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엔」대책 현실화의 방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연례적인 축제와도 같았던 대「유엔」외교는「유엔」자체가 한국문제를 연례적으로 소화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마침내 현실화에의 지보를 닦게 되었다.
어제 20일, 이 외무는 기자회견을 통하여 국제정세가 유리할 때에 한하여 한국문제를「유엔」에 상정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말하자면 연내로 누구에 의해서든지 틀잡혀져야 했던 문제, 즉 관례적「유엔」정책의 전환이라는 문제에 언급한 그는 그 현실적 타당성의 근거를 다음과 같이 열거하였다. (1)유동적 국제정세아래서 한국문제의 연례적 자동상정은 실효가 없다 (2)정책전환을 위한 미국의 종용 (3)「스튜어트」영외상의 권고 (4)한국문제의 20차 총회상정 전망의 불투명 (5)이로 인한 국민의 충격을 사전에 제어해야겠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렇듯 우리의 외교가 현실적인 국제적 유동성을 정면으로부터 받아 들여야 하겠다는 그에 있어서도『한국문제를「유엔」테두리안에서 다룬다는 정부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우리외교가 당면하고 있는 저간의 고민을 능히 엿 볼수가 있다.
사실, 우리의 대「유엔」외교라는 것은 우리외교의 가장 기축적인 것이 있으며 동시에 그것이 곧 우리의 가장 근저적인 국내문제이었던 점에 있어서 지극히「델리키트」한 특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우리의 역사적 상황들이 특이 하였었다는 데서도 오는 것이기도 하였고, 우리정치가 한결같이 이 문제에 처하는 태도에 있어서 이미 설정돼 있었던 신화적 후광을 무반성하게 방치내지 조장해 왔던 때문이었다.
따라서「유엔」자체가 질·양 양면에 걸쳐 묵직한 변화속에 파묻히고 한국문제의 진전없는 연례상정이 거듭됨에 따라 권태롭고 공허한 것으로 느껴지게 됨으로써 한국문제에 대한 관심이나 투표의 성향이 대단히 불안스럽게 유동하는 마당에 있어서도 우리의「유엔」정책은 항상 신축성을 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국문제의「유엔」상정이라는 것이 산출의 경위에 있어서는 물론이려니와 그뒤에도 줄곧 미국이 중심으로 된 하나의 행사이었던 점으로 비추어 본다면 오늘 46년에서 54년에 걸쳐 압도적으로 행사되었던 미국의 대「유엔」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현실이 심각한 반성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 도리는 없는 것이다.
이외무가 새삼스럽게 일종의 용기마저 필요로 하는 대「유엔」정책의 반성을 제기한 배경에는 대체로 이러한 현실적 요청들이 도사려 있었던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염려하는 바는 혹 준비없는 정책전환이 도리어 우리외교의 중대한 후퇴를 의미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부터 우리외교는 기왕의 수세로부터 선택된 공 세로 나가자는 것일 진대 거기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폭넓고 탄력있는 정책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또한 지속적 노력의 결집이 요긴하다. 앞에서도 지적한대로「유엔」자체가 우리문제를 연례적으로 다루지 않으려 하게 됨으로써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유엔」외교의 연례행사 경향을 지양하려는 지금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그 공간을 메우는 강력하고 중점적인 외교활동의 지속적 전개가 긴급한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현실에 바로 발을 붙인다하여도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산모는「유엔」이요, 우리의 국가적 위신은 상금 그것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잊을 수가 없겠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