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1등급 표준점수 6점 상승, 언어는 6점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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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오른쪽)과 김경성 수능채점위원장이 서울 세종로청사에서 올해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올 수능은 지난해 어려웠던 언어는 쉽게, 평이했던 외국어(영어)는 어렵게 나와 점수 변동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언어 127점, 수리 가(자연계) 139점, 수리 나(인문계) 142점, 외국어 141점이다. 언어는 지난해보다 10점 낮아졌고 외국어는 11점 올랐다. 수리 가는 지난해와 같았고 수리 나는 4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개인 성적이 평균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낸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올라가고 반대이면 내려간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등급컷)는 언어 125점, 수리 가 132점, 수리 나 136점, 외국어 134점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언어는 6점 떨어졌고 외국어는 6점 올랐다. 쉽게 출제된 언어는 만점과 1등급컷이 2점, 1등급과 2등급(122점)이 3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문항 배점이 1·2·3점인 언어는 3점짜리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 된다.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자연계열 104명, 인문계열 288명으로 지난해(25명·146명)보다 늘었다. 만점자 비율은 언어(2.36%)가 가장 높았다. 김종우(서울 성수고 교사) 진로진학교사협의회장은 “수시에 거의 합격해 놓고도 언어 최저학력 기준을 못 맞춰 떨어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 가 만점자(0.76%)는 지난해(0.31%)보다 2배가량으로 증가했고 수리 나(0.98%)는 전년(0.97%)과 비슷했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최상위권을 가르는 최고 난도의 문항을 출제하지 않아 만점자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2.67%) 역대 최다 만점자를 배출했던 외국어는 0.66%에 그쳤다. 사회·과학탐구 선택과목 간 난이도도 들쭉날쭉했다. 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8점(사탐), 12점(과탐) 벌어져 선택 과목 간 유불리 현상이 심했다. 윤리는 만점자가 3.15%인 반면 경제지리와 사회문화는 각각 0.15%, 0.33%에 그쳤다. 지구과학Ⅰ은 7.96%, 생물Ⅱ는 0.08%였다.

 ◆올해도 난이도 널뛰기

정부의 ‘만점자 1%’ 방침은 이번에도 어긋나 냉·온탕을 오락가락했다. 언어는 만점자 비율이 지난해(0.28%)보다 8.4배나 늘었다. 외국어 만점자는 지난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일각에선 정부가 무리하게 ‘만점자 1%’ 방침을 발표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였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김경성(서울교대 교수) 수능채점위원장은 27일 "만점자 비율이 0.1% 안 되는 게 과거의 경향이었다”며 “(만점자 1%는) 수능을 쉽게 내겠다는 뜻이지 정확히 수치를 맞추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만점자 1%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해 2월 발표했다. ‘EBS 연계 70%’로 ‘쉬운 수능’을 예고했던 2011학년도 시험이 결과적으로 ‘불수능’(만점자 비율 언어 0.06%, 수리가 0.02%)이 된 것이 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도 1%를 못 지켰다. 특히 외국어는 만점자가 1만7049명에 달해 변별력 문제가 제기됐다. 고교생 자녀를 둔 전수영(47)씨는 “해마다 난이도가 오락가락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수능부터는 만점자 1% 방침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영역별로 현 수능 수준의 B형과 이보다 쉬운 A형으로 나눠 출제되기 때문이다. 성태제 교육과정평가원장은 “두 유형에 응시하는 모집단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만점자 비율을 수치로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천인성·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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