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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시장 북적 …‘고가낙찰’ 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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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최근 서울·수도권 경매에 입찰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경매법정.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고양지원 경매5계 법정. 부동산 입찰을 위해 200명 이상이 법정을 가득 메웠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건에 입찰한 응찰자는 모두 170여명이 넘었다. 특히 일산 동구 장항동 호수마을 50㎡형(이하 전용면적)에는 33명이 응찰했다. 감정가(2억1000만원)의 70%인 1억4700만원을 최저가로 경매가 시작되자 경쟁적으로 사람들이 몰려 2억213만원에 입찰한 이모씨에게 낙찰됐다. 지지옥션 하유정 연구원은 “경매 법원별로 100여명 정도 참여하는 게 일반적인 데 요즘은 200명씩 몰리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이달 25일 현재 서울·수도권 경매시장에 몰린 입찰자수는 모두 4363명으로 올 월 평균 응찰자수(4304명)를 넘었다. .

 경매시장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일부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상승하기도 한다.  지난 19일 서울북부지법에서 처리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정암아파트 85㎡형 경매 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감정가 2억8000만원인 이 아파트는 두 차례 유찰돼 경매 시작가가 1억7920만원이었다. 하지만 응찰자가 10명이나 몰리면서 낙찰가는 2억2400만원(낙찰가율 80%)까지 상승했다.

 경매시장에 이렇게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일부에선 집값이 반등하기 위한 전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자들이 지금 시장을 바닥으로 보고 내 집 마련에 나섰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전문가들은 경매시장에 응찰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주택시장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한다. 개별적인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 낙찰가율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74.1%에 불과하다. 10월(74.9%)보다 소폭 떨어졌고, 4월(77.2%) 보다는 3.1%포인트 떨어졌다. 경매업계에서 부동산 물건의 낙찰가율이 80% 미만이면 ‘시장 침체’ 상황으로 본다. 응찰자들이 감정가와 비교해 대부분 30% 정도 낮게 입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매에 응찰자는 많은데 낙찰가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요즘 경매시장에 주류가 실수요자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법무법인 메리트 박미옥 경매본부장은 “나중에 집값이 오를 것을 기대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베팅’을 할 수 있지만 실수요자는 시세보다 싸게 사려는 목적으로 경매시장을 두드린 만큼 시중 급매물 동향을 철저히 조사한 이후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쓰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시세 하락속도가 빠른 것도 낙찰가율이 낮은 원인으로 꼽힌다. 매매시장에서 며칠 사이에도 급매물이 새로 생기는 상황이므로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시세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감정가는 경매시장에 나오기 보통 5~6개월 전에 감정평가회사에서 산정한 가격입니다. 응찰자가 시중 급매물 기준으로 입찰가 기준을 정하다 보니 낙찰가율이 낮다는 것이다. 따라서 응찰자가 늘어난 것은 시장 회복 기대감이 아니라 시중 급매물 보다 더 싸게 사려는 실수요자가 꾸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매매시장 급매물 동향을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입찰하고 있어 집값 반등의 동력이 되기 부족하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경매시장에 응찰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고가낙찰’이라 조언한다. 매매시장이 하도 빠르게 급변하고 있어 감정가보다 싸게 샀다고 좋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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