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사형제 폐지 권고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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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인권위원회가 28일 사형제 폐지를 정부에 권고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인권위는 이날 전원위원회를 열어 사형제도 개선에 관한 안건을 논의한 결과 위원 10명 중 9명이 폐지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회의에서 ▶아무런 조건 없는 사형제 폐지 ▶가석방 없는 사형제 폐지 ▶폐지하되 평화시에는 폐지하고 전쟁시에는 존치 ▶사형제 적용 법률 축소 ▶사형제 유지 등 5개 안건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논의 과정에서 사형제 폐지에는 대체로 뜻이 모아졌지만 사형제 대신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제 도입 등에는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9명의 위원은 생명권 보장.양심의 자유 등을 사형제 폐지 권고의 근거로 제시했으나 김호준 상임위원은 "김대중 정부 이후 실제로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는 만큼 국민의 법감정을 고려해 폐지할 필요는 없다"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인권위가 공식 권고안을 낼 경우 사법부 외의 국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사형제 존폐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사형제 폐지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사형제 폐지가 '형벌 등가(等價)비례의 원칙'에 위배되고, 다수의 국민이 사형제 존치에 찬성한다"며 사형제 유지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1997년 12월 23명의 사형집행이 이뤄진 뒤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집행된 적이 없다. 현재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기결수는 59명이다.

한편 전원위원회는 인권위의 최고 의결기구로 위원장과 상임.비상임 위원 10인 등 총 11명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날 회의는 최영도 위원장이 최근 사임해 10명으로 진행됐다. 인권위는 당초 이날 사형제 폐지에 대한 권고 결정을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위원장이 공석이라는 점을 이유로 다음달 6일 열리는 임시 전원위원회로 권고 결정 발표를 미뤘다.

인권위가 사형제 폐지에 관한 안건을 검토하게 된 것은 2003년 인권위가 정부에 제출한 10대 인권 현안 과제에 사형제 개선 방안이 포함돼 있고, 유엔 인권이사회가 사형 범죄의 축소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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