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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서성환 태평양회장 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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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화장품 회사인 태평양의 창립자 장원(粧源)서성환(徐成煥)회장이 9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고대구로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80세.

고인은 60년 가까이 국내 화장품 산업의 대표격인 태평양을 이끌어온 화장품업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45년 9월 국내 첫 화장품 제조회사인 태평양화학공업을 창립했으며 78년부터 태평양 회장을 맡았다.

한독약품 김신권(81)회장은 고인을 가리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金회장은 "그는 48년 월남해 서울에서 아내와 단둘이 화장품 장사를 시작한 이후 온갖 어려움을 딛고 현재의 태평양을 키워냈다"고 회상했다.

고인의 평소 기업철학은 '소비자를 속이지 말고 소비자에게 더 큰 이익을 주라'는 것. 이에 따라 58년 국내 최초의 사외보이자 여성 교양지인 '화장계'를 발간했으며 소비자 대상 미용 강좌.마사지 서비스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가 시작한 차(茶)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또 하나의 사례. 차사업을 시작한 70년대엔 녹차를 마시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20년 이상 꾸준한 투자로 녹차사업도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창업 초기부터 고인과 함께 했던 신동관(80)전 태평양 사장은 "고인은 우리 전통 차문화를 활성화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차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해도 평산 출신인 고인은 61년 국학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74년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다. 66년부터 83년까지 대한화장품공업협 회장을 맡았고, 상장사협의회장.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대한농구협회장으로 활동했다. 은탑산업훈장(74년).한국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84년). 국민훈장 모란장(90년)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금주(邊金周) 여사와 장남인 서영배(徐榮培) 태평양 개발 회장 등 2남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한남동 자택이며, 발인은 13일. 02-709-5201.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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