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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태동의 저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민중당 주류인 온건파의 원내 복귀선언은 강경파의 신당작업을 표면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윤보선씨로 대표되는 민중당 내 강경파는 10월말 자파만의 민중당 대의원 대회를 열어 온건파 민중당과 결별을 선언하고 재야세력을 규합한 신당 창단에 나설 방침이다.
이 신당은 한·일 협정을 둘러싼 야당가의 파동 속에서 태동되었다. 따라서 표면상으로는 한·일 문제가 민중당과 새로이 생성될 강경파 신당을 갈라놓은 제일의「이슈」가 되고있다.
민중당 안의 강경파는 박순천 체제의 민중당이 한·일 협정을 정하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신당은 한·일 조약의 비준무효화 투쟁에 제 1목표를 설정하고 한·일 조약을 매국적인 것으로 단정하는 광범한 재야세력을 규합한다는 것이다.
한·일 조약의 한사 반대를 내세운 세력은 민중당의 강경파와「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위」 및 학계·종교계·일부 예비역 장성 등 재야세력이 주동이 된「조국 수호협의회」였다. 지난 7월 강경파가 한·일 조약의 비준저지를 위해 민중당 해체를 주장하고 온건파가 의원사직 이상의 것을 반대하여 대립된 가운데 강경 야당의 구도가 싹텄다.
그러나 비준파동 다음에 온 위수령의 열풍 속에서「조국 수호협의회」가 된서리를 맞고 나자 이 구상은 움츠러들고 민중당 안의 갈등만이 파문을 넓혀 갔으며, 지난 8월말 온건파 지도층이 의원사직이 오도된 당 노선의 결과였다고 단정, 원내복귀로 기운 것은 강·온 양파의 분수령이 되었다.
민중당 안의 강경파는「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위」이외에 온건파 숙당을 내걸고 민중당 정화동지회란 당 중 당을 결성, 때가 오면 신당으로 발족할 속셈으로 지방조직을 넓혀왔다. 이 대립의 틈바구니에서 당 주류인 민주계 일부 원외세력은 분당을 막기 위해 당 수습에 나셨으나 강·온 양파의 타협에 실패하고 당의 합동회의가 원내 복귀원칙을 선언하자 민중당을 이탈, 민주 구락부를 따로 만들었다.
이리하여 신당세력은 민중당 정화동지회, 민주구락부, 조국수호 협의회의 세 갈래로 번졌다. 민중당 정화동지회는 윤보선·서민호·윤제술·김재광씨 등 탈당한 전 국회의원들에 의해 영도되는 것으로서 김용성·이종남·김수한씨 등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온건파 숙당이란 당내 투쟁을 통해 온건파를 친여 세력으로 규탄, 신당발기의「무드」를 성숙시키는 것을 당면 과제로 하고 있다.
「민주구락부」는 이재형씨의 뒷받침을 받는 민주계 일각으로 이춘기·윤명운·김기철·박제환·황호영·배성기·성태경씨 등이 주축이다. 이들은 강·온 양파에 대해 꼭 같이 비판적이면서도 한·일 조약을 긍정할 수 없다는 원칙에서 강경의 편에 서 있으며, 곧 지방조직에 착수한 뒤 신당문제는 좀더 두고 본다는 태도이다.
「조국수호 협의회」는 예비역 장성인 김홍일·김재춘·박원빈씨 등의 구속으로 표면활동이 좌절되었다. 그러나 학생「데모」의 책임을 지워 밀려난 학계인사 및 종교계의 인사는 신당 구상에서「값진 얼굴」로 비중을 지니고 있다.
더우기 대일 굴욕외교 반대 투위에 참여하고 있는 임철호씨 등은 비 정당인을 대거 포섭, 신당의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 아래 폭 넓은 재야 인사접촉을 계속 하고 있다. 민중당 정화동지회 안의 정해영씨 세력이 구 자유당계와 연결되고 있어 구 자유당은 강경파의 주축이 될 가능성도 있다.
크게 보아 세 갈래인 신당세력 안의 핵심인물들은 횡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이재형씨와 윤제술·서민호씨와 학계 인사, 정해영씨를 다리로 하는 윤보선씨와 임철호씨 등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신당은 구 정치세력을 중추로 하지 않고 새 얼굴을 이념과 정책 속에 결합하는 것을 이념으로 하고 있으며, 파벌지양을 위한 제도상의 규정, 집단지도체제「섀도·캐비니트」하향식 조직 등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하나로 뭉쳐지기에는 험준한 계곡이 너무나 많이 가로 놓여 있는 것 같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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