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플] “MS와도 경쟁”…오픈AI, ‘기업용 챗GPT’로 350조 시장 정조준

    [팩플] “MS와도 경쟁”…오픈AI, ‘기업용 챗GPT’로 350조 시장 정조준

    오픈AI가 ‘기업용 챗GPT’로 최대 투자사이자 동맹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정면 대결한다. 350조원 규모의 기업용 인공지능(AI) 시장으로 진출해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열린 K-Startups meet OpenAI 행사에서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스타트업과 글로벌 AL 기업간 협업 등에 대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28일(현지시간) 기업용 AI 챗봇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오픈AI의 최신 LLM(거대언어모델)인 GPT-4를 기반으로 만든 것. 일반 소비자가 구독하는 유료 챗GPT와 비교하면 최대 2배 빠르게 구동된다. 직원들의 챗GPT 사용을 관리할 수 있는 관리자 페이지가 별도 제공되며, ‘어드밴스드 데이터 분석’을 무제한으로 쓸 수도 있다. 어드밴스드 데이터 분석은 업로드한 파일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분석하고, 차트를 만드는 등 부가 작업을 할 수 있는 도구다. 엔터프라이즈 버전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 캔바, 칼라일, 에스티로더 컴퍼니,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이 초기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보안 우려에 대해 오픈AI는 “기업 데이터나 대화를 (GPT)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모든 대화는 암호화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오픈AI는 챗GPT 엔터프라이즈 외에 소규모 팀을 위한 ‘챗GPT 비즈니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  이게 왜 중요해   ① ‘동맹’ MS와 따로 가나: 오픈AI는 그동안 MS와 협력해 기업용 시장에 진출했지만, 이번에 엔터프라이즈 제품을 출시하며 사실상 MS와 경쟁하게 됐다. MS는 올해 초 오픈AI에 10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49%를 확보했다. 지난 달 MS는 오픈AI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용 상품 ‘빙 챗 엔터프라이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에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개발하는 동안 MS와 논의했는지를 묻자 밝히기 거부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브래드 라이트캡은 “오픈AI와 MS는 독립적인 회사”라며 MS와 선을 그었다.   ②기업용 AI 경쟁 본격화: 내부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쓰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이를 겨냥한 기술 기업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VM웨어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AI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캐나다의 LLM 스타트업 코히어도 기업용 챗봇 ‘코랄’을 지난달 출시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기업용 AI 시장 규모는 지난해 70억 달러(약 9조 2600억원)에서 2032년 2700억 달러(약 357조 21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  기업 시장 공략, 이유는   오픈AI는 최근 기업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지난 22일엔 챗GPT에 적용된 ‘GPT-3.5 터보’의 파인튜닝(미세조정) 서비스도 내놓았다. 사전 학습(프리 트레이닝)된 AI 모델에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기업들이 사전 학습된 AI 모델에 사내에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맞춤형 모델을 만들 수 있다.   오픈AI가 기업용 AI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수익 탓이다. 챗GPT 운영비는 하루 70만 달러(약 9억 3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개인 사용자에겐 ‘챗GPT 플러스’(월 20달러)로 구독료를, 기업들로부턴 GPT 모델의 API 제공 비용을 받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운영비와 투자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미국의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매출 2800만 달러(약 375억원)를 기록했지만, 그 19배에 달하는 5억4000만 달러(약 72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MS와의 동맹에 금이 갈 우려를 감수하고 기업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다.    ━  한국은 어때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생성형 AI 시대, 모두를 위한 기술 경쟁력’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이를 기반으로 한 '클로바X', '큐(CUE):'가 소개됐다. 2023.8.24/뉴스1 국내 IT 기업들도 기업용 AI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4일 새로운 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후, 기업용 생성 AI 플랫폼 ‘프로젝트 커넥트X’를 준비하고 있다. 문서 작성부터 코딩까지 기업 내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하반기 사내 테스트를 거친 뒤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 16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용 LLM인 ‘바르코’를 공개했다. 삼성SDS도 개발 중인 기업용 생성 AI 서비스를 내달 내놓기로 했다. 관련기사 [팩플] AI 대중화·수익화 나선 네이버…'생태계' 키우고 '환각'도 해결할까 "기업 맞춤용 챗GPT 쓰세요" 오픈AI 급하게 만든 이 숫자 [팩플] [팩플] 엔씨도 한다, 거대 AI…국내 6번째 자체 개발, 돌파구 될까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8.29 17:33

  • [팩플] 韓사투리 강하지만 수학엔 오답…클로바X, 11월 기능 고도화

    [팩플] 韓사투리 강하지만 수학엔 오답…클로바X, 11월 기능 고도화

    ‘한국형 챗GPT’로 기대를 모은 네이버의 대화형 인공지능(AI) ‘클로바X’가 오는 11월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기능을 고도화한다. 지난 24일 공개된 클로바X를 실제로 써보니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한 맥락을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최신 정보와 수학 능력에는 약한 경향을 보였다. 고도화 후에는 이런 약점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연 네이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에서 ‘생성형 AI 시대, 모두를 위한 기술 경쟁력’의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는 네이버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 이를 기반으로 한 '클로바X', '큐(CUE):'가 소개됐다. 뉴스1.    ━  무슨 일이야   27일 네이버는 올해 11월 클로바X에 대한 성능 개선 등 순차적인 기능 고도화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클로바X는 네이버가 지난 24일 발표한 LLM(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대화형 챗봇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네이버가 세계 3번째로 공개한 LLM인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클로바X에 구체적으로 어떤 기능이 더 들어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용자 피드백을 받아 기능을 고도화해서 11월 업데이트를 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클로바X는 베타(테스트용) 서비스 중이다. 3시간에 질문 30개로 제한되어 있다. 가입이 쇄도하다보니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대기 등록을 해야한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와 클로바X를 공개한 당일(24일) 주가가 전일 대비 6.26% 상승했지만, 다음 날(25일)에는 8% 가까이 급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다. 클로바X가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다보니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클로바X의 정식 서비스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  클로바X, 뭘 잘하니   네이버가 내세운 하이퍼클로바X의 차별점은 한국에 특화된 정보를 잘 알고 있다는 점. 우선 한국의 사투리에 강했다. 기자가 “‘뭐 뭇나’가 무슨 뜻이야”라고 묻자 클로바X는 “‘뭐 뭇나?’는 경상도 사투리로 ‘무엇을 먹었느냐?’라는 뜻이다”고 옳게 설명했다. 반면 GPT4 버전의 챗GPT는 “‘뭐 뭇나?’는 표준 한국어에서는 흔히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무엇이야?’ 또는 ‘무슨 일이야?’ 정도의 뜻이 될 수 있다”며 틀린 설명을 내놨다. 클로바X 캡처.   지역 정보에도 강했다. 클로바X에 광화문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실제 존재하는 광화문 근처 식당 10곳을 추천해줬다. 클로바X와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능인 ‘스킬’을 켜고 다시 추천해달라고 하니 맛집 소개뿐만 아니라 네이버지도 링크까지 연결했다. 클로바X 캡처.    ━  클로바X, 아직 부족한 점은   클로바X에도 LLM의 고질적인 문제인 최신 정보 미반영,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 나타났다. 클로바X에 “일본 오염수 방류는 언제 시작됐냐”고 묻자 이달 초의 언론 보도를 링크로 같이 제공하며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133만톤 가량의 오염수를 2023년 8월 하순 바다에 방류하는 방안을 조정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답했다. 일본 오염수는 이미 24일부터 방류가 시작했다. 시청역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지하철 경로를 묻는 질문에서도 이동 역의 수, 소요 시간을 틀리게 제공했다. 네이버지도에 따르면 21개 역을 이동해 총 41분이 걸리는 경로였지만 클로바X는 5개 역을 이동해 약 17분이 소요된다고 했다. 클로바X 캡처.   수학도 어려워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확률과 통계 24번 문제를 풀어보게 시켰더니 오답을 내놨다. 반면 챗GPT는 정답(150)을 맞췄다.   클로바X 캡처.  ━  앞으로는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와 클로바X에 이은 생성 AI 서비스를 하반기 내내 공개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검색과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생성 AI 검색 ‘큐:(Cue:)’를 베타 출시한다. 같은 달 콘텐트 제작 툴 ‘스마트에디터’에도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다. AI 앱 개발 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서비스를 이달에 일부 기업에 공개한 뒤, 10월 공식 출시한다. 관련기사 [팩플] AI 대중화·수익화 나선 네이버…'생태계' 키우고 '환각'도 해결할까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8.27 16:15

  • [팩플] AI 대중화·수익화 나선 네이버…'생태계' 키우고 '환각'도 해결할까

    [팩플] AI 대중화·수익화 나선 네이버…'생태계' 키우고 '환각'도 해결할까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팀네이버 컨퍼런스 단23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검색→모바일→이커머스로 이어진 네이버의 성장엔진 바통을 생성 인공지능(AI)이 넘겨받을 수 있을까. 네이버가 최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네이버 서비스 전반을 하이퍼클로바X와 연결하는 동시에 각 기업에 최적화한 기업향(向) 서비스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  무슨 일이야   네이버는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팀 네이버 콘퍼런스 단23’을 열고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다.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네이버가 세계 3번째로 공개한 LLM인 하이퍼클로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만들기 위해 최근 5년간 AI 분야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다양한 서비스로 창작자·사업자·광고주·파트너를 연결하고 이들이 성장해 다시 플랫폼 성장을 이끄는 위닝루프(winning loop, 승리의 선순환)가 우리의 성공 공식”이라며 “이 루프에 하이퍼클로바X를 더해 성공 속도를 가속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네이버는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는 LLM의 핵심 노하우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매개변수는 생성 AI 훈련에 쓰인  성능 가늠자 중 하나인 오픈AI도 GPT-4 파라미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AI 기술 총괄은 “내부 평가에서 GPT-3.5보다 하이퍼클로바X의 답변 적합도가 75% 높았다”라고 말했다.    ━  이게 왜 중요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주도한 LLM 개발 경쟁은 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과시하는 단계를 지나, 개발한 LLM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 묻는 단계로 이행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AI의 챗GPT를 자사 검색엔진 ‘빙’에 도입하고, 구글이 AI 챗봇 바드로 반격에 나선 것도 연장 선상의 일. 하이퍼클로바X와 함께 네이버가 공개한 여러 생성 AI 서비스는 이 질문에 대한 네이버의 답이다.   김영옥 기자  ━  생성 AI의 대중화, B2C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LLM 하이퍼클로바X 기반 서비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대화 서비스부터 사무용 도구까지 하이퍼클로바X의 다양한 쓸모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4시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클로바X’는 챗GPT 같은 대화형 AI 서비스다. ‘맞춤형 식단 구독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투자 제안서 초안을 써주세요’라고 입력하면 서비스 소개부터 특징과 장점, 시장 분석, 예상 수익 등의 항목으로 나눠 투자 제안서 초안을 만들어주는 식이다.   클로바X는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의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연동하는 ‘스킬’을 통해 생태계 확장을 노린다. 이용자가 클로바X에서 쏘카, 배민, 컬리, 야놀자 서비스를  불러다 쓸 수 있는 것. 예컨대 ‘아이와 함께 타기 좋은 렌터카 추천해줘’ 하면 쏘카의 렌터카 중 적합한 차종 정보를 보여주고 예약까지 연결된다. 네이버가 이같은 생태계를 어디까지 넓히느냐에 따라 AI 플랫폼으로서 네이버의 영향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1월부터 네이버 통합 검색에 순차 적용될 큐(QUE)는 복잡한 질문도 이해하는 검색 서비스다. 이용자가 ‘주말에 분당에서 브런치 하기 좋은 테라스 있는 식당 찾아줘’라 질문하면, 네이버 플레이스 정보를 통해 적당한 식당을 추천하고, 각 식당 이미지, 리뷰, 영업시간 등 정보를 보기좋게 편집해 제공하는 식이다. 최 대표는 “너무 많은 선택지는 정보탐색과 선택을 어렵게 한다”며 “이런 경험과 과정을 혁신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네이버는 창작자·사업자들을 위해 글쓰기 도구 ‘클로바 포 라이팅’과 광고주를 위한 생성형 AI 기반 광고 상품 ‘클로바 포 애드’도 선보인다.   네이버가 24일 공개한 LLM 하이퍼클로바X 기반 서비스 큐. 사진 네이버  ━  생성 AI의 수익화, B2B   기업간 거래(B2B) 분야는 LLM을 통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네이버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커넥트X (Project CONNECT X)’는 생산성 도구다. 메신저, 메일 등 여러 경로로 오는 업무 지시를 AI가 통합해 실행 계획을 세워 보고서, 이메일 초안도 만들어준다. 성낙호 총괄은 “AI가 기업 환경에서 사용하는 문서나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오늘 해야 할 일을 자동으로 감지해 추천하고, 이메일 답장을 제안하는 등 업무 생산성을 눈에 띄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네이버 사내에서 쓰고 차후 다른 기업에 제공한다.   네이버는 기업용 AI 서비스로 ‘뉴로클라우드’도 내놨다. LLM을 자체 개발하기 어려운 기업들에게 하이퍼클로바X를 제공하고, 클라우드를 기업 내에 두는 방식으로 데이터 보안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컨테이너 한 상자 정도의 작은 크기의 AI 클라우드를 기업 내부에 설치한다”며 “기업 내부 데이터의 보안을 유지하면서 AI를 학습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네이버의 B2B AI 기술은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과의 AI 반도체 협업에 이미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관련 데이터를 하이퍼클로바X에 학습시키며 AI 반도체 고도화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LM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 DS 부문으로선 현재 자체 개발 중인 삼성전자의 생성 AI보다 이미 사업화 단계에 있는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를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이날 4시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클로바X에 중앙일보 팩플팀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하자 나온 화면. 팩플레터 이름이 팩플 weelky로 변경된 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맞는 결과를 보여줬다. 사진 네이버 캡처  ━  시장 반응은?   네이버 주가는 이날 하루 동안 6.25% 오를 만큼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LLM 모델들에서 제기된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오류는 하이퍼클로바X에도 남아 있다. 생성 AI 서비스가 허위 정보를 그럴싸한 사실처럼 답하는 기술적 오류다. 이에 대해 네이버 출처가 명확한 문서를 사용하는 기술들로 답변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설명한다. 김용범 네이버 서치US AI 기술 총괄은 “이런 자체 기술 탑재 후 환각 현상이 72% 감소했다”고 말했다. AI 학습용 콘텐트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우려 요소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 니케이 같은 해외 주요 언론사는 자사 사이트에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데이터 수집을 금지했다. 최수연 대표는 “고품질 데이터인 뉴스 콘텐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국제적으로도 첨예한 논란이 있어 명확히 답변하기 어렵다”며 “다만 기존 학습한 부분은 현행 법과 규제, 약관에 근거한 것이고, 앞으로 학습할 부분은 콘텐트 제공자들과 긴밀히 협의해 서로 윈윈이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24일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컨퍼런스 기자 간담회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에서 세번째) 등이 상세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에서부터 최재호 서치CIC 책임리더, 김용범 네이버 서치 US AI 기술총괄, 최 대표,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기술 총괄. 박민제 기자    ━  경쟁자들은?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도 현재 LLM을 고도화 작업 중이다. 2021년 말 한국어 특화 LLM인 코GPT를 선보였고 올해 안에 발전된 코GPT 2.0을 공개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은 지난달 전문가용 거대 AI '엑사원2.0'을 공개했다. SK텔레콤도 최근 미국 생성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1억 달러를 투자하며 통신사업에 특화된 LLM을 구축 중이다. KT도 ‘믿음’을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팩플] “지금은 네이버의 네 번째 전환점”…AI 공개 앞두고 출사표 쓴 네이버 [팩플] 엔씨도 한다, 거대 AI…국내 6번째 자체 개발, 돌파구 될까 [팩플] SKT, 앤트로픽에 1억불 투자해 다국어 LLM 개발…구글·네이버와 차별점은 AI 거짓말, 걸러낼 수 있을까…내년 총선, ‘가짜 뉴스’와의 전쟁박민제·여성국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3.08.24 17:02

  • "기업 맞춤용 챗GPT 쓰세요" 오픈AI 급하게 만든 이 숫자 [팩플]

    "기업 맞춤용 챗GPT 쓰세요" 오픈AI 급하게 만든 이 숫자 [팩플]

    오픈AI가 ‘맞춤형 챗GPT’를 만들 수 있는 기업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성장이 주춤한 오픈AI가 기업 대상 서비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챗GPT에 적용된 ‘GPT-3.5 터보’의 파인튜닝(미세조정)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파인튜닝이란 사전 학습(프리 트레이닝)된 AI 모델에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작업이다. 가령 의료 분야의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면 의료 전문 GPT가된다. 기업들도 사전 학습된 AI 모델에 사내에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맞춤형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 오픈AI는 올 가을 가장 최신 모델인 GPT-4의 파인튜닝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고, 비용은 기존 모델의 API 가격보다 5~10배 정도 비싸다.      ━  이게 왜 중요해   오픈AI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 사용자에겐 ‘챗GPT 플러스’(월 20달러)로 사용료를, 기업들로부턴 GPT 모델의 API를 가져다 쓰는 비용을 받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운영비와 투자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챗GPT 운영비는 하루 70만 달러(약 9억 3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매출 2800만 달러(약 375억원)를 냈지만, 그 19배에 달하는 5억4000만 달러(약 72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엔 오픈AI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의 IT매체 애널리틱스인디아매거진(AIM)은 지난 10일 오픈AI가 2024년 말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AIM은 사용자 수 감소,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 막대한 손실 규모를 들어 파산 가능성을 점쳤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챗GPT 웹사이트의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은 전달보다 9.6% 감소했다. 6월에 시작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 투자를 받으려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    이날 오픈AI의 기업용 챗GPT에 시장이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GPT-3.5의 성능이 좋긴 하지만,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오픈AI 쪽에) 업로드해야 하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며 “오픈AI 대신 메타의 ‘라마’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쓰려는 기업 수요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업스테이지 LLM팀 테크리더는 “보안 문제에서 안심할 수 없기에 금융권에서는 (오픈AI 모델을)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픈AI의 서버 환경에 따라 기업 서비스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라고 했다.    ━  韓기업도 기업용 시장 노린다   오픈AI 외에도 전 세계 IT 기업들이 기업용 AI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물론, 한국의 AI 기업들도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① 멀티 LLM으로 기업 공략하는 SKT: SK텔레콤은 23일 기업·공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멀티 LLM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면 SKT가 개발한 AI 에이닷뿐만 아니라 앤스로픽, 코난 등 SKT 투자사들의 LLM을 골라 쓸 수 있게 기업·공공기관에 서비스하겠다는 것. SK텔레콤 AI 서비스 '에이닷'용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 SK텔레콤   ② 기업 맞춤형 AI 선보이는 네이버: 네이버는 24일 기존 LLM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산업별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인튜닝 범위도 과감하게 넓힌다. 네이버 하정우 센터장은 “하이퍼클로바X 모델 전체를 새로운 데이터로 추가 학습시키는 ‘풀 파인튜닝’ 서비스를 추가해 기업 고객에 더 잘 맞는 AI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LLM 모델의 일부만 새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파인튜닝 했었다.     ━  더 알면 좋은 것   오픈소스 AI 모델을 주도하는 메타가 새로운 언어번역 AI를 내놨다. 메타는 22일(현지시간) 최대 100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심리스 M4T’를 공개했다. 100개 언어로 된 음성·텍스트를 AI가 인식하고, 이를 다른 언어의 음성·텍스트로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 AI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스레드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8.24 05:00

  • [팩플] “지금은 네이버의 네 번째 전환점”…AI 공개 앞두고 출사표 쓴 네이버

    [팩플] “지금은 네이버의 네 번째 전환점”…AI 공개 앞두고 출사표 쓴 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 사진 네이버   최신 AI 언어모델 공개까지 사흘 앞둔 네이버가 출사표를 먼저 내놨다. 오픈AI나 구글ㆍ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하는 생성 AI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네이버만의 강점을 찾겠다는 다짐이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와 빅테크의 공세 속에서 네이버가 기술 경쟁력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무슨 일이야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21일 ‘AI 시대 속 네이버의 경쟁력’이라는 제목의 최고경영자(CEO) 주주 서한을 통해 생성 AI 기술에 대한 네이버의 비전과 성장 전략을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최 대표가 주주 서한을 보낸 건 지난 5월 이후 두 번째다.    24일 네이버가 공개할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는 2021년 선보인 AI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네이버는 24일 서울 삼성동에서 콘퍼런스를 열고 하이퍼클로바X와 이를 기반으로한 대화형 에이전트 ‘클로바X’, 검색 서비스 ‘큐(Cue:)’ 등 소비자를 대상(B2C) AI 서비스를 대거 선보인다. 네이버는 한국어에 특화된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기존의 네이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도 출시하겠다고 밝혀왔다.   24일 공개되는 네이버의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사진 네이버  ━  이게 왜 중요해   ‘생성 AI가 태풍처럼 몰려오는데 네이버는 플랫폼 시대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 이번 주주 서한은 챗GPT가 쏘아올린 생성 AI 경쟁 국면에서 네이버가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주주 총회가 아닌 서비스 공개를 앞두고 주주 서한이 나온 것도 이례적이다. 도전에 직면한 네이버의 각오와 절박함이 엿보이기도.   ◦ 네이버의 기술력: 네이버가 2년 전 공개한 하이퍼클로바의 매개변수 규모는 오픈AI의 GPT-3(1750억 개)보다 많은 2040억 개. 하이퍼클로바X의 매개변수 규모는 이 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국어를 6500배(GPT 3.5 기준) 많이 학습했다”고 강조한다. 최근 3~4년 간 네이버가 밝힌 AI 투자 비용은 1조원 이상. 최 대표는 “기초 연구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연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 시장: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 AI 기술 경쟁은 이미 언어와 시장의 장벽을 넘은 지 오래다. 구글은 지난 5월 생성AI 챗봇 ‘바드’를 공개하며 영어 외에도 한국어, 일본어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바드를 업데이트해 영어·한국어·일본어 3종에 머물렀던 바드의 언어 종류를 46종으로 확대했다. 비(非)영어권 국가에 진출해 해당 국가의 정치 및 문화적 맥락에 맞는 AI 모델을 지원하겠다는 네이버와 구글은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이들 말고도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경쟁자들도 많다.  ━  네이버의 네 번째 파도   이날 서한에서 최 대표는 네이버의 성장을 이끈 네 번의 기술 전환점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과거 주요 전환기 때마다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과의 경쟁은 네이버의 존립에 있어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며 “숱한 위기에서도 네이버는 한층 더 견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인터넷 산업의 전환기를 검색(1999∼), 모바일 전환(2007∼), 전자상거래 vs. 소셜미디어(2014∼)로 분류하고 현재 생성AI로 네 번째 패러다임 변화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네이버는 그 어느 경쟁 플랫폼도 보유하지 못한 고품질의 광범위한 개인화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도 자신했다. 그 근거로 국내 검색어 점유율 1위, 국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도 서비스, 240만개의 오프라인 상점ㆍ식당에 대한 로컬 리뷰, 차별화한 콘텐트 소비(뉴스, 지식iN,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등), 15억개 이상의 상품과 11억개의 리뷰를 보유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월 1억건 이상의 결제 처리 건수를 들었다.    ━  B2B 공략하는 하이퍼클로바X   뉴로클라우드 Rack + 데이터센터 타입. 사진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네이버는 10월부터 B2B 시장 확대에도 나설 전망이다. 최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막대한 비용, 보안, 사내 리소스 등의 제약으로 인해 자체적인 AI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적은 샘플 데이터로도 AI를 쓸 수 있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업용 AI 솔루션 ‘클로바 스튜디오’를 10월에 출시하고, 생성 AI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에 보안을 제공하는 ‘뉴로클라우드’도 선보인다.   관련기사 [팩플] 네이버, 역대 최대 영업이익…AI에 승부건다 [팩플] 머스크도, 메타도 뛰어드는 생성 AI 전쟁...구글은 韓 시장에 '러브콜' 네이버, 출시 시간표까지 공개했다…생성 AI에 집중하는 이유 [팩플]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8.21 18:34

  • [팩플] SKT, 앤트로픽에 1억불 투자해 다국어 LLM 개발…구글·네이버와 차별점은

    [팩플] SKT, 앤트로픽에 1억불 투자해 다국어 LLM 개발…구글·네이버와 차별점은

    SK텔레콤이 미국 생성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과 손잡고 다국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를 낸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네이버 등 국내외 기술기업(IT)이 가세한 생성 인공지능(AI) 시장에서 SK텔레콤이 추격의 불을 당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무슨 일이야    SK텔레콤은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하고 AI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오픈 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설립한 앤트로픽은 오픈 AI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스타트업 중 하나다. 지난 5월에는 구글, 세일즈포스 등으로부터 4억5000만달러(약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앞서 지난 5월 앤트로픽에 시리즈C 투자를 진행한 SK텔레콤은 이번에는 규모를 키워 전략적 투자(SI)에 나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다국어 LLM 공동 개발과 AI 플랫폼 구축 등에 힘을 모아 글로벌 AI 경쟁력 강화에 힘을 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제공.    ━  이게 왜 중요해     앤트로픽은 SK텔레콤이 추진 중인 글로벌 AI 동맹 전략에 든든한 우군이 될 전망. SK텔레콤은 지난달 27일 도이치텔레콤(독일), 이앤(e&, 중동), 싱텔(싱가포르) 등의 통신사와 ‘글로벌 텔코(Telco, 통신) AI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정석근 SK텔레콤 글로벌AI 테크사업담당은 지난 8일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AI 분야에서 LLM 기술의 잠재력이 큰데, 이 기술은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통신 기업들은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며 “글로벌 통신사를 AI 원팀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에서 열린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CEO 서밋'에서 참석자들이 AI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나단 에이브러햄슨 도이치텔레콤 프러덕트&디지털 최고 책임자, 칼리파 알 샴시 이앤라이프 CEO, 아나 입 싱텔 부대표, 유영상 SKT 사장. 화면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위엔 콴 문 싱텔 그룹 CEO, 최태원 SK 회장, 하템 도비다 e&그룹 CEO, 클라우디아 네맛 도이치텔레콤 부회장. 사진 SK텔레콤    ━  구글·네이버와 뭐가 달라     구글, MS 등 빅테크 뿐만 아니라 네이버, LG 등은 생성 AI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키워 대규모 고성능의 초거대 AI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 금융 등 산업계 전반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SK텔레콤은 AI 서비스 ‘에이닷’에 자체 개발한 LLM을 적용하고 있는데 GPT-4 등 주요 LLM과 비교해 파라미터 수가 적다. SK텔레콤은 앤트로픽과 협업해 AI 기술력을 보완하고, 통신사업에 특화된 LLM을 구축해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전략.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인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SK텔레콤은 한국어 LLM을 개발해 본 역량과 오랜 통신업 경험이 있어 통신 특화 LLM을 함께 만들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기업 앤트로픽 사무실. 사진 앤트로픽 홈페이지    ━  협력 내용은   SK텔레콤과 앤트로픽은 한국어·영어·독일어·아랍어 등을 포함한 다국어 LLM을 글로벌 통신사에 맞게 개발할 계획이다. 도이치텔레콤(독일어), 이앤(아랍어), 싱텔(영어) 등 글로벌 통신사들의 요구사항과 각국 현지 특색을 반영해 고객들을 위한 AI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오픈AI의 GPT-3 개발자이자 앤트로픽 공동 창업자인 재러드 카플란이 LLM 전체 기술 방향과 사업 로드맵을 담당한다.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LLM은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 모델과 SK텔레콤을 통해 B2B(기업 간 거래) 사업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이 보유한 한국어 AI 기술과 앤트로픽의 글로벌 AI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통신사들과 더불어 AI 생태계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AI 인력 확보를 둘러싸고 SK텔레콤과 신경전을 벌였던 네이버는 오는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데이터 학습량이 GPT-3의 6500배가 넘는다. 이날 네이버는 검색 특화 생성 AI서비스인 큐(CUE:), 대화형 AI 서비스인 클로바X와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프로젝트 커넥트 X 등 버티컬 서비스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8.13 18:07

  • "공업탑쪽 도로 잠기는 중"...동네 태풍 상황 훤한 '톡파원' 정체 [팩플]

    "공업탑쪽 도로 잠기는 중"...동네 태풍 상황 훤한 '톡파원' 정체 [팩플]

    “태화강 동굴피아쪽 공업탑 로터리 가는 방향 차선 잠기고 있어요.” “에버랜드 근처입니다! 지금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요.”   10일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며 큰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전국 각지의 기상 및 도로 상황 정보를 네이버와 카카오 플랫폼으로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오픈채팅방에서 부산 시민들이 태풍 피해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  내 주변 태풍 상황, 여기로 공유   네이버는 지난 9일부터 네이버 날씨 탭을 통해 ‘태풍’ 페이지를 신설하고 실시간 피해 상황을 제보하는 오픈톡을 운영하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기준 사진 약 1400건과 동영상 700여건을 포함해 제보 메시지 2만6000여건 이상이 올라왔다. 태풍 페이지에는 기상 특보와 레이더 영상, 위성 영상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전국 재난 문자도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태풍 등 기상 특보가 발령될 때 만들어지는 특별 페이지로, 상황이 종료되면 닫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운영하는 태풍 페이지. 네이버 캡처 카카오는 카카오톡 ‘오픈채팅 라이트’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 전국 기상상황’ 오픈채팅방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오픈채팅방에는 오전 11시 기준 5만여명(누적 메시지 18만8000여건)이 참여해 기상 상황을 참여자들끼리 묻고 답하고 있다. 부산, 제주 등 지역별로 위험 소식을 알리는 오픈채팅방인 ‘우리동네 톡파원’ 등도 마련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오픈채팅 라이트 서비스를 이용해 '실시간 전국기상상황' 오픈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카카오톡 캡처   카카오는 다음 포털에도 ‘제6호 태풍 카눈’ 페이지를 만들고 기상청 특보 현황, 태풍 시 행동요령 등 정보를 제공 중이다. 하단에는 지역별 재난문자를 나열해 표출하고 있다. 다음의 상단 배너에서는 ‘우리동네 태풍상황을 실시간 공유해주세요’라는 공간을 운영해 이용자가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제보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당근마켓도 동네생활 탭 내에 지역별 재난 문자 실시간 연동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가 발송하는 지역별 재난 문자를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게시판 상단에 고정 게시글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실시간 전달이 필요한 재난 문자를 빠르게 안내하고, 이용자들이 댓글로 직접 동네 상황과 현장 사진 등을 공유하도록 했다.    ━  왜 여기 모이나   전국 단위 소식이 아닌 우리 동네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고 싶은 사람들이 정보 공유에 적극 참여한다. 일반 뉴스로는 전체적인 기상 소식을 확인하고, 동네 상황은 이런 오픈채팅방이나 지역 주민 중심의 플랫폼에서 찾는다는 것. 트위터(현 엑스)와 같은 SNS에서도 실시간 트렌드에 ‘태풍 피해’가 올라오며 이용자들이 현재 기상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  도로 상황 알고 싶다면 지도 앱   네이버와 카카오의 지도 앱의 CCTV 실시간 영상으로도 도로나 거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 지도 앱과 카카오맵 앱에서 오른쪽 상단에 위치한 네모 이모티콘을 누르면 CCTV 선택이 가능하다. 도로에 물이 차오르고 있거나 나무가 쓰러져 있는 등의 위험 상황을 미리 알 수 있다.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 캡처.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8.10 11:20

  • [팩플] 네이버, 역대 최대 영업이익…AI에 승부건다

    [팩플] 네이버, 역대 최대 영업이익…AI에 승부건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본사 모습. 연합뉴스   네이버가 2분기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서비스에 적용, 효율을 높인 덕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중에 광고 매출도 선방했다. 네이버의 새로운 초거대언어모델(LLM) 공개가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네이버의 AI 활용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  네이버 매출 뜯어보니   네이버는 지난 2분기 매출액 2조4079억원, 영업이익 3727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7.7%, 10.9%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실적 중 역대 최고다. 2021년 3분기부터 연속 하락하던 영업이익률도 15.5%로 지난 분기(14.5%)대비 소폭 상승했다.     차준홍 기자 ①AI 덕 본 광고, 커머스 네이버는 그동안 쌓아온 AI 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접목해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I가 사용자의 평소 관심사를 반영해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딥 매칭’ 기술을 적용했더니 이용자 클릭률이 17% 증가했다. 이런 AI 기술에 힘입어 2분기 검색 광고 매출은 68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성장했다.   커머스 매출은 632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4% 늘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AI 쇼핑 추천을 통해 발생한 쇼핑 거래액이 6월 기준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의 13% 수준이었다”라며 “AI는 쇼핑 상품 클릭 수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②글로벌에서도 선방 네이버가 올 초 인수한 북미 개인 간 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는 커머스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포시마크 편입 효과를 제외하면 커머스 사업 성장률은 16.2%. 포시마크는 지난 분기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전환도 달성했고, EBITDA 흑자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네이버의 기술을 접목해 ‘포시렌즈’(AI 검색 기술) 등의 기능도 추가했다. 최 대표는 “포시마크는 미국 패션 중고 거래 시장 내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며, 업계 평균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중고거래(C2C) 플랫폼인 포시마크 본사 스튜디오에서 직원들이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콘텐트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한 4204억원이었다. 글로벌 웹툰 시장의 선전 덕이다. 일본에서는 유료 이용자가 20% 이상 증가했고, 미국에서도 이용자당 결제액이 20% 이상 확대됐다. 최 대표는 “북미를 포함한 6개국에 웹툰, 웹소설 AI 추천 기술을 도입했더니, 이에 대한 클릭 수가 30% 이상 상승했다”고 말했다.    ━  네이버의 AI 빅픽처   네이버는 하반기 한국어 특화 초거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수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LLM에 투자해 글로벌에서 3번째로 ‘하이퍼클로바’를 출시했지만, 아직 AI 개발 성과가 기업 가치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 최 대표는 “챗GPT와 같이 고도화된 수준의 상품을 시장에 빠르게 보여주지 못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는 네이버의 전략은 크게 두 갈래. 일단 네이버의 핵심 서비스에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강화할 예정. 9월 공개 예정인 AI 기반의 검색 서비스인 ‘큐:’(Cue:)를 쇼핑, 로컬, 광고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그 자체로 놀라운 기술이지만 만능은 아니다”라면서 “LLM이 네이버의 데이터 및 기능과 융합돼 적재적소에 사용될 때 가치가 극대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간거래(B2B) 서비스를 발굴해 가시적 매출을 내는 전략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는 자사 서비스뿐 아니라 학습·예약·쇼핑 등의 외부 서비스를 클로바X 사용 중에 연동하는 기능도 적용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기업용 AI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기준의 과금 모델, 구독 모델도 고려 중. 최 대표는 “B2B의 경우 좀 더 이른 시기에 매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역량을 이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  더 알면 좋을 것     AI 도입이 기회가 되려면, 비용 통제가 관건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회사는 2017년부터 AI 인력 확보 및 모델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김 CFO는 “AI만 전담하는 클로바 조직만 보면 사람에 대한 투자가 1년에 한 1500억 원 정도고, 인프라 장비에 매년 3000억원, GPU 연간 구매에 1500억원 내외가 든다”라고 말했다. 2분기 네이버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은 신규 AI 장비 투자와 데이터센터 상면비(장비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에 대한 비용) 증가로 전 분기 대비 7.1% 증가했다. 김 CFO는 “초거대 AI 관련 인프라 비용은 전체 매출 대비 7% 수준을 넘지 않게 관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8.04 18:12

  • [팩플] 네이버, 직방에 날세운 중개사협회와 10년만에 뭉친 이유는

    [팩플] 네이버, 직방에 날세운 중개사협회와 10년만에 뭉친 이유는

    네이버가 직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중개사협회)와 손을 잡았다. 이들이 10년 만에 다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전략적 파트너’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일까.      ━  무슨 일이야    네이버파이낸셜은 중개사협회와 부동산 중개 시장 발전과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양 기관은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중개사협회 회관에서 만나 ‘네이버페이 부동산’을 통해 공인중개사들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고 부동산 매물 정보 유통 활성화 등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2일 서울 관악구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이종혁 공인중개사협회장(왼쪽)이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부동산 중개 시장의 발전과 상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파이낸셜  ━  이게 왜 중요해     네이버는 중개사협회가 운영하는 플랫폼 ‘한방’과 연계해 부동산 앱 1위인 직방과 호갱노노를 견제한다는 계획이다. 직방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개사협회의 경우 네이버 손을 잡고 ‘한방’의 경쟁력을 키워 직방과의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직방 견제라는 양쪽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부동산 서비스를 네이버페이에서 자산·결제·금융상품·증권 등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지난 6월 통합했다. 서비스 명칭도 네이버페이 부동산으로 바꿨다.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이번 협약을 통해 11만 공인중개사들과 다시 협력해 상생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 양 기관이 부동산 중개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함께 협력 가능한 서비스를 적극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네이버파이낸셜    ━  직방에 날 세운 중개사협회, 배경은   중개사협회와 직방의 갈등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의설립단체인 중개사협회를 법정 단체로 만드는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협회가 회원 단속 권한을 갖는 이 법안을 두고 직방 등 프롭테크 업계는 “회원 징계 권한 등을 남용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개사협회가 중개수수료 할인을 제한했는지, 직방 등 경쟁 부동산 중개 플랫폼 이용을 제한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일부 중개사가 중개 수수료를 허위 광고했다며 인근 다른 중개사들이 피해를 호소하자 협회가 확인한 것”이라며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  네이버-중개사협회, 어떻게 협력할까   네이버와 중개사협회가 MOU를 체결함에 따라 협회 회원으로 등록된 공인중개사 11만3000여명의 프로필과 경력 정보 등이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노출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구체적인 노출 방식은 협의 중”이라며 “협회 회원 중개사들은 네이버페이 부동산에서 매물 정보를 탐색하는 사용자들에게 자신만의 전문성과 강점을 강조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서울 종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또한 협회가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한방’에서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전송할 수 있는 매물 건수가 지금은 월 15건이지만 앞으로는 20건으로 확대된다. ‘한방’ 플랫폼을 통할 경우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매물을 별도 등록비 없이 무료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한방을 거쳐 네이버페이 부동산에 올리는 매물 외에도 네이버에 건당 1500~3000원의 광고비를 내며 매물을 올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장 네이버 등록 매물 5건이 늘어난 것보다, 앞으로 시너지 효과를 위해 무엇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직방은 어때    직방은 지난해 7월 약 1200억원을 들여 삼성SDS 홈 IoT(사물인터넷) 사업 부분을 인수하는 등 ‘스마트홈’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업계와 부동산 시장의 불황과 맞물려 지난해 3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82억원) 대비 4배가 넘는다. 당기순손실은 2021년(130억원)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515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4월 인사 평가를 거쳐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시행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대표 안성우)은 지난해 7월 삼성SDS의 홈IoT 사업 부문 영업양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직방 직방은 이번 네이버와 중개사협회의 MOU와 향후 움직임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네이버파이낸셜 부동산의 영향력이 큰 만큼 직방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협회와 손을 잡고 아파트 등 매물을 확보하기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유인이 떨어지고 네이버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플랫폼이 직역단체와 갈등을 빚는 국면에서 ‘IT스타트업의 큰 형님’인 네이버가 중개사협회의 손을 잡은 것이 프롭테크 혁신에 도움이 되는 것일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8.03 17:50

  • AI 거짓말, 걸러낼 수 있을까…내년 총선, ‘가짜 뉴스’와의 전쟁

    AI 거짓말, 걸러낼 수 있을까…내년 총선, ‘가짜 뉴스’와의 전쟁 유료 전용

    Today’s Topic‘메이드 바이 AI’… 가짜뉴스와의 전쟁   “여러분, 저는 사실 인공지능(AI)입니다. 혹시 제가 에이브러햄 링컨으로 보인다면 그것 또한 AI의 탓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AI 규제의 필요성을 연설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뼈있는 농담으로 사람들을 웃겼습니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생성 AI 콘텐트가 제작된 적이 이미 여러 번 있었습니다. 올해 초 트위터엔 그가 트렌스젠더 여성에게 혐오 발언을 하는 가짜 영상이 등장했고요. 지난 5월엔 공화당이 바이든의 재선 이후 상황을 가상으로 꾸민 AI 정치 광고 영상 ‘비트 바이든(Beat Biden)’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막말하는 바이든 대통령, 경찰에 잡혀 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 계엄령 내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생성 AI발 가짜뉴스는 점점 진지한 고민거리가 돼가고 있습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은 최근 서두르기 시작했습니다. 총선을 치를 한국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을 텐데요. 인간이 만들어내는 허위 정보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어요, 이제 생성 AI발 가짜뉴스까지 추가되는 이 상황. 각국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할지, 해법은 있는지 오늘 해설해 드립니다.     ■ 💬 목차 「 1. 범람하는 AI발 가짜뉴스 2. 2024년 선거의 해… 가짜뉴스를 막아라 3. 한국은 어때 4. AI 시대, 가짜뉴스 막으려면 」  한호정 디자이너  ━  1. 범람하는 AI발 가짜뉴스   가짜뉴스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죠. 그런데 최근 생성 AI의 확산이 가짜뉴스의 진화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AI 때문에 더 그럴듯해진 거짓말이 더 쉽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① 거짓말하는 AI 현재 생성 AI 기술의 약점은 허위 정보를 사실인 양 말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이에요.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확률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워 보일 대답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의료 정보 확인이나 의사 결정에 생성 AI를 섣불리 활용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한계로 인한 황당한 사건도 많았습니다. 법학자들의 성범죄 사례를 묻는 질문에 생성 AI가 실존 인물의 이름과 허위 정보를 섞어서 답하고, ‘이게 언론에 보도됐다’고 없는 사실을 지어내기까지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세종대왕 집현전 학자들에게 맥북프로를 던진 사실이 세종실록에 등장한다’는 허황된 얘기를 챗GPT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일화가 퍼져 논란이었고요.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다른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들도 인정하는 한계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챗봇에 의한 허위 정보의 확산과 그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② 정교해진 딥페이크 딥페이크, 딥러닝(Deep Learning,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AI의 학습 기술)과 페이크(fake, 가짜)의 합성어죠. 특정 인물의 얼굴 이미지를 다른 영상에 합성해 가짜를 만드는 기술입니다. 지난 5월 트럼프가 SNS에 올린 49초짜리 뉴스 동영상에는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가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는 논평이 담겨 있었어요. 알고 보니 이 영상은 쿠퍼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모습을 짜깁기한 뒤 AI로 조작한 쿠퍼의 음성을 붙인, 가짜뉴스였습니다. 트럼프가 경찰에 체포되는 가짜 AI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고요. 이 사진은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내 ‘혹시 트럼프가 만든 게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돌았습니다. 미국의 사이버보안업체 레코디드 퓨쳐의 알렉산더 레슬리 연구원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생성 AI 기술로 만들어진 허위 정보는 미 대선을 앞두고 더욱 광범위하게 퍼질 것”이라며 “선거를 방해하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 경찰에 체포되는 현장의 사진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 AP통신은 “해당 이미지는 조작된 것으로 트럼프는 체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사진 엘리엇 히긴 트위터 ③ 가짜뉴스 사이트도 등장 생성 AI로 만들어낸 사진과 동영상으로 뉴스를 만들어 배포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국 뉴스 신뢰도 평가 기관인 뉴스가드는 지난 5월 영어·프랑스어·중국어 등 7개 언어에 걸쳐 뉴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AI가 100% 생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웹사이트 125개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여기선 가짜뉴스는 물론 챗봇 서비스로 이용자에게 거짓 정보를 친절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광고 수익’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티브 브릴 뉴스가드 최고경영자(CEO)는 “AI 생성 뉴스 사이트들이 허위 정보를 이용해 클릭을 유도하고 광고 수익을 최적화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AI가 발전하며 가짜뉴스 생산 능력도 더욱 고도화될 것이라는 점이죠. 게다가 이걸 챗봇이 일대일로 붙어 설명까지 하다니요.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이런 점을 알고는 있습니다. 지난 5월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그는 “AI에 대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설득과 조작을 통해 1대1 대화형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이라고 말했습니다.   ━  2. 2024년 선거, 선거, 선거… 가짜뉴스를 막아라   ① 선거판 흔드는 가짜뉴스 지금 각국이 AI발 가짜뉴스를 주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 때문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영국의 리시 수낙 총리는 “기존의 프로파간다(선전) 봇들은 사전에 작성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형태에 그쳤는데 생성 AI를 활용하면 사용자에 따라 맞춤형 허위 정보를 생성해 낼 수 있다”며 “(생성 AI가) 선거철에 대규모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도 내년 4월 22대 총선을 치릅니다. AI가 만든 가짜뉴스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확산돼도 현재로선 이를 막거나 걸러낼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정치권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려하는 이유죠.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생성 AI의 윤리적 이슈와 해결 방안 토론회’에서 “생성 AI로 만든 가짜뉴스가 곧 국내 정치권에도 밀려들 것”이라며 “기존에도 가짜뉴스가 있었지만 생성 AI를 통해 더 정교하고 치밀한 허위 정보가 퍼질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앞으로 AI가 민간뿐 아니라 공공행정에 적극 도입될 것”이라며 “AI가 가짜뉴스 등 허위 정보에 활용되지 않도록 공공 차원에서 활발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② 해법은 꼬리표? ‘made by AI’ 미국에서는 최근 구체적인 해법이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AI로 만든 정치 광고 영상과 사진에 의무적으로 출처를 표기하도록 하는 이른바 ‘메이드 바이 AI(made by AI)’ 법안이 발의됐고, 유럽연합(EU)도 AI가 만든 콘텐트에 표기를 의무화하는 규제안을 검토 중입니다. 빅테크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미국 백악관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오픈AI 등 7개 AI 기업이 AI 생성 콘텐트에 워터마크를 넣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AI 생성물인 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자사 AI가 만들어낸 콘텐트엔 표식을 남기기로 한 것이죠. 아직은 선언적인 약속일 뿐입니다만, 백악관은 대통령 행정명령과 의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합니다.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왼쪽)이 백악관에서 알파벳, 메타, 오픈AI 등 7개 AI 기업 CEO와 AI 규제 관련 대담을 앞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③ 꼬리표 기술, 개발 쉽지 않네  빅테크는 생성 콘텐트에 꼬리표를 다는 기술을 개발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구글과 오픈AI는 이미지 생성 AI가 만든 결과물에 워터마크를 지정하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문제는 텍스트입니다. 챗GPT 같은 텍스트 생성 AI가 만든 산출물의 출처를 추적하는 레이블링 기술은 개발이 쉽지 않습니다. 가장 유망한 방식은 텍스트를 구성하는 단어들을 일련의 ‘토큰’ 문자열로 구성한 뒤 토큰 배열을 암호화하는 방식이에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텍스트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워터마크 기술을 누군가 개발한다면, 그게 곧 업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로 생성 AI가 만든 텍스트를 찾아내는 딱지 붙이기 기술도 개발하고 있어요. 갈 길이 험난해 보이긴 합니다. 오픈AI는 지난 20일부로 AI 작성 텍스트 감별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가 의미심장합니다. “정확도가 낮아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지난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입니다. 감별기 출시 당시 정확도는 약 26%였는데, 이후에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영어 외의 언어는 정확도가 더 낮았고, 사람이 작성한 텍스트를 AI가 작성했다고 잘못 판단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오픈AI는 자사 블로그에 “여러 피드백을 통합해 AI가 작성한 텍스트를 효과적으로 증명할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며 “AI가 제작한 오디오와 이미지를 판별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언급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둔 전력이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출처 확인 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엔 언론사들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MS와 미디어 콘텐트의 암호화 확인 표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콘텐트 출처를 증명해 생성 AI가 만든 콘텐트인지를 확인하고, 이미지 생성에 유명인들의 이미지를 임의로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기술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BBC는 미국 비영리연구 단체 ‘파트너십온AI’와 함께 AI 콘텐트 악용을 막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MS는 사용자가 조작된 콘텐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클래시파이어’ 기술을 검색엔진 빙(Bing)에 도입했어요. 생성 AI의 답변에 유해성이 있으면, 검색 결과에서 배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  3. 한국은 어때   한국에서도 AI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 마련이 시작됐습니다. 21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한국을 비롯한 20개 국가의 이름을 열거한 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가와 협력해 AI의 개발·사용을 관리하기 위한 강력한 국제 프레임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바로 받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AI 선도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 앞서 발표한 (한국의) 디지털 비전과 뜻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기쁘다. 글로벌 AI 거버넌스에 대해 미국 등 같은 생각을 가진 파트너들과 협력하기를 바란다”고요.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AI를 이용해 제작된 콘텐트의 경우 그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빅테크의 행보에 국내 기업들의 고민도 깊습니다. 네이버는 내달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시작으로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 생성 AI 검색 서비스 ‘큐:’를 순차적으로 내놓을 예정인데요. 챗GPT 등이 지적 받은 가짜뉴스와 편향성 문제를 똑같이 경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네이버 관계자는 “AI 서비스에 ‘팩트 검증 모델’을 적용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한 강화학습을 진행하는 등 답변의 신뢰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어요. 대화형 AI인 클로바X가 공개되면 국내에서도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23’에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 🔎 EU의 AI 규제법, 한국은 ‘글쎄’ 「 세계 최초의 AI 규제법 도입을 추진 중인 EU는 아시아 국가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물밑 로비전에 한창입니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와 회원국들은 AI 규제 도입과 관련해 최근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싱가포르, 필리핀 등 아시아 10여 개국에 당국자를 파견했어요. “EU의 AI 법안이 ‘글로벌 벤치마크’가 되는 걸 목표로” 아시아 국가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지난달 유럽의회는 AI 규제법 협상안을 통과시켰고 이르면 2026년부터 이를 적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에 아시아 국가들에선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EU가 추진 중인 규제보다 G7(주요 7개국)이 추진 중인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에 관심이 더 크다고 해요. G7은 지난 5월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AI 통제와 관련한 국제 규범의 틀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EU와 같은 엄격한 규제보다는 완화된 규칙에 더 관심이 크다는 게 로이터의 분석이에요. 아시아 국가들은 성급한 규제보다는 AI 혁신과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데 더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     ━  4. AI 시대, 가짜뉴스 막으려면   가짜뉴스의 문제는 ‘생성’과 ‘유통’ 단계에 모두 걸쳐 있습니다. 생성 AI로 만들어낸 허위 정보들이 SNS의 알고리즘을 타고 너무나 빠르고 쉽게 확산되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대 뉴스 유통 플랫폼인 네이버는 그간 가짜뉴스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네이버의 카페나 카카오의 채팅방이 허위 정보가 퍼져나가는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행성 게임, 불법 약물과 같은 불법적인 내용이나 욕설·비방 콘텐트를 AI를 통해 걸러내고 있지만 허위 정보를 판별해 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용자의 신고 후 관리자가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허위 게시물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다 보니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성 AI 서비스가 확대되면 가짜뉴스 생산·유통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며 “자율에만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플랫폼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술 발전에 걸맞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장(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은 “생성 AI의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AI 윤리교육’을 학생뿐 아니라 직장 내 법정의무교육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앞으로 AI가 생성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AI 리터러시(문해력)’가 필수 역량이 될 것”이라며 “AI로 만든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인식하도록 하는 AI 윤리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2023.07.27 16:53

  • 서이초가 드러낸 또다른 민낯…'아무데나 익명' 돈 벌면 끝인가 [현장에서]

    서이초가 드러낸 또다른 민낯…'아무데나 익명' 돈 벌면 끝인가 [현장에서]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이초 학교이야기 보니 실명 거론되네요” 지난 19일 저녁,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런 제목의 글이 퍼졌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건이 보도된 지 몇 시간 후의 일이다. 네이버 ‘학교 이야기’는 네이버 검색창에 특정 학교 이름을 검색하면 상단에 노출되는 실시간 댓글 서비스다. 누구나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다. 다수의 목격자에 따르면, 이날 저녁 이 게시판에는 특정 정치인의 실명이 삭제되면 또다시 올라왔다. ‘권력자의 압력으로 삭제하느냐’라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비슷한 시각, 회원 41만의 네이버 맘카페에 ’가해 학생의 할아버지는 국힘 3선 의원’이라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그러나 당사자로 지목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날 “그 학교 다니는 손주 없다”라고 해명했고, 맘카페 글 작성자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서이초 사건은 한국 공교육의 현실 뿐 아니라 인터넷 문화의 현실도 드러냈다. 표현할 권리를 주장하나 책임은 없고, 플랫폼은 트래픽(접속량)을 키워 광고로 돈 벌면서도 관리에 부실하다.    ━  ‘예의있게 쓰라’고 공지하면 끝인가   21일 아침 네이버는 “미확인 사실에 대한 댓글이 지속해서 게재되어 학교이야기 서비스를 임시 중단한다”라고 공지했다. 삭제 등 조치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문제 게시물이 올라와 “본연의 목적인 ‘학교생활 정보 공유’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라는 것.  21일 네이버가 학교별 익명 채팅 서비스 '학교이야기'를 임시 중단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 소개 글에 “학교이야기는 초등학생을 위한 서비스”라며 “에티켓을 준수해 달라”라고 적어놓았다. 그러나 예고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별로 익명 댓글창을 운영하면서 재직 교사·재학생 확인 절차도 없으며, 네이버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글을 올릴 수 있어서다. 아이엠스쿨 등 주요 학교 정보 앱들은 학교별로 실명 게시판을 운영한다.   지적은 앞서도 있었다. 지난 2017년 초등학교 교사가 스쿨톡(학교이야기의 이전 이름)을 통해 성희롱과 인신 공격에 노출됐다며 시민단체가 네이버에 “스쿨톡을 폐쇄해달라”는 성명서를 냈지만 서비스는 계속됐다. 현재 네이버는 ‘명예훼손 등 권리 침해를 입었다면 게시물의 게시 중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사후 조치일 뿐이다.     ━  ‘익명 품평’이 키우는 ‘감정노동 지옥’   익명으로 각종 ‘품평’을 하는 플랫폼의 후기 게시판들도 마찬가지다. 138만 명이 가입한 자영업자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 앱 리뷰에 관한 자영업자들의 고충이 올라온다. 리뷰를 빌미로 한 과도한 덤 요구나 악성 리뷰로 인한 피해 호소다. 얼굴 보고는 못할 말을 비대면에 기대 마구 쏟아놓는, ‘전 국민의 금쪽이화(化)’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신고 접수된 악성·허위 리뷰는 30일간 숨기고, 자체 모니터링도 진행한다”라며 “다만 리뷰는 저작권이 인정되는 저작물이라 게시자 동의 없이 임의 삭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익명 품평 병폐의 파급효과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익명성으로 증폭된 품평·혐오·갑질 같은 온라인 상의 폐단이 오프라인 문화로 넘어오는 악순환이 생긴다”며 “감정노동이 사회 전체에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 집단 지성 같은 플랫폼의 순기능이 작동하려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가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를 필요로 하는 영역인지, 어떻게 건강한 소통을 만들지, 고민한 흔적이 없다면 ‘플랫폼이 갈등과 잡음으로 돈 번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다.    심서현 IT산업부 기자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07.26 06:00

  • KT, 모레에 150억 투자…‘AI 풀스택’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팩플]

    KT, 모레에 150억 투자…‘AI 풀스택’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팩플]

      KT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에 15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AI 풀스택(full stack)’ 사업에 속도를 낸다. AI 풀스택은 AI 반도체·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AI 응용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한국형 AI 풀스택을 완성해 엔비디아에 의존한 AI 솔루션 생태계를 위협하겠다는 계획이다.    ━  무슨 일이야   KT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모레에 전략적 투자(SI)를 집행한다고 23일 밝혔다. KT가 100억원, KT클라우드가 50억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10월 모레에 40억원을 투자하며 AI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 KT는 지난해 7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AI 풀스택 구축 목표를 밝혔다. KT 측은 “KT그룹의 AI 인프라·응용 서비스와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SW,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융합해 AI 풀스택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  이게 왜 중요해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컴퓨팅 인프라와 관련 소프트웨어가 필수. 현재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AI 서비스와 솔루션도 대부분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2007년 선보인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실행된다. 당시 엔비디아는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쿠다를 무료로 배포하며 쿠다 기반 AI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높여왔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GPU)·데이터센터 시스템(DGX)·소프트웨어(쿠다)·플랫폼(엔비디아AI) 등 AI 산업 부문을 수직계열화하며 ‘엔비디아 생태계’를 완성한 것. KT 관계자는 “국내 AI 인프라 시장이 상당 부분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기술력으로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KT의 전략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KT 이스트빌딩에서 열린 KT AI 반도체 사업협력위원회 워크숍. 연합뉴스 KT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AI 분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모레의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스택을 활용해 기업 고객에 엔비디아 쿠다와 호환되는 SW를 제공할 계획. 이를 통해 리벨리온 등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반도체가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엔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도 출시할 예정이다. AI 풀스택을 통해 AI 기반 B2B 서비스와 AI 인프라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 조강원 모레 대표는 “KT와 협력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 SW를 개발하는 등 클라우드와 초거대 AI 모델 개발 두 방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다른 기업은 어때   챗GPT 열풍으로 촉발된 생성 AI 시대를 맞아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은 AI 인프라·서비스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KT뿐 아니라 네이버, SK텔레콤 등의 AI 서비스 사업화도 탄력을 받는 중. 네이버는 다음 달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다.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 분야에 특화한 한국어 중심의 초거대 AI다. 9월에는 생성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 베타서비스를 선보인다. 문장 형태로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검색 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출시한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SK그룹의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통해 AI 풀스택 역량을 키우고 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2023.07.23 18:00

  • 네이버, 출시 시간표까지 공개했다…생성 AI에 집중하는 이유 [팩플]

    네이버, 출시 시간표까지 공개했다…생성 AI에 집중하는 이유 [팩플]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올 하반기 생성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대거 공개한다. 다음달 말 핵심 기반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공개를 시작으로, 응용 서비스들을 줄줄이 내놓는다. 챗GPT 같은 소비자 대상(B2C) 대화형 챗봇 서비스 뿐 아니라 기업용(B2B) 생성 AI 시장에도 진출한다. 오픈AI나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하는 생성 AI 경쟁에서 네이버가 수익성까지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공개 일정은     네이버는 다음달 말 기존 LLM ‘하이퍼클로바’(2021년 공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고 21일 발표했다. ‘네이버 버전 챗GPT’인 ‘클로바X’도 8월에 공개된다. 창작과 요약을 비롯한 글쓰기가 가능해 개인의 생산성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 측의 설명이다. 챗GPT처럼 학습·예약·쇼핑 등 외부 서비스를 클로바X와 플러그인(Plug-in) 형태로 연동해 쓸 수도 있다.   9월에는 네이버의 검색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서비스를 베타(테스트용) 출시한다. 생성 AI 검색 ‘큐:(Cue:)’다. GPT-4를 적용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bing)과 유사한 서비스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네이버 검색은 키워드를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링크를 나열해 보여주는 방식이지만, 큐:에선 긴 질문 형태로 검색이 가능하다. 네이버 측은 “큐:는 복합적인 의도가 포함된 긴 질의를 이해할 수 있다다”며 “신뢰도 있는 최신 정보를 활용해 입체적인 검색 결과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연내에 네이버 검색에도 큐:를 일부 적용할 계획이다.   하이퍼클로바X 공개 일정. 사진 네이버    ━  왜 중요해   이날 네이버는 이례적으로 주요 서비스 공개 일정을 밝혔다. 당초 7월이던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 시점이 늦춰지면서 네이버의 AI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던 차였다. 네이버는 2년 전에 자체 LLM을 이미 공개했지만, 오픈AI나 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도하는 최근의 서비스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하이퍼클로바X가 네이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기술, 시장, 규제 등 여러 면에서 도전에 직면한 상황. 일단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서치플랫폼)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됐다. 지난 1분기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14명은 지난 12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윤두현 의원 대표발의)을 발의했다. 검색 결과로 비영리성 정보를 우선 노출해야 하고, 광고와 비영리성 정보를 구분해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네이버의 수익원인 검색광고 사업을 직접 겨냥했다.     동시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주도하는 생성 AI 기술 경쟁을 따라잡는 것만도 만만치 않다.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웹 검색(PC·모바일 웹 합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월 64.5%에서 5월 55.7%로 하락했다. 반면 구글은 1월 26.5%에서 5월 34.8%로 8%포인트 이상 오르며 네이버를 추격하는 중. 네이버로서는 이용자들을 불러 세울 ‘한 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  네이버의 AI 전략은   ① 네이버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 검색을 중심으로 큐:와 네이버 서비스들과 연계를 확대한다. 기존에 검색을 여러번 해야 가능했던 쇼핑이나 음식점 예약 등을 큐를 이용해 간편하고 빠르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창작자·중소상공인(SME) 등 파트너를 위한 도구에도 생성AI를 적용한다. 먼저 콘텐트 제작 툴 ‘스마트에디터’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글쓰기 좋은 소재를 추천받을 수 있고 키워드를 선택해 적절한 초안을 AI에게 써 달라고 할 수도 있다. 9월부터 일부 블로그 창작자를 대상으로 제공할 예정.   ② AI로 돈 벌기, B2B 노린다 기업용 생성 AI 시장에도 뛰어든다. 현재 네이버클라우드에서 서비스 중인 AI 앱 개발 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에 하이퍼클로바X를 결합한 서비스를 8월에 일부 기업에 공개한 뒤, 10월 공식 출시한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맞춤형 생성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서버 인프라를 설치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도 같은 달 출시한다. 앞서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4월 성낙호 기술총괄 중심으로 ‘하이퍼스케일 AI’ 조직을 확대 개편해 관련 기술개발을 준비해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7.21 17:25

  • 이해진 '의료 사랑'…서울대병원 콕집어 300억 기부한 이유 [팩플]

    이해진 '의료 사랑'…서울대병원 콕집어 300억 기부한 이유 [팩플]

    네이버가 서울대학교병원에 디지털바이오 연구 기금 300억원을 기부 약정했다. 17일 약정식에 참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왼쪽)와 김영태 서울대학교병원장(오른쪽).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디지털 바이오’ 분야를 지정해 서울대병원에 300억원을 기부한다. 앞서 지난 1월 카카오는 서울대병원의 의료용 IT시스템 자회사 이지케어텍에 99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앞다퉈 대형병원과 손 잡는 모양새다.    ━  무슨 일이야   18일 네이버는 디지털 바이오 분야 연구 지원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에 3년간 300억원을 기부하기로 약정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기부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단일 연구 지원기금으로 받은 기부액 중 가장 큰 규모다.   17일 양측이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제1회의실에서 진행한 기부 약정식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영태 서울대학교 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 대표는 “초거대 AI 기술의 등장으로 의료 현장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의사과학자 인재 양성과 선제적인 융합 연구의 사회적 필요성에 공감했다”라고 말했다.    ━  뭘 하는 거야   기금의 목적은 연구자들이 일상 진료 외에도 인공지능(AI) 등 의과학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것.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도전적·창의적 연구 및 사업화로 이어질 연구에 집중 지원해 디지털 바이오 헬스를 선도하겠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곧 기부금 운영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운영위는 연구 주제를 공모하고, 대상 선정 및 성과 관리를 담당한다. 운영위에는 네이버 측 인사도 참여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산학협력이 아닌 순수 기부이며, 연구 결과물은 서울대병원에 귀속된다”라고 말했다.    ━  이해진의 의료 사랑   네이버는 의료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일찌감치 진출했다. 2018년 대웅제약과 AI 신약 개발 및 의료 데이터 활용 사업을 위한 합작사 ‘다나아 데이터’를 설립했다(네이버 지분 49%).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개인 친분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회장은 2008~2013년 NHN(현 네이버) 사외이사직을, 2013~2019년 네이버의 사회공헌 재단인 네이버커넥트 이사장직을 맡았다. 이 GIO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 ‘지음’은 대웅제약 지주사 대웅의 주식 4.95%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다나아데이터는 설립 후 두드러진 활동을 보이진 않고 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6600만원을 기록했다.    ━  네카오의 헬스케어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AI와 헬스케어를 새 먹거리로 삼고 투자 중이다. 대형 병원과 협력하면 의료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용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데다, 클라우드와 업무용 솔루션의 주요 고객사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2021년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를 설립하고 나군호 연세대 의과대학 교수를 소장으로 영입했다. 지난해엔 경기도 성남시의 로봇 친화형 신사옥 ‘1784’ 안에 200평 규모의 사내 병원을 열어, 직원 대상으로 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내과 진료와 건강검진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 복지이자 AI·디지털 헬스케어의 테스트베드인 셈.   네이버는 건국대병원과 순천향대병원 등 국내 병원들과 의료용 AI 기술·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스마트 문진이나 의무기록음성인식(Voice EMR), 업무용 협업 툴(네이버웍스)의 병원 접목 등이다.   카카오도 2021년 말 헬스케어 사내독립법인(CIC)을 설립하고 지난해 3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했다. 전자의무기록(EMR) 전문가로 꼽히는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대표를 맡아 이끈다. 지난 1월의 투자로, 카카오헬스케어는 서울대병원의 IT 자회사 이지케어텍의 지분 6.57%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충남대병원·충북대병원·이화의료원 등 국내 9개 대학과 공동으로 초거대 AI 모델을 헬스케어 및 의료영상에 접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중이다. 관련기사 카카오 영업익 반토막 어닝쇼크…‘다음’ 떼내고 AI·헬스케어 키운다 [팩플] 카카오헬스케어 “AI 당뇨관리 플랫폼으로 글로벌” 포켓몬GO도 약이 될 수 있을까? 디지털 치료제가 뭐길래 네이버·카카오 움직인다…코로나가 키운 원격진료, 판 커지나 [팩플]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07.19 06:00

  • [팩플] 머스크도, 메타도 뛰어드는 생성 AI 전쟁...구글은 韓 시장에 '러브콜'

    [팩플] 머스크도, 메타도 뛰어드는 생성 AI 전쟁...구글은 韓 시장에 '러브콜'

    초거대 인공지능(AI) 경쟁에 새로운 주자가 등장했다. 한때 오픈AI를 공동창업했다 갈라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그 주인공. 머스크 CEO는 12일(현지시간) AI 기업 ‘xAI’를 설립했다고 공개했다. 머스크의 xAI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을까.  일론 머스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이날 xAI는 홈페이지를 통해 “2023년 7월 12일 xAI가 출범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xAI는 머스크 CEO가 직접 지휘한다. 구글 딥마인드,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오픈AI 등 AI 기업에서 온 인재들이 합류했다. 딥마인드 엔지니어 출신인 이고르 바부슈킨을 비롯해 구글 출신인 토니 우, 크리스천 세게디, MS 출신 그레그 양, ‘AI 구루’인 제프리 힌튼 밑에서 공부한 토론토대 조교수 지미 바 등이 xAI 팀원으로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xAI 측은 “트위터를 합병한 모회사 ‘X 코프’(X Corp)와는 별개의 회사이지만, 트위터와 테슬라 및 다른 회사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xAI의 목표는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인공지능(AI) 회사 xAI. 홈페이지 캡처    ━  이게 왜 중요해   머스크는 챗GPT 돌풍이 한창이던 지난 3월 “강력한 AI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공동서한에 서명했다. 그랬던 그가 직접 AI 기업을 만들어 오픈AI 추격에 나설 만큼, AI 산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    xAI가 유리한 건 트위터·테슬라 등 머스크 CEO의 기존 사업들이다. 트위터는 텍스트‧오디오‧동영상 데이터가 쌓인 ‘AI 학습 데이터 금광’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나 휴머노이드 로봇(옵티머스)도 xAI가 추후 개발할 AI 모델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챗GPT로 생성 AI 돌풍을 일으킨 오픈AI는 최근 주춤한 모양새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챗GPT 웹사이트에 대한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이 전달보다 9.7% 감소했다. 순방문자수도 5.7% 줄었다. 출시 이후 처음으로 이용자 수가 감소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다른 빅테크 기업들은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페이스북 운영사인 메타도 조만간 상업용 AI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고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메타는 올해초 자체 언어모델 ‘라마’(LLaM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주도하는 생성 AI 시장에 뛰어들었다. 구글이 투자한 스타트업 앤스로픽도 지난 11일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보다 3배 많은 내용을 한 번에 프롬프트(명령어)창에 입력할 수 있는 ‘클로드2’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  한국은 어때   한국 기업들도 초거대 AI 모델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브레인은 기존의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업그레이드한 ‘칼로 2.0’을 지난 10일 발표했다. 3억장 규모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셋을 학습한 모델로, 3초 만에 사용자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LG AI연구원도 다음주에 초거대 AI 엑사원의 개선된 모델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음 달에는 네이버가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시킨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다.   카카오브레인이 만든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모델 '칼로 2.0'. 사진 카카오브레인.  ━  생태계 확장 나서는 구글   챗GPT의 대항마 ‘바드’를 내세우고 있는 구글은 한국 산업계와 학계의 ‘AI 파트너’를 자처하고 나섰다. 한국 시장에서 구글 AI 생태계를 확대하려는 시도다.   구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인공지능위크 2023’ 행사를 열었다. 구글은 과기정통부와 함께 ‘머신러닝 부트캠프’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해 추진하고, 학생·창업가와 예비 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 스쿨’ 프로그램도 올해부터 시작한다. 국내 연구 조직인 ‘AI 혁신허브’와 구글 연구진 간 교류할 수 있는 학술 교류회도 진행한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인공지능위크 2023'에서 요시 마티아스 구글 엔지니어링 및 리서치 부사장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AI분야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 분야에서 구글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산업계와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요시 마티아스 구글 엔지니어링 및 리서치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모두가 AI로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관계 부처뿐만 아니라 여러 기업과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7.13 17:21

  • 동네샵 예약 한 발 뺀 카카오…'만년 적자' 당근마켓이 나섰다 왜 [팩플]

    동네샵 예약 한 발 뺀 카카오…'만년 적자' 당근마켓이 나섰다 왜 [팩플]

    5일 당근마켓이 동네 미용실 예약 서비스를 전국에서 시작했다. 사진 당근마켓 당근마켓이 전국 동네 미용실∙네일샵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다. 카카오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미용실 사업에서 철수하느라 530억원을 긴급 투입한 상태. 카카오가 철수하고 네이버는 눈치 보는 소상공인 예약·관리 시장에, ‘골목 앱’ 대표 주자인 당근마켓이 안착할 지 관심이 쏠린다.    ━  무슨 일이야   5일 당근마켓은 당근 앱 안에서 동네 미용실·네일샵 예약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열었다고 밝혔다. 동네 가게를 보여주는 ‘내 근처’ 탭에서 가게와 미용사, 시간을 고르면 된다. 그간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험 운영하며 자영업자 수요를 확인, 전국 서비스로 확대했다. 회사는 “소규모 운영이 대부분인 뷰티 업종 사장님들이 손님 확보와 일정 관리를 편리하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예약만 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결제 기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이용자에게 필요한 기능을 계속 발굴하겠다”라고 밝혔다.     ━  왜 중요해   미용실·식당 등 각종 비대면 예약 시장이 커지고 이용자와 지역 상권을 잇는 서비스에 대한 주목도도 크지만 대규모 플랫폼을 운영 중인 테크 기업은 ‘골목 상권 침해’ 딜레마에 부딪혀 있다.    4일 카카오의 투자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투자사 와이어트 지분 14.73%를 526억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와이어트는 카카오가 2016년 출시한 미용실 모바일 예약·결제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의 운영사다. 카카오헤어샵은 시술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해 인기를 끌었으나, 사업을 확장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었다. 2021년 김범수 창업자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은 반드시 철수하겠다”라고 말했다.  현장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러나 2년이 되도록 와이어트 매각이 난항을 겪자 기존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를 원했고, 결국 대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투자자 지분을 사들인 것. 카카오는 이를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에 200억원 자금을 빌려줬다. 카카오 측은 “철수하기로 한 카카오헤어샵 기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미용실·식당·놀이공원·숙박업소 등 다양한 업종의 예약·주문·결제에 진출해 있으나, 수수료율을 낮게 유지하며 ‘낮은 포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당근마켓처럼 네이버도 예약 자체는 무료다. 고객이 네이버로 예약하고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경우에만, 미용실이 규모에 따라 매출의 0.8~2.9%를 네이버파이낸셜에 수수료로 낸다. 네이버 본사는 예약으로 돈을 벌지 않고,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간편결제 수수료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네이버 예약 정보 등은 데이터로 축적되며 네이버 지도·검색에 연동된다.    ━  당근은 지금   당근은 창립(2015년) 후 흑자를 낸 적 없다. 중고거래는 ‘무(無) 수수료’를 고수하며, 광고 등으로 돈을 번다. 지난해 매출 499억원, 영업손실 565억원.    회사는 지난해 경영진을 바꾸고 국내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각자대표 2인(김용현·황도연) 중 국내 사업 담당인 황 대표는 지난 1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하이퍼로컬(hyper-local·좁은 지역)이라는 비전을 지키는 게 당근마켓 수익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 좁고 촘촘한 지역 상권 네트워크 안에서 살길을 찾겠다는 것. 동네 일자리를 연결하는 ’당근 알바’ 서비스가 그런 예. 지난 5월엔 구청·경찰서·소방서 같은 공공기관과 주민 간 소통 채널 ‘공공프로필’도 열었다.   차준홍 기자  ━  ‘나 홀로 사장님’ 시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1인 사장)는 435만6000명(2023년 5월 현재). 국내 자영업자 579만 명 중 75.2%에 해당한다. 1인 사장님은 지난 2019년 400만 명을 돌파했고, 비율도 2018년의 70.7%에서 75%대로 늘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 인상되고 2020년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들의 고용 여력이 줄어든 영향이다.   1인 사장님 비율은 전남(87%)과 경북(86.2%), 충북(85.6%) 등이 서울(63.2%)보다 20%p 가량 높게 나타난다. 당근마켓이 뷰티 예약을 전국 동시에 출시하는 배경이다.     네이버가 지난 연말 출간한 ‘네이버 D-플레이스 리포트’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예약과 스마트콜(가상 전화번호 및 발신번호 추적) 등을 가장 선호했다. 일손이 달리는 1인 사장님들의 예약·통화·홍보 등 업무에 플랫폼이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이용자 1800만 명 좋긴 한데…당근마켓, 돈은 언제 벌 거야? [팩플] 번개장터·중고나라엔 있는 수수료, '당근페이'가 안 받는 이유 [팩플] 1600만 모았어도 적자, B2B 키우는 당근마켓의 속사정 [팩플] 우리 동네 골목대장은 네이버? 당근?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2023.07.06 05:00

  • 소송전 불사하는 'AI 인재 쟁탈전'...챗GPT도 난리 [팩플]

    소송전 불사하는 'AI 인재 쟁탈전'...챗GPT도 난리 [팩플]

    오픈AI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챗GPT 등장에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AI) 기술 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AI 인재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부 IT 대기업들은 AI 인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에 AI 전문 인력의 절대 규모가 적은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김광섭 카카오브레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AI 스타트업 ‘아이더엑스’를 창업했다고 알렸다. 그는 카카오가 한국어 특화 AI 언어모델로 개발 중인 ‘코GPT’와 이미지 생성 AI ‘칼로’ 사업을 이끈 책임자였다. 김광섭 CTO는 “스타트업에서 빠르게 움직여야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지금이 창업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챗봇 기반 AI 서비스를 기획 중이다.     ━  “AI 인재 빼가지마” 신경전도    물밑 이직 움직임도 활발하다. 최근 네이버는 SK텔레콤에 ‘인력 빼가기’를 멈추라는 요청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다. 지난 4월 퇴사한 정석근 전(前) 네이버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 대표가 SK텔레콤 계열사로 이직후 네이버 임원들을 데려 가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경고장을 날린 것. 네이버는 자체 AI 모델(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며 국내에서 AI 인력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네이버 내부에선 챗GPT나 구글 바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AI 공세에 맞서기엔 AI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AI 인재 허브’로 떠오른 네이버는 인력 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 대응에 따라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은 물론 민·형사상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를 두고 촌각을 다투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데, (우리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핵심 인력을 유출해가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SK텔레콤은 “네이버의 오해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2016년 알파고 쇼크 때 AI·빅데이터 인력 수요가 급증했지만, 항상 부족하다”며 “IT 업계에서 인력 쟁탈전은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할 일은 많고 A급 인재는 적은 지금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라 기업들이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22 인공지능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AI 기업들은 사업상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인력 부족’을 꼽았다. 2022년 기준 AI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의 수는 784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전체에서 필요한 AI 인력 4만7022명 중 16.7%는 못 채우고 있다는 것. 실제 필요한 AI 인력이 6명이라도 5명밖에 구하지 못하는 셈.     ━  오픈AI도 “인재 부족”…생성 AI 창업에만 돈 몰려   해외에도 AI 전문 인력들을 찾는 곳은 많다. 이 경쟁을 촉발한 오픈AI는 전 세계에서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직원들이 개인 트위터에 “챗GPT 팀을 모집합니다(We are hiring in the ChatGPT team!)”라는 구인 공고를 올릴 정도다. 현재 오픈AI는 수억명이 쓰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도 직원 수는 400명 미만으로 작은 조직이다.    스타트업 오픈AI가 구글을 위협할 정도로 AI 기술 성과를 내자 이를 지켜본 빅테크 재직자들의 퇴사·창업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에서 AI를 연구했던 도위 키엘라, 아만프릿 싱이 올해 설립한 컨텍추얼AI는 시드 투자로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조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생성 AI 스타트업에만큼은 돈이 몰리고 있어 AI 인재들의 창업 여건은 좋은 편이다. 벤처투자 조사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생성 AI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120억달러(약 15조5340억원)로, 지난해 전체 투자금(45억달러, 약 5조9000억원)을 이미 훌쩍 뛰어 넘었다.    전 세계가 AI 인재 쟁탈전에 돌입하면서 AI 전문 인재 수준이 향후 각국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정부도 AI 인력 육성 계획을 내놨다.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AI융합혁신대학원을 현재 15개에서 2025년까지 22개로 늘리고, 내년부터 시행하는 초거대 AI 고급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까지 SW·AI 고급 인력 20만명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컴퓨터공학부 교수)은 “AI 분야에 인력이 흘러넘쳐야 AI 인재가 바이오·반도체·제조업 등 특화 분야로 유입될 것”이라며 “특단의 조치, 정부 차원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3.06.23 05:00

  • 챗GPT에 또 밀렸지만…'한국말 검색왕' 녹색창이 믿는 구석 [팩플]

    챗GPT에 또 밀렸지만…'한국말 검색왕' 녹색창이 믿는 구석 [팩플]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23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 네이버 챗GPT 등 생성 인공지능(AI)이 검색 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어 검색왕’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4개월 간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점유율 자체는 여전히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어 생성 AI 서비스를 내놓은 상황이라 네이버 내부에선 “20년간 지켜온 ‘검색 안방’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  무슨 일이야    김영옥 기자 14일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웹 검색’ (PC·모바일 웹 합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1월 64.5%에서 5월 55.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PC 웹에선 네이버 점유율은 여전히 57.7%(5월 기준)로, 1월(56,7%)보다 1%포인트 높지만, 모바일 점유율을 크게 잃은 영향이 전체 시장 점유율에 반영됐다. 반면 구글의 웹 검색 시장 점유율은 1월 26.5%에서 5월 34.8%로 8%포인트 이상 올랐다. 구글의 5월 PC 점유율(27.3%)는 1월(28.4%)보다 오히려 하락했지만,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오른 덕분에 전체 시장 점유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모바일 ‘앱 검색’ 시장을 포함할 경우 구글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플랫폼 MAU(월간 실사용자 수) 순위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는 각각 1위(4145만명)와 3위(3888만명). 유튜브(2위, 4095만명), 크롬(4위, 3141만명), 구글(6위, 2915만명)이 앞뒤로 네·카를 포위 중이다.   김영옥 기자  ━  이게 왜 중요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의 챗GPT를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도입했고, 구글은 AI 챗봇 바드로 반격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빅테크는 생성 AI 시대에 빠르게 참전했다. 검색 엔진에 AI 챗봇을 결합한 것. 이 때문에 구글의 공세에도 국내 시장을 굳건히 지킨 네이버가 이번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국내 IT업계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  비장의 무기, 하이퍼클로바X   현재 네이버의 믿는 구석은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다. 오픈AI의 GPT-4에 대응하는 모델로 앞서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챗GPT에 대항하는 ‘서치GPT’를 내놓겠다고 해왔다. 초개인화된 검색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직관적 검색 결과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 시점이 7월에서 하반기로 계속 늦춰지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 AI의 가장 큰 약점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색 품질의 핵심은 신뢰도인데,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경우 오픈AI 같은 스타트업보다 더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검색 1위 구글의 경우, 지난 2월 바드 공개 당시 잘못된 답을 내놓는 바람에 하루만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7.68% 하락해 시총 105억 달러(약 133조원)가 증발했다. 네이버도 유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네이버의 경우, 가짜 뉴스 문제로 정치권의 견제를 받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이퍼클로바X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답변을 내놓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다. 한국 시장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책임있게 제공하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AI 사업화는 어떻게   ① 미·중 아닌 제3국 공략: 네이버는 생성 AI가 국내에 기반했던 네이버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앞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거대 AI에서 앞서가는 건 미국과 중국의 기업”이라며 “미·중에 의존하기 싫은 국가와 기업에는 한국의 네이버가 세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네이버 AI 생태계 구축: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4월 성낙호 기술총괄이 지휘하는 ‘하이퍼스케일 AI’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 AI 생태계 구축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겠다는 의미. 빅테크와의 생성 AI 경쟁을 앞두고 연구·개발·서비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산업 곳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김유원 대표는 “AI 기술 인프라로 산업 곳곳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이 ‘AI 주권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현재 챗GPT와 바드 모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외산 플랫폼의 국내 진격이 더욱 거세졌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등 국내 검색엔진이 자신하는 ‘한글 특화’ 서비스의 강점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며 “지나친 신중론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김범수의 인공지능 청사진…초거대 AI-버티컬 AI, 투트랙 간다 [팩플] 엔비디아 치밀한 ‘어장 관리’…그래도 그 틈 깨는 기업 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다" 챗GPT 창시자, 韓 극찬한 까닭 네카라쿠배→네카엘스크…이젠 ‘챗GPT 모먼트’ 왔다김경미·여성국 기자 gaem@joongang.co.kr

    2023.06.15 05:00

  • '나똑똑 AI'만 넘치는 한국…리더 10인이 제안한 생존법 [AI 패권전쟁]

    '나똑똑 AI'만 넘치는 한국…리더 10인이 제안한 생존법 [AI 패권전쟁]

    [일러스트=김지윤] 미·중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시장에서 한국의 길은 어디에 있나.  한국은 AI 언어모델을 자체 개발할 정도로 기술력은 있지만, AI 산업화의 길은 아직 멀다. 오픈AI 같은 혁신 기업이 나오기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력이 느슨하고, 지난 15년 간 서울대 컴퓨터과학 전공 정원 증가 폭이 45%(55명→80명) 증가에 그칠 만큼 인재 육성 체계가 미흡하다. 같은 기간 스탠포드대 컴퓨터전공 입학 정원은 430% 늘었다.    중앙일보가 국내 산업·학교·연구계를 대표하는 AI 리더 10명과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한국이 4대 크레바스(빙하의 균열)를 메우지 않고서는 AI 산업화를 이룰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기술과 인프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서비스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단절을 이어 붙여야 한다는 것이다.    리더들은 한국 기업들이 제조·금융·바이오 등 산업별 특화 AI를 만들고, 이를 들고 해외로 나가는 게 경쟁력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한국의 ‘비(非) IT’ 기업에선 AI 인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장병탁 서울대 AI 연구원장은 “AI 인력이 넘쳐나 기존 산업 구석구석에 흘러 들어가야 혁신이 시작되는데, AI 전공자들이 적다보니 네이버·카카오 이외 기업 거의 안 간다”라고 말했다.   한국어 AI는 시험 치를 시험지도 없다. AI 모델을 산업에 적용하려면 성능 평가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는 객관적 평가법이 없고 기업마다 ‘우리 AI 똑똑하다’라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은 “한국어 초거대 AI를 평가할 수 있는 문제은행 데이터가 빨리 정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빅테크는 ‘굴러온 돌’을 통해 내부 AI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 올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내부 AI 개발팀 1500명의 연구 성과를 제쳐놓고 스타트업 오픈AI의 GPT를 자사 전 제품에 적용했다. 구글도 오픈AI 경쟁사인 앤쓰로픽에 4억 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고, 내부 AI 조직 개편에서도 외부 출신을 앞세웠다. 반면 여전히 직접 손 대야 안심하는 한국 대기업의 ‘제조업 관성’은 스타트업 협력의 걸림돌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AI 산업 앞길을 위협하는 크레바스는 어떻게 메워야 할까. AI 리더 10인은 중앙일보에 10가지 제언을 던졌다.  ━  ① 기술-인프라 단절   AI 모델의 학습·개발·운영은 모두 클라우드에서 이뤄진다. MS는 지난 2019년 오픈 AI에 투자하며 자사 클라우드 '애저'를 오픈AI에 지원했다. 지난 1월 MS는 애저 전용 GPT 서비스를 출시했다. 스타트업 투자와 수익 사업의 선순환을 만들어낸 것.   그러나 국내 기업에 기술과 인프라의 찰떡궁합은 먼 얘기다. 검색(네이버)과 메신저(카카오)에서 한국 시장을 지켜냈다지만, 네이버·KT 등 국산 클라우드는 외산(AWS·애저·구글 등)에 비해 시장 점유율이 미미하고, 카카오는 자사 초거대 AI 모델을 구글클라우드 위에서 개발하고 있다.   AI 리더들은 ‘정부 인프라 지원’에 입을 모았다. 생성 AI 스타트업 뤼튼의 이세영 대표는 “정부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같은 AI 인프라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  ②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 단절   현재 AI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AI용 연산처리장치(GPU) 시장의 90%를 차지한 엔비디아다. 구글·메타·MS 등 빅테크가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 들어도 엔비디아가 독주하는 비결은 HW와 SW의 결합. 엔비디아는 GPU용 SW 플랫폼 쿠다(CUDA)를 2004년부터 키웠고, 전세계 엔지니어들이 이 플랫폼을 애용한다.   한국에 유망한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있고 정부도 관련 육성 정책을 내놨지만 “SW 투자 없이 HW에만 치중해서는 GPU를 이길 수 없다”(전병곤 프렌들리 AI대표)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순영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은 “AI 반도체는 국가적으로 HW 와 SW를 고루 투자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외 빅테크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을 찾아내 주목한다. 엔비디아는 GPU 가상분할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래블업을 아태 지역 유일의 협력사로 선정했고, 반도체 설계 IP(지식재산) 거물인 ARM은 AI 모델 경량화·최적화 기술을 가진 노타AI를 택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한국은 SW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방향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  ③ 데이터-서비스 단절   한국 AI의 살 길로 꼽히는 ‘특화 AI’서비스엔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특히, 영역별 AI 서비스가 나오려면 개별 기업의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오순영 센터장은 “의미있는 AI 서비스가 나오려면 기업 간 데이터 결합이 필요하다”며 “데이터 협업이 가능하도록 관련 정책이 정비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윤송이 사장은 “한국의 뛰어난 의료 시스템과 양질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면 의료 AI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진우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이 이미 강점이 있는 K엔터와 교육, 제조업 등 분야에서 한국 AI의 강점이 나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선결 과제는 각 산업에 녹아들 수 있도록 AI 인력이 늘어나는 것. 장병탁 원장은 “대학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늘리는 정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했고,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해외 우수 연구·개발 인력 유입을 위해 비자·이민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  ➃ 대기업-스타트업 단절   챗GPT는 대기업 MS가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시작됐다. 투자 불경기라지만, AI 스타트업 인수 및 투자 전쟁은 치열하다. 구글은 올해 들어서만 앤쓰로픽·런웨이 등 유망 AI 스타트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이스라엘 AI 기업을, 독일 제약사 바이온텍이 영국 AI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산업 경계를 넘는 투자도 활발하다.    하지만 국내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 및 인수 사례는 지난해 투자 혹한기 이후 더 드물어졌다. 한 AI 기술 스타트업 대표는 “대기업 내부의 AI 인력들이 걸림돌이 될 때가 많다”라며 “‘우리가 직접 다 할 수 있다’고 내세워야 내부 입지가 생기는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이 스타트업은 해외 반도체 업체와 협력을 논의 중이다.   ※ 한국 AI의 생존법에 관한 더 깊은 스토리는 The JoongAng Plus ‘팩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AI 패권전쟁 "AI, 핵처럼 규제하자"는 챗GPT 아버지…한국AI 숨통 조여온다 [AI 패권전쟁] "AI에 인류멸종? 1초도 믿은 적 없다"…'딥러닝 아버지' 반기 [AI 패권전쟁] AI 규제, 미국 풀고 EU 조이고…중국은 'AI 만리장성' 쌓는다 [AI 패권전쟁] '나똑똑 AI'만 넘치는 한국…리더 10인이 제안한 생존법 [AI 패권전쟁] "AI가 일자리 증발? 연봉격차 늘릴 것…국내법부터 빨리 정비를" [AI 패권전쟁] 머스크도 벼른다, AI 데이터 전쟁…저작권 문제 피해가는 日·EU [AI 패권전쟁]특별취재팀=심서현·김인경·여성국·권유진·김남영·윤상언 기자 factpl@joongang.co.kr

    2023.06.08 05:00

  • "AI, 핵처럼 규제하자"는 챗GPT 아버지…한국AI 숨통 조여온다 [AI 패권전쟁]

    "AI, 핵처럼 규제하자"는 챗GPT 아버지…한국AI 숨통 조여온다 [AI 패권전쟁]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6일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공지능(AI) 선두주자들의 ‘사다리 걷어차기’인가.    AI가 강타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가 ‘폐쇄 대(對) 개방’으로 두 쪽이 났다. 챗GPT 같은 AI 모델을 보유한 소수 미국 빅테크가 잇따라 AI 핵심 기술을 공개하지 않은 데 이어 AI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오픈AI는 지난 2월 출시한 챗GPT-4부터 핵심 기술을 투자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만 독점 제공한다. 구글도 최신 AI 모델의 핵심 내용은 비공개다.    폐쇄 진영의 또 다른 축은 중국. 중국의 빅테크들은 정부 통제 하에 사회주의 가치에 충실한 AI를 개발 중이다. 미국 정부가 벤처캐피탈의 중국 AI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기술 봉쇄 상황에도, 자체적으로 데이터ㆍ클라우드 컴퓨팅ㆍ반도체 등 후방 생태계를 두루 노리고 있다.   이들은 이미 AI 개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한 데다, AI가 국가 안보 기술로 떠오르자 독점·통제 전략으로 돌아서고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미·중 첨단 기술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AI 시장도 각자 구축하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들 뒤를 쫓는 국가·기업은 개방형 AI로 뒤집기 기회를 노린다. 메타(페이스북 운영사)는 오픈소스로 AI 모델을 풀며 이 진영의 선봉에 섰다. 메타의 수석과학자인 얀 르쿤 뉴욕대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AI가 너무 위험하니 규제하자는 주장은 다른 이들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I 진영 대결은 15년 전 모바일 생태계 경쟁과 유사하다. 애플과 구글(안드로이드)이 맞섰고, 후방 산업인 반도체를 놓고 미국·중국·대만·한국이 얽혀 성장했으며, 중국은 만리장성 뒤에서 기술 굴기를 준비했다. 치열했던 기술⋅철학⋅산업의 대결은 이제 AI 무대로 옮겨왔다.   AI 패권전쟁 "AI, 핵처럼 규제하자"는 챗GPT 아버지…한국AI 숨통 조여온다 "AI에 인류멸종? 1초도 믿은 적 없다"…'딥러닝 아버지' 반기 AI 규제, 미국 풀고 EU 조이고…중국은 'AI 만리장성' 쌓는다 '나똑똑 AI'만 넘치는 한국…리더 10인이 제안한 생존법 "AI가 일자리 증발? 연봉격차 늘릴 것…국내법부터 빨리 정비를" 머스크도 벼른다, AI 데이터 전쟁…저작권 문제 피해가는 日·EU 한국은 자체 초거대 AI 모델을 보유한 4개국 중 하나지만, 선두 그룹의 차단과 후발 주자들의 추격 사이에 낀 처지가 됐다. 오픈AI와 구글은 한국어 AI 수준을 높여 언어의 장벽을 이미 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LG·SK텔레콤·KT 등 5개 대기업이 개발한 한국어 AI 모델들은 새 활로를 뚫어야 한다. 네이버가 “미국·중국 AI를 쓰기 싫은 나라에는 우리가 선택지”라며 유럽·중동을 공략하고, LG가 산업별 ‘전문가 AI’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김주호 KAIST 교수는 “한국 기업은 규모의 승부보다는 특화 영역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본과 기술을 쥔 선두주자들의 목표는 시장·규제 선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지난달 미 의회 청문회에 나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같은 기구로 AI를 규제하자”고 하면서도, 유럽에 가서는 “규제가 심하면 유럽에서 GPT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지난달 프랑스·스페인·영국 정상을 각각 만난 후 “AI 규제에 대해 유용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고, 오는 9일 중소벤처기업부 초청으로 방한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AI 생태계의 핵심은 챗GPT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방대한 글⋅그림⋅동영상 데이터로 훈련해, 각종 응용 AI 서비스의 기반이 된다. 폐쇄형과 오픈소스, 양대 진영은 누가 AI 모델을 더 빨리 퍼트리는가를 두고 전쟁 중이다.   핵심 전선은 ‘안전’과 ‘성능’이다. 2015년 비영리기구로 출발한 오픈AI는 구글이 2017년 공개한 AI 모델(트랜스포머)에 기반해 GPT를 개발했지만, 최근 안전이 중요하다며 입장을 바꿨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자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AI 모델로 누군가는 커다란 해를 끼칠 수 있다”라며 “오픈소스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딥러닝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힌턴 교수도 공개 강연에서 “핵무기 기술을 오픈소스로 하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말하는 등 AI 기술 공개의 위험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오픈소스 진영은 ‘더 공개하는 쪽이 더 안전하며, 더 발전한다’라고 주장한다. 얀 르쿤 교수는 “인터넷의 방식처럼 AI도 모든 국가가 모든 것을 개방하고 이용하게 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말했다. AI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신경기계 번역 분야 석학인 조경현 뉴욕대 교수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영웅 과학자 숭배주의와 인공지능 비관론이 결합된 논의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런 논쟁 뒤에서 오픈소스 진영은 ‘저비용 고효율’의 소형 AI 모델(sLLM)로 전 세계 AI 연구자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메타의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스탠포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알파카’ 등은 파라미터(인간 뇌의 신경시냅스 역할을 하는 AI의 매개변수) 개수가 적음에도 특화형 AI로는 성능이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AI에 돈 내고 챗GPT 기반 서비스를 할까’ 고려하던 스타트업 등이 오픈소스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다. 전세계 개발자 200만명이 쓰는 허깅페이스의 줄리앙 쇼몽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25일 중앙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뛰어난 (개발자) 1만 명이 AI 모델 개발에 뛰어든다면, 실리콘밸리의 폐쇄형 기업보다 훨씬 뛰어난 한국어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빅테크 진영에선 “챗GPT 같은 거대 모델의 답을 모방했을 뿐”이라며 오픈소스 모델의 성능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정보기술 업계에선 ‘오픈소스의 메기 효과’가 AI 시장 구도에 미칠 영향에 주목한다. 전병곤 프렌들리AI 대표(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일부 지배적 회사의 주요 모델이 있지만, 용도에 맞게 파인튜닝(조정)한 다수의 소형 모델이 있는 롱테일 시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랩 소장은 “지역별·언어별 AI 생태계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구글·애플이 양분해 30%씩 앱 수수료를 챙기는 모바일 생태계같이 되진 않을 거라는 얘기다.   국내 전문가들은 한국 AI가 노릴 점은 ‘크기보다 특화’라고 조언한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초거대 범용 모델이 주목받지만, 혁신은 특화 모델에서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오순영 KB 금융AI센터장은 “산업 환경에 AI를 실제 적용했을 때 비즈니스 효과가 있으려면 영역별 디테일을 살린 특화 모델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과 유럽 지역에 클라우드, AI, 로봇 기술을 수출을 추진 중이다. 사진은 지난 3월 30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네이버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간 협약식 현장. 사진 네이버   ※ AI 패권 전쟁과 AI 임팩트에 관한 더 깊은 스토리는 The JoongAng Plus ‘팩플’ 시리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심서현·김인경·여성국·권유진·김남영·윤상언 기자 factpl@joongang.co.kr

    2023.06.07 05:00

  • 온라인 광고 뜰 때마다 동의 절차?…광고시장 판 바뀌나 [팩플]

    온라인 광고 뜰 때마다 동의 절차?…광고시장 판 바뀌나 [팩플]

    내년부터 앱이나 웹사이트의 온라인 광고에 대해 이용자가 볼지 말지 선택하는 절차가 도입된다.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광고 시장의 산업 구조 및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무슨 일이야     맞춤형 광고의 강자인 메타와 구글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30일 IT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인정보위)는 ‘온라인 맞춤형 광고 행태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이용자의 광고 선택권 보장. ‘맞춤형 광고 관련 사업자는 정보 주체가 서비스에 가입하거나 접속할 때 로그인 여부와 무관하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즉, 포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이용자의 과거 구매·검색 이력 같은 행태 정보 기반의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려면, 광고 사업자가 이용자들에게 개별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행태 정보는 웹사이트나 앱 사용 이력처럼 개인의 관심·흥미·기호 등이 드러나는 온라인 활동 정보로, 맞춤형 광고의 핵심 재료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2020년 개인정보위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2017년 제정) 관련 업무를 넘겨 받은 이후 처음 나온 개정안이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9월 구글과 메타에 100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맞춤형 광고 개선안을 모색해왔다. 플랫폼 기업이 이용자 동의 없이, 배달 앱 사용 주기 같은 행태 정보를 앱 개발사로부터 제공받아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용자가 회원가입시 정보 제공에 동의했더라도, 수집 정보의 범위가 너무 넓고 알아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인정보위는 구글·메타에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 디지털 광고업계 및 플랫폼 기업 등과 10여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청취했다.    ━  나랑 무슨 상관인데     중앙일보 홈페이지에 있는 광고. ‘온라인 맞춤형 광고 행태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각 광고 사업자마다 정보 수집 동의 및 이용를 해야 한다. 홈페이지 캡처 가이드라인은 6개월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 이후부턴 이용자는 앱·웹 이용시 새로운 페이지를 열 때마다 개별 광고를 볼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웹페이지 한 곳에 광고 사업자가 여럿이라면 동의 절차도 여러 번 해야 한다. 지금은 이용자가 광고별로 ‘i’나 ‘X’ 표시를 눌러야 광고를 계속 볼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앞으론 무조건 동의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다만, 로그인 없이 접속한 경우 이용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동의 표시의 유효기간을 1개월, 3개월, 6개월 등으로 설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현재 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의견 수렴 중”이라고 밝혔다.      ━  이게 왜 중요해     ◦ 정보수집 책임, 누구에게 있나: 개인정보위가 새 가이드라인에서 광고 사업자에 동의 책임을 지우자, 광고업계는 맞춤형 광고 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향후 제재 근거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 한 광고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자사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광고 사업자도 있지만, 그런 플랫폼에 광고를 파는 업체들이 이용자 정보 동의를 받아 광고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보 수집 주체가 누구인가는 현재 다투고 있는 쟁점이기도 하다. 구글과 메타 같은 플랫폼은 광고 파트너인 앱·웹 개발사들에게 이용자의 행태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이 도구를 쓸지 여부는 개별 개발사가 선택한다. 이 때문에 플랫폼 업체들은 이용자 행태 정보에 대한 수집 동의 책임이 개별 개발사에 있다고 주장한다. 같은 이유로 이들은 지난해 개인정보위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며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대형 플랫폼만 살아남나: 이용자 불편이 가중되면 이용자의 대형 플랫폼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광고 사업을 운영하는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웹사이트의 편의성이 더 높아지면서 대형 포털 종속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플랫폼을 가진 광고 사업자라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는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광고 사업이 전체 매출의 8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한 편. 광고 사업자로서는 제약이 많아졌지만, 여러 사업자로 나눠 광고를 진행하는 것보다 단일 사업자를 이용하는 게 편해지면 반사이익을 얻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역차별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메타는 현재 개인정보위와 소송 중이어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개인정보 보호 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 의도와 결과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며 국내 업체의 경쟁력 저하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맞춤형 광고 사라질까: 애플이 2021년 ‘앱 추적 투명성(ATT)’ 정책을 도입한 이후 맞춤형 광고 모델은 점점 더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구글과 메타가 차지하는 비중이 8년 만에 50% 미만으로 줄어든 반면 애플은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다. 방송통신광고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도 2021년 처음 8조원을 돌파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지난해 다시 7조 원대로 떨어진 상황. 한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광고 덕분인데 수익이 나지 않으면 유료화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더 알면 좋은 것     오는 9월부터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다. ‘개인정보 수집 필수 동의란’이 없어지고 선택 항목에 대해서도 이용자가 자유롭게 동의 표시를 할 수 있도록 원칙을 구체화해야 한다. 지난 2월 메타가 개인정보 수집·이전을 거부한 이용자들에 대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이용을 막은 행위에 대해 개인보위가 660만원 과태료 처분을 내린 것처럼 관련 처벌도 강화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카메라 사면 삼각대 광고 뜬다…이런 데이터 가진 자, 돈 번다 "개인정보, 美에 무단전송"…페북 메타, 유럽서 1.7조 과징금 폭탄 [팩플] 구글·메타는 왜 투명성에 꽂혔나…선택도 책임도 이용자 몫?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2023.05.30 05:00

  • 여행 폭발기에 상장? 매각?…야놀자·여기어때의 동상이몽

    여행 폭발기에 상장? 매각?…야놀자·여기어때의 동상이몽 유료 전용

    Today’s Topic, 야놀자, 여기어때의 동상이몽(feat. 네카쿠쏘)   지키는 1위와 넘보는 2위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국내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 1위 야놀자와 2위 여기어때 얘깁니다. 야놀자는 공격적인 M&A로 몸집을 키워 데카콘(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을 노리고 있고,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인정받은 여기어때는 4년 연속 흑자를 내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둘 다 팬데믹 기간 내실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야놀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에서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여기어때는 2019년 최대주주가 영국계 사모펀드 CVC로 바뀌었습니다. 최근 이들 회사의 상장(야놀자)과 매각(여기어때)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자주 들려옵니다. 3년 만에 여행 수요가 폭발하는 지금,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성장 전략은 뭘까요. OTA는 아닌데 OTA와 경쟁하는 듯한 네이버, 카카오, 쿠팡의 전략은요? 쏘카는 왜 숙박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을까요? 요즘 여행 플랫폼들의 사정, 오늘 팩플 오리지널에서 알아보겠습니다.   ■ 💬 목차  「 1.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2. 야놀자 : 몸집 키워 글로벌로   3. 여기어때 : 수익에 집중   4. 네카쿠쏘, 여기서 뭐해?   」  그래픽=한호정   1.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다수 여행사가 위기를 겪었지만 플랫폼 기업인 야놀자·여기어때는 달랐습니다.   ① 알고 보니 기회 하늘길이 막혔지만, 이들 플랫폼은 지방자치단체들과 협업해 국내 여행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호캉스’ 열풍도 한몫했고요. 무엇보다 정부가 코로나19 기간 ‘숙박대전’ 사업으로 숙박 쿠폰을 뿌린 덕을 봤습니다. 3년간 매년 300억~500억원대 정부 예산이 이렇게 풀렸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숙박대전의 최대 수혜자는 야놀자와 여기어때다. 발행 쿠폰의 절반 이상이 두 플랫폼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② 숫자는 어때 코로나 직전인 2019년 야놀자는 매출 2474억원, 영업적자 13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2년 차인 2021년엔 매출 2748억원, 영업이익 536억원이었고요. 여기어때를 볼까요?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배 성장했습니다. 2019년 매출 102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에서 2021년엔 각각 2049억, 155억원으로 늘었습니다.   ③ 엔데믹 경쟁 시작 코로나 기간 실속을 차린 이들에게 엔데믹은 그야말로 날개입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적 항공사 국제선 여객 수는 약 987만 명. 지난해 1분기(62만 명)의 16배입니다. 이 중 541만 명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5만 명대에 비하면 100배 이상 늘어난 거죠. 지난해 4분기부터 일본⋅대만 등이 한국인 무비자 관광을 재개했고, 동남아 여행 수요도 회복된 영향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국내·해외 OTA를 고루 이용했다면,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호캉스로 야놀자 여기어때가 기회를 잡았는데요. 이들이 기존 고객을 묶어 두는 락인(lock-in) 효과로 글로벌 OTA의 반격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미국 뉴욕 나스닥 광고판에 등장한 야놀자의 GGT 인수 축하 문구. 야놀자 이수진 총괄대표 페이스북.  ━  2. 야놀자: 몸집 키워 글로벌로   야놀자는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 산하에 플랫폼·클라우드·인터파크 부문을 두고 있습니다. 자회사인 야놀자클라우드는 인수합병 M&A)을 통해 글로벌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플랫폼과 인터파크는 항공·숙박 등 B2C(기업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① 성장하는 클라우드 ◦ 숫자를 보자: 지난해 야놀자는 연결기준 매출 6045억원, 영업이익 6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은 전년보다 8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536억원)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는데요. 야놀자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 확대 과정에서 투자 비용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합니다. 클라우드 사업(야놀자클라우드)의 과감한 인수합병 영향이 큽니다. 지난해 야놀자클라우드 매출(1095억원)은 전년보다 3배 이상 성장했지만, 1년 새 영업적자(114억원→249억원)는 더 불었습니다. 숙박업체들에 파는 IT 솔루션 사업과 채널링(숙박 등 인벤토리를 다른 플랫폼에 공급) 매출이 늘긴 했지만, 인수한 회사들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이 많습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분명히 야놀자 전체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건 맞습니다.    ◦ 전략을 보자: 야놀자는 2021년 10월 PMS(호텔자산관리시스템)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야놀자클라우드를 분사시켰습니다. 숙박이나 레저 시설 운영사 등 다양한 고객들에게 IT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PMS뿐 아니라 BE(예약창구), CMS(창구관리시스템), RMS(객실관리시스템) 등 여러 솔루션 중 고객이 필요한 걸 골라 쓸 수 있게 한 거죠. 이 시장의 특징은 숙박업체들이 한 번 쓴 솔루션을 잘 안 바꾸고, 로컬 기업 점유율이 높다는 겁니다. 그래서 야놀자는 공략 대상 지역의 현지 기업을 인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야놀자가 보유한 숙박 인벤토리를 다른 여행 플랫폼에 판매해 B2B 수익을 내려고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② M&A는 나의 힘? ◦ 나스닥, 그린라이트?: “나스닥으로부터 축하를 전광판으로 받으니 원톱 트래블 기업이란 목표에 한발 한발씩 걸어가고 있다고 느낀다.” 지난 16일 야놀자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야놀자클라우드가 B2B 여행 솔루션 기업인 고글로벌트래플(GGT)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전광판에 야놀자 로고가 등장했습니다. 나스닥이 야놀자의 GGT 인수를 축하한다는 광고를 한 겁니다. 나스닥의 상장 유치 활동이지만 야놀자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인정해준 면도 있습니다.   ◦ 글로벌 플랫폼: GGT는 2000년 이스라엘에서 시작한 기업입니다. 이 총괄대표는 “GGT를 인터파크(3011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 세계 200여 개국에 100만 개 이상의 글로벌 최대 규모 여행·숙박 인벤토리를 확보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허브를 구축해 여행·호스피탈리티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야놀자의) 위치를 공고히 할 것으로 판단해 (GGT)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GGT의 인벤토리와 네트워크를 강화한 M&A였다는 의미입니다,    ◦ 숙제는 경영 시너지: GGT 전에도 야놀자클라우드는 글로벌 각 지역에서 왕성하게 기업을 사들였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PMS 기업 인소프트를 830만 달러(약 110억원)에, 지난해 9월에는 야놀자클라우드가 투자한 아프리카 호스피탈리티 기업(호텔온라인)이 동아프리카 등의 2200개 호텔에 PMS를 공급하는 업체(호텔플러스)를 인수했습니다. 비전펀드2에서 유치한 투자금을 활용한 거죠. 야놀자 관계자는 “2021년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은 뒤 국내외 7개 기업을 인수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쇼핑 후엔 숙제가 남습니다. 운영 효율을 높이고 투자금보다 더 큰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게 경영의 힘입니다. 그래서 요즘 야놀자는 인수한 PMS들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야놀자와 시너지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③ 비장의 무기, 인터파크 ◦ 알짜만 남겼다: 야놀자는 2021년 말 인터파크 지분 70%를 3011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인터파크의 쇼핑·도서 등 분야를 매각해 211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습니다. 인터파크의 알짜였던 여행⋅공연 사업, 판교 신사옥만 남겨 남는 장사를 했습니다. 지난해엔 인터파크가 초개인화 여행 플랫폼 트리플을 인수했고요. 이제 야놀자 그룹(야놀자⋅데일리호텔·트리플·인터파크)는 국내외 숙박·항공권 등 B2C 여행 시장의 전 영역을 쥐게 됐습니다.   ◦ 이젠 ‘인바운드’: 야놀자는 올해 하반기에 인터파크를 통해 국내를 방문하는 해외 여행객, 즉 인바운드 수요를 공략할 계획입니다. 야놀자 관계자는 “국내 1위는 우리에게 의미 없다”며 인바운드 시장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이어서 그는 “글로벌 OTA는 한국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숙박만 연결해줄 뿐 콘텐트는 못 준다”며 “인터파크는 항공·숙소뿐 아니라 공연·티켓까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인바운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싱크탱크는 왜: 야놀자는 지난 3월 “관광 산업은 제2의 반도체 산업”이라며 싱크탱크 야놀자리서치를 만들었습니다. 여행 산업의 디지털 전환 주도권을 확보하고 글로벌 전략 연구기지를 육성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야놀자가 쌓은 데이터로 미국 퍼듀대와 경희대가 여행 산업 지표를 만들어 연구할 계획입니다. 2021년 ‘테크 올 인(Tech All-In)’ 비전을 선포한 야놀자가 연구개발을 강화하는 만큼 해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지 주목됩니다.  여기어때    ━  3. 여기어때: 수익에 집중   몸집을 빠르게 키운 야놀자와 달리 여기어때는 수익에 집중하는 전략입니다. 2019년 영국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에 창업자(심명섭 전 대표)가 지분을 매각한 이후,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며 차근차근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이죠.   ① 달라진 2위 2015년 설립된 여기어때는 야놀자가 주도하던 숙박 앱 시장에서 무료 수수료 같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급성장했습니다. 당시 여기어때와 야놀자의 치열한 광고 경쟁, 기억하는 분들 있으시죠? 하지만 그 후 야놀자가 치고 올라왔습니다. 야놀자가 2015년 시리즈 A(100억원)부터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조원 투자를 받으며 ‘트래블’에 ‘테크’를 붙이는 사이 여기어때는 사업 확장 속도에서 밀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2019년 CVC가 여기어때 경영권을 약 3000억원에 인수한 뒤 좀 달라졌습니다.   ② 선택과 집중 ◦ 선택=단거리 여행: 여기어때는 여행·여가의 핵심 자원인 숙박과 교통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데 충실하겠다는 전략입니다. CVC캐피탈은 해외 사업으로 여기어때의 성장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하필 그때 코로나19가 터져 내수 시장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2020년 맛집 추천 플랫폼(망고플레이트)을 인수해 국내에서는 여가·외식으로 분야를 넓혔습니다. 그렇다고 해외를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었고요. 2021년 10월 해외여행 전문기업인 ‘온라인투어’ 지분 20%를 500억원에 확보했습니다. 이후 해외 항공권·숙소 예약 서비스를 공개했고, 렌터카 실시간 비교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지난해에는 파티룸 등 공간 대여를, 개인 맞춤형 숙소(홈앤빌라)도 내놨습니다.   해외여행의 경우 일본·베트남 등 비행 5시간 이내 단거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명훈 대표는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근거리 해외여행을 쉽게 다녀올 수 있도록 항공과 숙소를 결합했다. 간편함과 신뢰성에 집중해 해외여행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어때의 2월 기준 단거리 항공권 거래액은 지난해 10월과 비교해 3.8배 늘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단거리 부문의 긍정적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여행 서비스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집중=실속: 이 회사는 불황이 덮친 지난해에도 매출 3059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으로 성장과 수익을 동시에 챙겼습니다. 회사는 “국내 여행 부문은 고급 숙소와 모빌리티 교차 판매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분석합니다. 숙소 정보로 유입된 고객이 렌터카·항공권 등 모빌리티 상품을 함께 구매해 시너지를 냈다는 겁니다. 올해는 ‘해외여행 리바운드 원년’으로 삼고,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몸집을 키울 계획입니다. 인바운드 시장 공략을 고민하는 야놀자와 달리 원래 하던 걸 더 잘하겠다는 실속 전략입니다. 정명훈 대표는 지난 3월 연간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치열한 플랫폼 경쟁 속에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증명했다”면서 “모두가 ‘여행할 때 여기어때’를 떠올리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어게인 2015, 광고 전쟁: 여기어때는 최근 3년간 광고비를 매년 늘렸습니다. 2020년 284억원에서 2022년엔 617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지난해 이 회사 영업이익(301억원)의 2배 이상이고, 매출 규모가 2배인 야놀자 광고비(408억원)보다도 더 많았습니다. 윤종신·장기하 등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이 모델로 등장하는 여기어때 TV 광고, 여러분도 한 번쯤 보셨을 거예요. 그래서 효과가 있었냐고요? 지난해 하반기부터 동남아⋅일본 등 해외여행 인원이 급증했습니다. 그러더니 지난 2월엔 앱 신규 설치 건수 33만 건을 기록하며 야놀자(21만 건)를 앞섰다고 합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③ IPO냐 매각이냐 여기어때가 4년 연속 흑자를 내자, IT와 투자업계에서는 CVC의 매각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4월 여기어때는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500억원을 투자받으며 기업가치 약 1조2000억원의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여기어때는 당초 기업공개(IPO)를 고려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길입니다. 올해 컬리⋅오아시스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IPO를 연기했습니다. 야놀자 말고도 해외 OTA나 마이리얼트립 등 여행 스타트업의 약진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부담입니다. 이렇다 보니, 여기어때 최대주주인 CVC가 투자금 회수 시점을 당기기 위해 경영권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옵니다. 기업 체질은 좋아진 듯하지만 IPO에서 1조원 이상 몸값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여행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1조원대 매각 딜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며 “CVC 입장에서 매각이 시급한 상황도 아닌 것으로 안다.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어때에 물었습니다. 회사 측은 “매각 대상이지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여행과 여가 기반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에 집중해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편리한 여행을 가도록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  4. 네카쿠쏘, 여기서 뭐해?   OTA는 아니지만 OTA 같은 플랫폼들이 있습니다. 국내 대표 IT 플랫폼인 네이버, 카카오, 쿠팡입니다. 각각 검색·콘텐트, 커뮤니케이션, 커머스 시장에서 막대한 트래픽을 모은 강자들입니다. 이들이 기존 서비스 플랫폼에 여행과 숙박을 붙이면? 소비자에겐 여행⋅숙박 플랫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최근엔 쏘카도 숙박 시장에 발을 들였습니다. 왜 뛰어들었을까요?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   ① 네이버여행 지난 2월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여행 상품 플랫폼 이용 경험률 조사에 따르면 1위는 야놀자(22.9%), 2위는 네이버(19%)가 차지했습니다. 여기어때는 근소한 차이(0.3%포인트)로 3위. 소비자들은 네이버를 이미 여행 플랫폼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네이버여행은 OTA가 아니라 ‘메타 서치 플랫폼’”이라고 강조합니다. 구글이나 스카이스캐너처럼 중개만 한다는 주장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매물을 가진 파트너사들과 제휴해 상품을 중개하는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여행 상품을 노출해 중개 수수료를 받고, 이용자들에게는 네이버페이나 포인트 연동 시 혜택을 제공하는 정도”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숙박업체들은 야놀자와 여기어때 대신 ‘네이버예약’을 통해 직접 예약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데도 숙박 플랫폼이 아닐까요?   야놀자나 여기어때 입장에서 보면 네이버는 파트너이자 경쟁자입니다. 여행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고객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춘 검색 포털 네이버는 OTA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② 카카오와 쿠팡트래블 여행 카테고리를 ‘중개이자 협업’으로 정의하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와 쿠팡은 여행 상품을 커머스로 접근합니다. ◦ 카카오의 트래블 커머스: 카카오는 ‘쇼핑’과 ‘선물하기’에서 호텔 숙박권, 여행 패키지 상품을 판매합니다. 카카오 맵에 장소 예약 기능을 추가해 최근에는 숙박 예약도 가능해졌습니다. 야놀자·인터파크의 인벤토리를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항공권을 판매 중인 카카오모빌리티는 괌에서 택시 투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요. 카카오 관계자는 “커머스 관점에서 호텔 숙박권 등 일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카오맵 장소 예약의 경우 맵 생태계 확장 차원이라 OTA와 직접 경쟁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여행 소상공인 셀러를 모집하는 쿠팡트래블 ◦ 쿠팡의 여행 버티컬: 쿠팡은 보다 적극적입니다. 쿠팡 여행 전문관인 쿠팡트래블은 지난달 여행 소상공인 셀러(판매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쿠팡트래블에 입점한 중소 여행사나 숙박업체 등은 쿠팡이 구축한 숙박, 항공, 패키지, 렌터카 등 판매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쿠팡의 무기인 1100만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특별 기획전 상품을 출시할 수 있고, 참여 셀러에게는 쿠팡트래블 노출 등 프로모션 혜택도 제공합니다. 쿠팡 관계자는 “와우 멤버십 회원들에게 저렴한 특가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여행 업계 소상공인들에게 입점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과 같은 멤버십 혜택 확장과 고객 가치 확대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100만 유료 사용자를 쥐고 여행 시장에 진출한 쿠팡의 전략, 야놀자와 여기어때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여행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여행 상품은 숙박의 경우 날짜나 룸컨디션 등 재고관리가 일반 상품과는 차이가 있어 고유의 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쇼핑몰 트래픽을 기반으로 여행 상품을 팔겠다는 커머스 관점 기업들은 네이버에 비해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쿠팡인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쏘카스테이 ③ 쏘카, 니가 왜 거기서? 쏘카는 24일 코레일유통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카셰어링과 철도를 연결한 모빌리티 거점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카셰어링과 전국 2만5000개 호텔·리조트 예약이 동시에 가능한 ‘쏘카스테이’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쏘카 앱에 추가된 쏘카스테이를 통해 원하는 지역의 호텔을 예약하고 카셰어링을 순차 선택할 수 있습니다. 숙박 시설만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쏘카는 ‘야놀자’와 ‘온다’ 등에서 API를 통해 숙박을 끌어오고, 일부 숙소는 직접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야놀자와 협력하는 모양새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오프라인 경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죠.   쏘카 관계자는 쏘카스테이에 대해 “하나의 앱에서 이동 수단과 숙박 예약이 원스톱으로 가능한 유일한 서비스로 다른 OTA 대비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면서 “KTX 결합을 시작으로 숙박·액티비티 등을 모빌리티와 연결하는, 이동의 모든 여정에 걸친 서비스로 확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쏘카 앱에 숙박을 붙이는 게 야놀자보다 경쟁력 있을까요? 회사 측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행 플랫폼에 렌터카를 붙이는 것보다, 쏘카 앱에 숙박을 붙이는 게 소비자에겐 더 편리하다고요. 전자의 경우, 소비자는 렌터카 할인 쿠폰을 입력하거나 업체에 직접 방문해야 해 번거롭다는 겁니다. 모빌리티에서 OTA로 확장한 쏘카, 계획대로 소비자 마음을 잡을 수 있을까요. 쏘카의 실적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요? 여행 수요 폭발기인 올해 이들의 경쟁을 함께 지켜보시죠.   

    2023.05.25 17:53

  • [팩플] “네이버, 잡코인이 메인코인 둔갑할 위험 수수방관” 압박 수위 높이는 與

    [팩플] “네이버, 잡코인이 메인코인 둔갑할 위험 수수방관” 압박 수위 높이는 與

    네이버 사옥. 뉴스1 네이버 모바일 앱이 출처가 불분명한 가상자산 뉴스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문제가 되자 중단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네이버증권 가상자산 실시간 현황’과 관련해 “잡코인도 메인 코인으로 둔갑할 수 있는 조작 허점이 있는데 네이버가 이를 알고도 수개월간 수수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실시간 현황’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제공한 가상자산 관련 속보 서비스다.      논란이 된 해당 서비스는 네이버 모바일 앱의 ‘네이버 증권’ 페이지 중 가상자산 거래가 정보를 제공하는 섹션에 들어 있었다. 네이버가 콘텐트 제공 업체 ‘코인니스’와 제휴를 맺고 가상자산과 관련된 실시간 속보를 해당 섹션에 노출해주는 방식이었다.    박 의원은 코인니스가 다른 언론사의 기사를 허락 없이 편취했고, 정보를 검증할 능력도 없어 누군가 이를 이용해 시세 조종을 시도해도 이를 거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출처가 없는 기사를 통해 누군가 시세 조종을 시도해도, 이를 방지할 자체 검증 능력도 의심스러운 업체(코인니스)에 네이버가 독점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업체는 가상자산 인플루언서, 불분명한 기업 공지사항, 출처를 알 수 없는 뉴스 요약 등을 별도 검증 없이 제공하고 있어 뉴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공신력 없는 해당 서비스로 인해 특정 코인의 시세 조종 개입 위험이 상존한 상황이고, 네이버가 코인 조작 세력들의 놀이판을 깔아준 것에 대해 책임 있는 사과 표명도 없이 서비스를 중단하면 그만인가”라며 네이버를 몰아 붙였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왜 중요해   ‘김남국 코인’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 시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커지는 가운데, 네이버의 플랫폼 관리 부실이 드러난 사례다. 특히, 최근 정부·여당은 연일 플랫폼으로서 포털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가짜 뉴스, 쇼핑몰 가짜 후기 등에 네이버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 데 대해 네이버가 책임을 다 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    여당 의원들은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도 연이어 발의하고 있다. 시작은 뉴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포털이 뉴스 서비스로 벌어들인 광고수익 등 손익내역을 정부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포털 사회적 책임법’(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결’과 ‘중개’를 핵심 사업모델로 하는 네이버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날 가상자산 거래 정보 서비스에서 또 문제가 생긴 것.     ━  네이버는 뭐래   문제가 불거지자 네이버는 “이날 오후부터 실시간 현황 기능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당 서비스는 지난달 출시된 것으로 내부적으로 계속 보완 작업을 해왔다”며 “해당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인지해 논의가 이뤄졌고 조만간 코인니스와 맺은 뉴스 서비스 공급 계약을 중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지금 뜨는 기업ㆍ기술 궁금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를 만나보세요.👉 https://www.joongang.co.kr/factpl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3.05.16 19:57

  • 1분기 실적 보면 목표 보인다…네카오의 ‘생존 몸부림’

    1분기 실적 보면 목표 보인다…네카오의 ‘생존 몸부림’ 유료 전용

    Today’s Topic,네카오가 몸부림칠 때 지난주 네이버와 카카오 1분기 실적이 각각 발표됐습니다. 곧이어 네이버는 PC화면 개편, 카카오는 포털 다음 분사 같은 굵직한 변화를 알렸고요.   국내외 테크 기업은 격변기를 맞았습니다. 그간 조직은 한껏 커져 인건비는 불었는데 광고 시장은 위축됐고, 한편으로 챗GPT로 생성AI 전쟁이 격화됐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참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데요.   네이버와 카카오의 현주소와 가능성, 그리고 과제는 뭔지, 최근 두 기업이 공개한 계획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1분기 실적 발표에 드러난 숫자와 경영계획에 기반해 빅테크와 비교하며 살펴보겠습니다.   ■ 🧾목차 「 1. 네카의 엇갈린 1분기, 속살은? 2. 네이버 : 구글이 못 되면, 아마존이 될래 3. 카카오 : 커머스 부착, 포털 탈착, AI는 어디에 ‘착’? 4. 네카의 고민 : 클라우드, B2B   」  그래픽=한호정  ━  1. 네카의 엇갈린 1분기, 속살은?    네이버는 선방, 카카오는 어닝쇼크 수준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매출 2조2804억원(전년 대비 +23.6%), 영업이익 3305억원(+9.5%)를 기록했습니다. 카카오는 매출 1조7403억원(+5.4%)에 영업이익이 711억원(-55.2%)으로 매출은 조금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습니다.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은 4.1%로 내려왔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양사 상황이 달라 보이지만, 의외로 공통점이 보입니다. ▶디스플레이 광고 위축 ▶커머스 선방 ▶여전히 약한 B2B 입니다.   ① 배너광고 위축, 대안 찾아가는 중 : 두 회사 모두 매출 중 광고 비중이 가장 큽니다. 공간을 내주는 배너 광고가 메인이고 굵직한 광고주가 붙는데, 경기 영향을 많이 받죠. 네이버는 디스플레이 광고가 전년 대비 13.1% 감소했고, 카카오도 카톡 내의 배너 광고인 ‘비즈보드’ 매출이 소폭 감소했습니다. 양사는 대안도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검색광고 매출이 전년 대비 5.3% 성장하며 방어하는 가운데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 AI가 맥락에 맞는 광고를 정해 올리는 신제품도 올해 선보였습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메시지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습니다. 양사 모두 배너의 약화를 기존 강점인 검색, 톡을 활용한 광고 상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지요.   ② 커머스와 결합 강화 : 네이버는 사업 부문 중 검색(서치플랫폼)과 커머스의 영업이익을 묶어서 공개합니다. 아직 커머스 자체 영업익이 공개할 정도가 아니라는 의미도 되고, 또 두 분야가 강하게 결합돼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네이버 전체 영업이익률이 14.5%인데 검색+커머스 분야 이익률은 31.6%입니다. 카카오 역시 전체 영업이익률은 4.1%이지만 톡+커머스 분야 이익률은 20%로 차이가 큽니다. 네카의 본체인 ‘검색’과 ‘톡’에 커머스를 밀접 결합해 수익을 높이는 전략은 지속될 전망입니다.   ③ 여전히 약한 B2B : 네카의 이번 1분기 실적발표와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양사 경영진 모두 광고와 커머스 위주로 설명해, B2B와 클라우드 사업 존재감은 적었습니다. 당장 매출 기여 부분이 적고, 내세울 만한 실적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및 기타’ 사업부문은 매출 1146억원에 영업손실 817억원으로, 매출 성장은 전년 대비 1.2%로 제자리 수준에다가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카카오는 헬스, AI, 클라우드 부문을 ‘뉴 이니셔티브’로 부르는데 이 부문은 아직 돈 벌 단계가 아닙니다. 배재현 카카오 부사장(공동체 투자총괄 대표)은 “올해 AI 관련 투자 비용이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 초부터 비용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네카 각각의 고민과 과제, 방향에 대해 각각 살펴보도록 하죠.    ━  2. 네이버 : 구글 못 되면, 아마존이 될래   지난 10일 네이버는 ‘새로운 PC 메인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2020년 4월 이후 3년 만의 대규모 개편인데요. 눈에 띄는 건 ‘쇼핑’ 의 중앙 배치와 메모장·캘린더 같은 ‘업무 도구’의 전진 배치입니다. PC 개편안에서, 또 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네이버의 방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쇼핑’ 영업이익 강화 : 네이버의 새로운 PC 첫 화면에서 쇼핑은 정 중앙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합니다. 원래 카페나 블로그 같은 UGC(유저 생산 콘텐트)를 분야별로 보여주던 자리였습니다. 1분기 네이버 커머스 매출(6057억원)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5%로, 전체 매출 증가율(23.6%)의 2배에 가까운 고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포시마크 매출이 포함돼 급증한 것이고, 영업이익을 잘 냈느냐는 다른 얘기입니다. 네이버는 아직 커머스 부문 자체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습니다.   네이버 쇼핑은 여타 e커머스와 달리 상품 중개 매출보다도 광고 매출 비중이 높습니다. 쇼핑 광고 수익이 크기에, 판매 수수료율을 경쟁사 대비 높지 않게 유지할 수 있죠. 그런데 지난 분기 쇼핑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4% 상승에 그쳤습니다. 최수연 대표는 컨콜에서 “앞으로 판매 수수료율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라고 했는데요. 물론 판매 수수료율을 올리면 커머스 영업익은 개선되겠으나, 플랫폼 규제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쇼핑 광고 매출을 끌어올려야 할 겁니다. 네이버 PC 첫 화면에 쇼핑이 주인공이 된 이유와 무관하지 않겠지요.   ② AI 전쟁 대비 ‘업무용 도구’ 자리매김 : 기존 네이버 PC 화면에서 쇼핑이 있던 자리인 우측에는 ‘위젯 보드’가 들어갔습니다. 캘린더, 메모, 파파고, 영어사전, 나우 등 5가지 서비스가 자리잡았습니다. 네이버 측은 “학교 공부나 직장 업무 중 사용하는 멀티 태스킹 수요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최근 글로벌 빅테크가 벌이는 생성 AI 상용화 경쟁과 관련이 있습니다. 최 대표는 컨콜에서 “AI의 상용화 활용 사례가 글로벌 시장에서 창작, 업무 툴 중심으로 급속도로 출시되고 있다”라며 “네이버 B2C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라고 했습니다.   MS와 구글은 챗 GPT와 바드 같은 대화형 AI를 MS 오피스나 구글 독스 같은 자사의 업무용 소프트웨어에 연계하려 합니다. 그게 생성AI로 돈 벌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는 MS와 구글이 이미 업무용 SW 시장의 강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에 비해 네이버의 업무용 툴은 시장 존재감이 미미하죠. 네이버가 당장 매출이 나오지 않는 메모장·파파고 같은 자사 서비스를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전진 배치한 배경입니다. 하이퍼클로바X는 여름에 나올 예정이고, 이를 연계한 업무용 툴은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데, 일단 그 전까지 사용자들에게 네이버의 업무용 툴을 손에 익게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③ 구글보다 아마존? :  최수연 대표는 지난 8일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가 주목받고 있다”며 “네이버 쇼핑은 이미 이용자와 판매자 생태계, 상품 DB 측면에서 강력한 입지를 보유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리테일 미디어란, 구매처에서 혹은 구매 시점에 고객에게 광고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매우 단순화해 말하자면 ‘구글 검색’이 아니라 ‘아마존 검색’인 겁니다. 사람들은 구글에서도 아마존에서도 검색을 합니다. 물론 구글 사용 빈도가 더 높지만, 아마존에서의 검색은 ‘사야겠다’라는 목적이 짙은 검색입니다. 그때 광고하면 구매로 연결되는 효율이 높은, 좋은 광고 기회겠죠.   실제로 아마존은 지난 1~3월 전체 매출이 9%, 클라우드 매출이 16% 상승하는 가운데 광고 매출은 23% 고성장했습니다. 앤디 제시 아마존 CEO는 “고객이 아마존에서 상호작용하는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머신러닝에 꾸준히 투자한 덕분에 광고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라고 했는데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고객 정보를 지닌 플랫폼은 명실공히 네이버입니다. ‘우리가 리테일 미디어의 잠재적 강자’라는 최 대표의 말은 신빙성 있습니다. 네이버는 구글의 정보성 검색보다는 ‘문제 해결형 검색’, ‘구매 연계형 검색’을 지향해 왔는데요. 어쩌면 2023년 현재 네이버 검색이 추구하는 모델은 구글보다는 아마존에 가까울 수 있겠습니다.    ━  3. 카카오 : 커머스 부착, 포털 탈착, AI는 어디에 ‘착’?   카카오의 고민과 전략은 ‘탈부착’으로 나타납니다. 최근 뭘 붙였고 뭘 떼어냈는지를 보면 카카오의 방향이 보입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① PC 아깝지만 다음 떼낸다 : 오는 15일 포털 ‘다음’은 카카오의 사내독립법인(CIC)로 분리됩니다. 지난 2014년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했고, 다음이 상장사이기에 카카오는 우회상장한 격이 됐습니다. 한동안 ‘다음카카오’였다가 1년 후에는 아예 ‘카카오’가 됐죠. 이후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 위주로 성장해왔고, 지난해 9월 ‘다음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하는 등 PC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의 광고 ‘포털 비즈’ 매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돈을 벌지 못했으니까요. 자회사를 키워 상장시키는 카카오의 전략에 해당할 후보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최근 챗GPT를 선두로 한 생성 AI의 비즈니스 모델이 꼭 모바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 도리어 PC 업무용 서비스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카카오가 PC를 너무 가차없이 버리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를 감안했는지, 카카오는 다음 CIC 독립을 발표하며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② 커머스 끌어안기 :  카카오는 그간 카카오커머스를 뗐다 붙였다 반복했습니다. 2018년 분사했다가, 2021년 사내독립법인(CIC)으로 뒀다가, 2022년 1월 다시 카카오의 사업부문으로 흡수, 2022년 9월엔 다시 CIC로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카카오톡과 시너지를 내면서도 빠른 경영판단이 가능한가’를 여러 가지로 실험해 본, 그만큼 금쪽같은 존재인데요. 특히 ‘선물하기 배송상품’은 이익률이 높은 효자 품목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했습니다. 선물하기 중에서도 샤넬 화장품 같은 명품 뷰티 거래액이 성장세의 선두에 있어, 카카오는 아예 럭셔리 잡화, 주얼리, 리빙까지 갖춘 ‘선물하기 럭스 탭’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물론 이용자입니다. 카카오는 그간 이른바 ‘3탭’, 카카오톡의 3번째 탭에 이런저런 개편을 해왔는데요. 그간 각종 콘텐트를 보여주는 ‘카카오뷰’가 3탭을 차지했으나 이번달 내로 오픈채팅이 3탭을 차지합니다. 지인 기반이 아닌 ‘관심사 기반’ 채팅을 활성화하겠다는 건데, 지난 4일 컨퍼런스콜에서 홍은택 대표는 “연말까지 기존 뷰탭 대비 2배 이상 일간 활성화 이용자 수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카카오브레인은 이미지 생성 AI 모델 ‘칼로(Karlo)’ 기반으로 'AI 프로필' 등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③ AI는 어디에 붙이지? 카카오는 올해 AI와 클라우드에 돈 쓸 각오가 돼 있습니다. 배재현 투자총괄 대표는 컨콜에서 “올해 뉴 이니셔티브 예상 영업손실 최대치를 3000억원으로 잡는다”며 “이중 80% 이상이 클라우드 비용(AI와 관련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고민은 AI를 붙일 데가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카카오브레인의 이미지 생성 AI 칼로,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코GPT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코GPT 2.0’(하반기 출시 예정) 등이 있지만, 투자가 막대한 만큼 회수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카카오가 내세운 후보는 헬스케어입니다. 배재현 대표는 “헬스케어, 브레인에서 상용화 가능한 서비스(비즈니스)가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의료영상 기반의 판독문 초안 생성 서비스’(AI CAD)의 웹 데모 서비스를 오는 3분기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  4. 네카의 숙제 : 클라우드, B2B   양사 모두, 빠듯한 살림에 AI 기술 투자와 사업모델 개발을 해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네이버는 북미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고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등 대규모 ‘지름’을 끝낸 직후이기도 하죠.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해외 빅테크처럼 10%씩 감원하고는 ‘비용 감축으로 실적이 개선됐다’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AI 대전에 참전하는 네카는 특히 클라우드와 B2B에서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구글 I/O에서 AI 기술과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든 것의 기반, 클라우드 : 구글·MS·아마존 등 빅테크는 지난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공통점은 클라우드입니다. 아마존 AWS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고, MS 애저는 27% 성장, 구글 클라우드는 28%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구글 클라우드는 사상 최초로 수익을 냈습니다. 그간 클라우드 사업이 적자였다가 드디어 흑자 전환한 겁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B2B, 인프라 사업이 효자가 된 거죠.   클라우드에 올리는 기업용 AI : 클라우드는 AI 기술을 상용화해 사업으로 만들 기반이 됩니다. 초거대 언어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구글과 MS는 물론 아마존, IBM 같은 해외 테크 업체들이 모두 여기 뛰어들었습니다. 구글과 MS는 구글독스와 MS오피스 같은 각종 생산성 프로그램에 AI 결합하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기업용 자체 AI 개발을 위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 ‘베드록’의 테스트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장기 AI 투자, 단기 매출처 발굴해야 : AI 개발은 돈 많이 드는 장기 투자입니다. 가장 앞선다는 오픈AI도 개발·운영 비용이 많이 들어, 1000억 달러(약 133조원)를 투자받아 조달하겠다고 할 정도입니다. AI 개발과 함께, 상용화할 B2B 비즈니스 개발해야 합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통해 클라우드와 업무용 SW 등 B2B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수연 대표는 “연내 라인웍스, 네이버웍스 같은 생산성 도구에 하이퍼클로바X를 접목한 기업향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라고 했습니다. 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양사의 B2B 성적이 나올 겁니다. 그때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023.05.11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