정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자금난으로 청운동 체육관은 이미 지난 1월 신세계 손으로 넘어갔다. 매각대금은 70억원 (추정) .

지난 9일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현대의 라커룸은 눈물바다였다. 전력의 열세를 딛고 5차전까지 버텼고, 경기 종료 직전까지 리드하다 막판 역전을 당한 아픔에다 이제는 체육관까지 내주고 떠나야 하는 설움이 겹친 것이다.

청운동 체육관은 지난 1986년 창단한 현대 여자농구팀의 상징이다. 농구 사랑이 각별했던 고 정주영 회장은 틈만 나면 자택에서 가까운 이곳에 들러 선수들을 격려했다. 김혜연.김금자.서경화.최유정.김은영.전주원 같은 스타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아직은 갈곳도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은 북수원에 있는 SK케미칼 체육관을 섭외 중이다.

체육관을 접수한 신세계측도 떠나는 현대의 입장을 고려해 자못 조심스런 태도다. 특히 신세계를 여자농구 정상의 팀으로 이끈 이문규 감독은 감회가 새롭다.

남자실업농구 현대에서 90년 은퇴한 이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이곳에서 시작했다. 당시엔 현대산업개발 코치였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일년에 한두번만 집에 들어가면서 정열을 불태웠다.

93년 현대를 떠나며 "다시는 돌아보지도 않겠다" 던 이감독은 이제 운명의 손에 이끌려 청운동으로 돌아왔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일 뿐" 이라고 담담한 표정을 짓지만 현대 식구들이 모두 떠난 15일에야 체육관 문턱을 넘었다.

문병주 기자 <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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