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팩플] 상반기 벤처투자 전년 대비 42%↓…하반기엔 나아질까

    [팩플] 상반기 벤처투자 전년 대비 42%↓…하반기엔 나아질까

    경기도 판교에 있는 유스페이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판교 테크노벨리 전경. 전민규 기자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 규모가 1년 전보다 4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리 인상에 따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도 투자에 신중해진 영향이다. 현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조심스레 나온다.    ━  무슨일 이야   중소벤처기업부가 1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은 4조444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조6442억원)보다 41.9% 줄었다. 민간과 정책 부문의 벤처 투자가 일제히 감소한 영향이다. 이 기간 모태펀드의 벤처펀드 출자금액(2337억원)은 지난해 상반기(3565억원)보다 34.4% 줄었고, 이를 포함한 전체 정책 금융 출자금액(6620억원)도 1년 전(1조803억원)보다 38.7% 줄었다. 민간부문 출자액도 올해 상반기 3조9297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상반기(7조6158억원)에 비하면 48.4%가 쪼그라들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으로 세계 주요국이 유동성을 확대하면서 벤처 투자 규모가 이례적으로 급증한 영향으로 이번 통계엔 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라며 “금리 인상으로 벤처투자의 ‘큰 손’인 금융기관과 VC들이 투자 규모를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현장 분위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트업과 벤처 투자는 ‘빙하기’에서 좀체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 왓챠 등 누적 투자액 1000억원을 넘긴 스타트업도 올해 상반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또한 카카오도 지난해 계열사 중 가장 큰 영업손실(1406억원)을 기록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업 조직을 개편하며 구조조정 중이다.     또 폐업 위기에 몰린 스타트업들이 늘다 보니 폐업 절차와 관련 법률 자문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 변호사는 “투자 시장 악화로 지난해보다 사업 중단에 따른 투자 기관과의 계약 문제, 폐업에 따른 임원진의 책임 문제 등에 대한 법률 자문 요청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하반기에는 다를까   일부 기술 기반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하반기엔 투자 물꼬가 트일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특히 공학과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deep-tech) 기업,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등이 그렇다. 생성 AI 기술 스타트업인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 6월 15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고, AI 반도체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모레도 지난달 KT 그룹으로부터 150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최근 AI의 발전으로 기술 변곡점이 왔다는 인식이 살아 나면서, 딥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도 “VC들이 투자 집행을 줄인 건 금리 인상 등 당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으므로 올해 하반기 분위기는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정부 대책은   중기부는 지난 4월 금융위원회와 합동으로 벤처·스타트업에 총 10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지원책을 발표하는 등 벤처투자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해외 스타트업과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종합 대책인 ‘스타트업 코리아’도 올해 하반기에 발표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타트업 코리아 정책 관련 예산 등 실무적인 세부사항을 놓고 관계 부처와 막바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타트업들의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 있는 정부 정책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한국은 금융기관이 스타트업에게 대출을 내주는 데 인색한 편”이라며 “현금 조달의 비중을 따졌을 때 투자와 융자의 비중이 반반인 실리콘밸리처럼, 정부가 스타트업 투자 이외에 (융자 등의) 영역에서 대책을 강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3.08.10 16:10

  • [팩플] 3高 한파에, 벤처투자 꺾였다…글로벌 유니콘 수도 반토막

    [팩플] 3高 한파에, 벤처투자 꺾였다…글로벌 유니콘 수도 반토막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위기로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가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투자 감소세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세계 최대 가전·IT(정보기술) 박람회 'CES 2023' 이틀째인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의 유레카 파크로 불리는 홀G에서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참여하는 K-스타트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무슨 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11.9% 감소한 6조7640억원으로 파악됐다고 29일 밝혔다. 집계 범위는 중기부 소관 벤처투자조합 투자금액과 창업투자회사 직접 투자금액이다. 중기부가 집계하는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위축세에 대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 위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이게 왜 중요해     국내 스타트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 수치로 가시화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투자 경색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해 3분기 이후다. 지난해 1분기 투자는 2조22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5% 늘고 2분기에도 1.4%(262억원)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3분기부터 38.6%(8070억원)가 줄고, 4분기에는 43.9%(1조381억원)나 감소했다. 중기부는 “시장이 경색되기 전에 검토되던 투자 건들은 상반기에 집행됐지만 3분기 들어 고물가, 고금리가 본격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바이오·의료에 대한 투자(1조1058억원)가 전년보다 34.1% 줄어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영향으로 분석됐다. 게임 업종 투자(1615억원)도 31.4% 줄어 바이오‧의료 업종 다음으로 감소 폭이 컸다. 영상·공연·음반 업종 투자는 4604억원으로 10.6% 늘었다. 중기부는 “K-팝이나 K-드라마의 세계적 유행에 힘입은 엔터·영상 콘텐츠 분야의 호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영화 관람이 회복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업력별로는 창업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줄었다. 각각 전년보다 21.6%(2조7305억원), 13.3%(2조285억원) 감소했다. 창업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증가했다.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보다 7.8% 늘어난 2조50억원으로 나타났다.    ━  해외는 어때   미국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는 총 4151억달러로, 전년(6384억달러) 대비 34.9% 감소했다. 중기부는“미국 벤처투자 감소율이 30.9%, 이스라엘이 40.7%인 것과 비교할 때, 국내 벤처투자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후기 벤처 투자가 약세를 보였다. CB인사이츠가 라운드별 투자 금액을 분석한 결과 1억달러 이상의 거액 투자를 뜻하는 ‘메가 라운드’ 투자는 지난해 92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590건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전체 투자 중 초기 투자 비중이 66%로, 2018년(63%) 이후 가장 높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신규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사) 수도 크게 줄었다. 2021년 539개에서 지난해 258개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지난해 4분기 19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는데, 1년 전엔 139개였다.    ━  앞으로는   중기부는 민간 투자가 위축된 만큼, 모태펀드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모태펀드란 정부가 기금과 예산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민간의 벤처캐피탈이 운용하는 펀드(자펀드)에 출자하는, 펀드들의 펀드(Fund of Funds)다. 이날 중기부는 모태펀드 운용사들이 당초 목표보다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하면 중기부가 펀드 관리 보수를 추가로 주거나, 향후 출자 사업 지원시 가점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태펀드 규모 자체가 줄어 이같은 지원책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기부의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으로 지난해 5200억원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한 모태펀드 규모가 줄면서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면이 있다”며 “먼 미래의 성장성보다 당장의 매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갖춘 곳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7년차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투자받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VC의 재무적 투자(FI)는 받기 힘들 것 같아 요즘은 대기업 투자 유치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VC들, 요즘 몸집 잘 안본다…올해 각광받는 플랫폼 기업 ② [팩플] 중기부, 내년 예산 34%는 스타트업 육성에...어떻게 쓰나 보니 [팩플]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한 중기부…‘벤처투자 혹한기’ 대응책은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1.29 17:02

  • [팩플] 사우디·싱가포르서 1.2조 투자유치한 카카오엔터, 글로벌 IP 키운다

    [팩플] 사우디·싱가포르서 1.2조 투자유치한 카카오엔터, 글로벌 IP 키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1조20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를 유치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카카오의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웹툰, 웹소설, 음악, 드라마, 영화, 공연 등 다양한 IP를 보유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  무슨 일이야   카카오엔터가 “해외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카카오엔터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해외 투자자들이 인수하는 형태다. 투자에는 ‘빈 살만 펀드’로도 알려진 PIF와 싱가포르투자청이 6000억원씩 참여했다. 이들은 카카오엔터 지분을 각각 5.1%씩 확보해 3대 주주에 올랐다. 이번 투자에서 카카오엔터는 12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 측은 “차별화된 지식재산권(IP) 밸류 체인의 경쟁력을 국내외로부터 인정받았다”며 “역대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최대 규모이며,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도 가장 큰 규모”라고 설명했다. 국내 엔터테인먼트‧콘텐트 업계에서 조 단위 해외 투자 유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는 카카오 본사가 2018년 초 싱가포르 증시에 1조 800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상장해 자금을 조달한 적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  이게 왜 중요해   ① 카카오의 글로벌 첨병: 카카오엔터는 콘텐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카카오 비욘드 코리아’ 전략의 핵심이다. 카카오엔터는 연예 기획사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등 콘텐트 제작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콘텐트 근원이 되는 스토리(지식재산권‧IP)부터 작가·감독·배우 수급 및 제작, 이후 플랫폼 유통까지 통합하는 엔터 산업의 수직계열화를 추구해온 것이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는 1만여 개 웹툰, 웹소설 IP와 7만여 곡 음원, 보컬리스트·배우 등의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온 자원과 이번에 확보한 실탄을 결합해 글로벌 공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왼쪽)와 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② 오일머니의 K엔터 투자: K콘텐트에 대한 사우디의 투자는 단발성이 아니다. PIF는 지난해 3조5000억원을 투입해 엔씨소프트(9.26%)와 넥슨(9.14%)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지난해 6월 방한한 바데르 빈 압둘라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왕자 겸 문화부 장관은 CJ ENM‧SM엔터테인먼트 등을 둘러보고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는 곧 실질적인 협업으로 이어졌다. 9월 사우디에서 처음으로 K팝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케이콘을 개최했고, 12월 열린 사우디 홍해국제영화제에는 영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이 초청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SM) 총괄 프로듀서는 11월 사우디 관광청과도 MOU를 맺고, S-팝(사우디팝) 오디션 개최부터 나무 심는 뮤직 페스티벌까지 다양한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집권 이후 화석 연료 기반 경제를 문화‧첨단기술로 전환하겠다며 세운 ‘비전 2030’의 핵심 파트너에 한국 콘텐트·엔터 기업들이 자리잡은 셈.      ━  1조2000억, 카카오는 뭐할까   ① 글로벌 IP+플랫폼=카카오엔터: 카카오엔터는 투자금의 절반을 기존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북미가 핵심. 카카오의 글로벌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래디쉬·우시아월드를 아우르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를 중심으로 IP 비즈니스를 확대한다. 이날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한국 정부의 K컬처 성장 전략에 발맞춰 카카오가 보유한 디지털 네트워크 노하우와 K콘텐트를 융합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리딩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웹툰·웹소설 중심의 스토리 부문은 더 다양한 IP를 발굴해 북미,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선보일 계획이다. 미디어 부문은 인기 IP를 재해석해 글로벌 경쟁력 있는 프리미엄 영상 콘텐트 제작에 공격적으로 나선다. 뮤직 부문은 K팝이 글로벌 음악 산업의 주류로 올라선 만큼 소속 아티스트들의 해외 투어와 프로모션, 음반 발매 등에 주력한다.   ② SM 인수 가능성 커지나: 카카오의 투자금의 나머지 절반을 M&A에 쓴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카카오가 SM 인수에 다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카카오와 SM은 2021년부터 인수 협상을 해왔으나 2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 보유 지분 약 18%를 지분 가치(약 3000억원)의 2배 수준에서 인수할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럼에도 협상이 난항을 겪게 된 데는 ‘돈’보다 이 총괄 프로듀서의 인수 후 지위 등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주주들의 요청에 따라 그동안 인세 명목으로 SM 매출의 최대 6%를 챙겨온 이수만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과 계약 조기 종료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  앞으로는   이번 투자가 프리IPO 성격인 만큼, 카카오엔터의 상장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글로벌 상장 계획을 밝혀왔지만, 카카오 본사에 대한 ‘쪼개기 상장’ 비판이 커지면서 상장 추진이 중단된 면이 있다. 카카오엔터는 “IPO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 기업과 주주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시기, 방법 등을 고려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가 상장 준비를 꾸준히 해온 만큼 이르면 내년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남영·민경원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2023.01.12 18:26

  • [팩플] “투자 혹한기에 필요한 건 맷집, 초심, 그리고 이것”

    [팩플] “투자 혹한기에 필요한 건 맷집, 초심, 그리고 이것”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에서 아홉 번째)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개막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투자 혹한기   스타트업엔 악몽같은 이 단어가 9일 개막한 ‘컴업(ComeUp) 2022’에 등장했다. 컴업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중소벤처기업부가 2019년부터 매년 100여곳의 국내 스타트업, 벤처캐피털(VC), 엑셀러레이터(AC)등 투자자를 한자리에 모으는 국내 최대 스타트업 교류 행사.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컴업에선 스타트업 70곳이 기업 부스를 운영하며, 투자 유치에 나선다.    ━  왜 중요해   컴업은 스타트업과 투자업계 주요 인사가 모이는 행사인만큼 그해 키워드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 올해는 중기부의 역점 사업인 스타트업 해외 진출 관련 프로그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올해 컴업의 또 다른 화두는 ‘투자 혹한기’다. ‘CVC는 이 겨울,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 ‘긴 겨울의 끝은 어디인가’ 등 투자 절벽에 관한 좌담회와 발표 주제가 여럿 등장했다. 전 세계 돈줄이 마르고 있는 현재 스타트업들의 당면 과제는 ‘생존’이기 때문.   개막일 첫 좌담회 무대에 오른 이영 중기부 장관과 박재욱 코스포 의장(쏘카 대표)도 이를 언급했다. “2022년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말해달라”는 요청에 박 의장은 “투자 혹한기”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을 하는 자금회수 시장도 얼어붙을 것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오는 시기에 스타트업이 일단 생존하고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  혹한기 생존전략?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 ‘파이어사이드챗(담화)’시간에 박재욱 (사)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쏘카 대표)과 스타트업이 느끼는 최근 투자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중기부] 생존을 위한,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데 필요한 조언들도 등장했다. 이날 컴업 프로그램에서 나온 핵심 키워드를 꼽아보니.   ◦ 맷집 : ‘스타트업 최우선 경영 원칙은 생존.’ 박재욱 코스포 의장의 조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향후 스타트업 운영의 관건은 봄이 올 때까지 겨울을 견딜 수 있는 ‘맷집’이 있느냐는 것. 그 맷집은 투자금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수익 모델이다. 박 의장은 “실제 동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투자 혹한기) 이후를 준비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르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오랫동안 수익을 내면서 가는 회사만이 M&A(인수합병)나 IPO(기업공개)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초심 : 국내 1세대 AC인 퓨처플레이 창업자 류중희 대표는 유동성 위기를 맞이한 스타트업에 “태초로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현금흐름이 안 좋아질수록 사업을 시작했던 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과거 대형 투자가 쏟아지던 시기를 “기업이 어떤 부가가치를 만들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고, 우리 회사의 기업가치에만 집중했던 시기”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더 효율적이면서 개인의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10년간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이라며 “사람들에게 ‘다르게 살게 만들어 주려고 (창업했다고)’ 얘기하는 이들만 앞으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2022’에서 이성화 GS리테일 상무와 이종훈 엑스플로 인베스트먼트 대표가 '‘CVC는 이 겨울, 어떤 투자 전략을 갖고 있을까'를 주제로 좌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윤상언 기자] ◦ 백 투 베이직 : “기본으로 돌아갈 시기(It’s time to go back to the basics)”.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17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한 잔뼈 굵은 투자자인 이호찬 ACVC파트너스 대표의 조언이다. 핵심 자산을 지키고, 현금자산이 떨어지지 않게 관리하는 등 기업의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 또 다른 실리콘밸리 VC인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는 “해외 진출 등 사업 확장에 알맞은 시기는 아니다”라며 “사업 비용이 증가하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핵심 비즈니스가 안전한지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기=기회 : GS건설이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의 이종훈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보라”고 했다. 좋은 본보기로 언급한 것은 넷플릭스. 2001년 ‘닷컴 버블’로 전체 직원 120명 중 3분의 1 이상을 해고하며 조직을 재정비했다. 위기의 순간에 조직을 효율화하고 사업 모델을 재정비한 덕에 글로벌 대형 플랫폼이 될 수 있었단 얘기다. 이 대표는 향후 엑스플로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전략을 묻는 질문에 “기본 자산을 보유한 CVC로서 내부의 리소스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업(GS건설)의 핵심 사업과 연관된 스타트업에 우선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  더 알면 좋은 것   행사를 주최한 중기부도 얼어붙는 벤처투자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지난 4일 중기부는 벤처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놨다. 이영 장관은 이날 “벤처투자 활성화는 더는 열심히 하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엄청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 보면 좋은 팩플 기사 “투자 혹한기라 창업 고민? 지금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거품이 빠진다” 테크버블, 9인의 View 그들이 본 건 숫자가 아니었다…알토스가 말하는 투자의 본질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2.11.10 05:00

  • [팩플]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한 중기부…‘벤처투자 혹한기’ 대응책은

    [팩플]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한 중기부…‘벤처투자 혹한기’ 대응책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가운데)이 4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최근 투자동향과 민간 모펀드 조성 라운드 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중기부]  ━  무슨 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벤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 벤처모(母)펀드’를 조성한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마르며 국내 벤처투자가 얼어붙자, 정부가 직접 투자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것. 현재 평균 6조원(2017~2021년) 규모인 벤처펀드를 2026년까지 8조 원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  핵심 내용이 뭐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 벤처투자 인센티브 강화 ◦ 운용사에 당근을: 정부의 모태펀드 출자를 받아 펀드를 결성한 운용사가 투자목표비율보다 더 많이 투자하면 관리보수를 추가 지급하고 성과보수도 더 많이 주기로 했다. 모태펀드의 출자사업 선정 시 가점도 부여할 예정. 또한 운용사가 펀드 결성 초기부터 돈을 많이 투자하면 관리보수를 많이 받도록 지급구조도 개선한다. 투자목표비율은 펀드 결성일로부터 40%(만 1년)→70%(만 2년)→90%(만 3년)로 매년 높아진다.   ② 정부·민간 ‘투 트랙’ ◦ 민간 벤처모펀드 결성: 그동안 모태펀드는 정부가 설립한 한국벤처투자가 정부 자금으로 모펀드를 조성해 벤처펀드에 출자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 자금 없이도 민간이 모펀드를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 민간 자금을 모집해 벤처기업 투자 펀드에 출자하는 민간 벤처모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자금의 60% 이상을 벤처투자에 사용해야 한다. 대신 기획재정부와 협력해 세금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 정부는 지원·민간은 수익: 민간 벤처모펀드가 결성되면 정부 모태펀드와 ‘역할 분담’을 한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수익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기존 정부 모태펀드는 청년·여성창업, 창업 초기 기업 등 투자 유치가 힘들거나 정책적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위주로 지원한다.   ③ 글로벌 투자유치 활성화 ◦ 해외 VC 누적투자 확대: 정부의 모태펀드가 해외의 VC와 함께 조성하고 있는 ‘글로벌 펀드’의 규모를 확대한다. 이는 일정 비율 이상을 국내 벤처 스타트업에 투자하도록 한 펀드. 내년 말까지 누적 8조원(21년 말 기준 누적 4조9000억원)으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프랑스, 핀란드, 아시아개발은행(ADB)에 국한했던 공동출자 VC의 국적도 영국, 독일, 중동 등으로 다변화하겠다는 목표다. ④ 신규 벤처금융기법 ◦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기업이나 투자를 받기 어려워 자금난을 겪는 스타트업에게 현금을 지원해줄 수 있는 각종 제도를 도입한다. ‘조건부 지분전환계약’ 등의 제도가 대표적이다. 기업가치 산정이 어려운 기업에 대출을 먼저 해주고, 후속 투자를 받으면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방식이다.    ━  왜 중요해   중기부가 각종 벤처투자 지원방안을 내놓으면서, ‘투자 혹한기’에 부딪힌 스타트업 투자 상황이 앞으로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최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시장에 자금이 마르면서 VC의 투자와 스타트업의 기업공개(IPO) 등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   이날 대책 중 중기부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정책은 민간 벤처모펀드 조성. 민간 자금이 벤처투자로 흘러들게 되면 얼어붙은 벤처투자가 급격히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내년에 배정된 중기부의 모태펀드 예산(3135억원)이 올해(5200억원)보다 무려 40%가 삭감되며 벤처 업계의 불만이 커지자 이를 달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업계 반응은   벤처투자업계는 이날 중기부가 내놓은 대책에 “시의적절하다”는 반응. 이날 이영 장관과 벤처투자업계의 좌담회에는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를 비롯해 지성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나종윤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참석했다.   김종필 대표는 “현재 엑싯(exit, 투자금 회수) 시장이 굉장히 안 좋고,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부문에서도 수세적인 상황”이라며 “중기부가 현실적인 부분을 잘 짚어줘서 시의적절한 대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성배 회장은 “중기부가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물꼬를 텄다는 부분에 감사한다”며 “세제 혜택을 기반으로 좀 더 발전된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서 민간 모펀드를 활성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 시행 시기는 내년 말?: 중기부가 내놓은 대책을 언제부터 시행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민간 모펀드 제도화(벤처투자법)와 벤처투자 활성화에 따른 세금혜택(조세특례제한법)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기대만큼 빠른 시기에 대책이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 실제로 중기부 내부에선 내년 하반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단기적인 처방법이 아닌 중장기적 벤처투자 활성화 대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모태펀드 예산안 삭감: 민간 모펀드 결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정부가 모태펀드 예산을 삭감할 수 있다는 여전히 존재한다. 최성진 대표는 “워낙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라며 “새롭게 투자 시장에 들어오는 이들은 예산안이 삭감되면 이를 부정적인 시그널(신호)로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잡스병 걸린 우리 대표님, 차라리 근로감독이 특효약” “투자 혹한기라 창업 고민? 지금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카카오 먹통' 해법이 M&A 옥죄기?…스타트업 말려죽일 판 [팩플]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2022.11.04 18:21

  • [팩플] ‘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 AC, 왜 IPO 준비하나

    [팩플] ‘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 AC, 왜 IPO 준비하나

    퓨처플레이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  무슨 일이야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 퓨처플레이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150억원 규모의 프리IPO(기업공개 전 투자유치)를 마무리했다. 퓨처플레이가 이번에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00억원. SM엔터테인먼트, 홈앤쇼핑, 레드힐자산운용, 디에스자산운용, KT 등이 퓨처플레이 주주가 됐다. 앞서 또다른 AC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연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기 위해 지난 4월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국내 스타트업 AC 대표주자들이 증시 입성을 위해 본격적으로 시동을 거는 중.    ━  AC가 뭐야?    AC는 한 마디로 스타트업 육성 기업이다. 스타트업에 재무적 투자를 주로 하는 VC와는 달리, AC는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의 성장단계에 필요한 조력을 제공하며 성장 전반을 지원한다.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선배 창업자들이 주로 AC를 설립해 노하우와 자금을 함께 제공한다. 에어비앤비·드롭박스 등 다수의 유니콘을 키워낸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가 AC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에선 퓨처플레이, 블루포인트파트너스, 프라이머, 메쉬업앤젤스 등이 초기 스타트업 발굴 육성에 강한 AC로 통한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YC가 설립되고 세계적으로 초기 투자가 벤처 투자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며 “자금 투자 외에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AC의 역할은 이제 일종의 기업 모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퓨처플레이는 2013년 설립, 기술 기반 스타트업 발굴·육성·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AC 가운데 최대 규모인 1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현재까지 190여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570억원, 영업이익 458억원을 기록했다. 포트폴리오사 중 인공지능 기업 뷰노는 지난해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2014년 대전 대덕연구단지 내에 설립됐다. 2021년 12월 기준 총 223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회사가 밝힌 투자 포트폴리오의 기업가치 총합은 3조2000억원. 지난해 매출로 385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했다.    ━  이게 왜 중요해   ● 스타트업 키우는 스타트업 :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면서 AC들이 새로운 성장모델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AC는 벤처투자의 일환으로, 투자한 스타트업의 상장이나 인수·합병(M&A)으로 이익을 냈다. 그런데 이들이 스타트업 발굴과 투자, 육성을 전문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자본시장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인정받겠다고 나선 것. 특히, 최근 3~4년 새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이 늘어나면서 AC의 역할과 이들의 투자수익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호’가 될 수 있어 :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AC의 사업모델로 자본시장에 상장한 사례는 없다. 앞서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2020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지만 같은 해 12월 자진철회했다. 선례가 없다보니, 주식시장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1년간 재정비를 거쳐 지난 4월 코스닥 예비 상장심사를 청구했다. 퓨처플레이도 연내 상장을 예고하면서 두 기업 중 어느 쪽이 국내 상장 AC ‘1호’ 타이틀을 차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퓨처플레이의 '로보틱스 네트워크 데이' 현장 사진.    ━  그런데 상장은 왜 하는데?   안정적으로 자본을 조달해 AC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 기술투자, 긴 회수기간 : AC는 초기단계 기업들에 소액을 투자해, 평균 7% 안팎의 지분을 취득한다. 투자한 스타트업의 ‘몸값’이 뛰면 AC의 수익도 상승한다. 하지만 열매를 맺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 아닌 문제. 미리 씨를 뿌려 놓은 스타트업이 매각·상장 등 엑시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기술기업은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현금흐름 문제 때문에 보유 지분을 후속 라운드에 매각하거나 정부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오픈이노베이션 모델 등 수익을 내는 다양한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 컴퍼니 빌딩 자금 조달 : 퓨처플레이·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투자나 육성뿐 아니라 직접 유망한 시장에 뛰어들어 기업을 만드는 ‘컴퍼니 빌딩’도 한다. 퓨처플레이는 무인화 자동화 로봇 키친 플랫폼 ‘퓨처키친’, 인공지능(AI) 기반 뷰티테크 스타트업 ‘퓨처뷰티’ 등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도 자회사 ‘디프런트도어즈’를 설립, 어린이 공간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런 신사업 추진 등을 꾸준히 실행하려면 벤처생태계 안에서의 자금 조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이들의 입장.    ━  더 알아야 할 것   AC들은 상장을 통해 일반 투자자들도 비상장 회사에 간접투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많은 기관이나 개인들이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접근도 어렵고 검증도 쉽지 않다. 정보 비대칭이 큰 투자 시장인데 상장한 AC를 통해 이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C의 상장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VC업계 관계자는 “AC의 경우 투자부터 엑시트 과정까지가 긴 호흡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 AC의 기업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현재 실적이 아닌 가능성에 투자하는 초기 투자 특성과 현재의 기업의 내실을 보여줘야 하는 IPO가 잘 맞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인경 기자 kim.inkyoung@joongang.co.kr

    2022.06.14 06:00

  • [팩플] 돈 넘쳤던 작년, 유니콘 역대 최대…옥석 가리기 시작된다

    [팩플] 돈 넘쳤던 작년, 유니콘 역대 최대…옥석 가리기 시작된다

    [사진 셔터스톡]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이 18개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한 해에만 7개가 추가된, 역대 최대 규모다. 두나무(업비트)·직방·컬리(마켓컬리)·빗썸코리아(빗썸)·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당근마켓·리디(리디북스)가 그 주인공.    2020년 발표에서 유니콘에 포함됐던 쿠팡과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장으로 이번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글로벌 유니콘 통계에 주로 인용되는 CB인사이츠와 벤처투자 업계의 자료를 종합해 유니콘을 집계했다고 밝혔다. 이날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유니콘이 된 이후에 기업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제외되는 기업들까지 고려하면 국내에서 총 27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고도 밝혔다. 유니콘은 상상 속 동물처럼 희귀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언제 이렇게 확 늘어난 걸까.   ■  「 유니콘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업. 유니콘이 성장해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10조) 이상이 되면 뿔이 10개 달린 상상 속 동물인 ‘데카콘’이라고 부른다. 이는 유니콘보다 희소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의미. 유니콘의 100배(hecto) 가치를 가진 기업은 ‘헥토콘’이라고 부른다.   」     ━  왜 중요해   국내 유니콘 기업 수.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창업 생태계 바로미터 : 유니콘 기업의 수는 창업ㆍ벤처 생태계의 스케일업을 보여주는 지표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도 창업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며 목표치를 각각 20개(2022년 까지), 30개로 잡았다. 제20대 대선 후보들도 창업 정책을 발표하며 ‘50개(윤석열 국민의힘 후보)ㆍ60개(안철수 국민의당 후보)ㆍ100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목표치를 빼 놓지 않았다.     ● 머릿수 효과 : 2017년 3개뿐이던 한국 유니콘은 4년 만에 6배로 늘었다. 사업 분야도 가상자산·콘텐트·중고거래 등으로 다양해졌다. 고용 창출 효과도 있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유니콘 기업 중 벤처기업으로 등록된 8개사가 1년 동안 늘린 고용 인원이 2100여 명. 다만 최근 수년간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는 유동성 과잉으로 스타트업의 몸값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벤처캐피털이나 대기업 뿐 아니라, 개인투자조합까지 공격적으로 스타트업 투자에 나서면서 지난해 국내 벤처 투자 규모는 7조원을 넘어섰다. 유니콘 급증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등장한 유니콘 기업만 518개, 매일 1.4개 스타트업이 기업가치 10억달러의 문턱을 넘었다는 얘기다. 2020년(134개)보다 3.8배 늘었다.    ━  한국 유니콘 살펴보니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때려도 돈 몰리는 코인거래소 :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빗썸과 업비트(두나무)가 처음으로 유니콘이 됐다. 세계적으로는 지난해에만 블록체인 사업에 251억 달러(약 30조원)의 투자금이 몰렸다. 그 결과 블록체인 유니콘 65개가 새로 생겼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유니콘이 2개나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야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규제에 나서고 있는 디지털자산 등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등장했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은 정부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 K-콘텐트의 힘 : 전자책 강자 리디도 유니콘에 올랐다. 국내 기업 중 콘텐트 플랫폼으로 유니콘에 포함된 건 리디가 처음. 주력 사업을 전자책 구독인 ‘리디셀렉트’에서 연재형 웹툰ㆍ웹소설로 전환한 게 매출 성장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대중성을 노리는 네이버ㆍ카카오 웹툰과 달리 리디는 마니아층 중심의 장르물과 이에 대한 확실한 팬층 확보했다는 강점이 있다.   리디북스 [중앙포토]  ━  글로벌은 어때   ● 미·중 AI 유니콘 경쟁 :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958개의 유니콘 중 60% 이상을 미국(489개사)ㆍ중국(171개사)이 차지하고 있다. 핀테크ㆍ소프트웨어ㆍ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사가 다수. 반면 한국 유니콘 기업들은 B2C 플랫폼이 많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7개사도 모두 소비자를 직접 타겟해 돈을 버는 기업이다. 한번 궤도에 오르면 매출액 등의 성장세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니콘 전반이 여기에 몰려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 IPO 패싱…데카콘·헥토콘의 시대 : 블룸버그는 지난 9일 “시장의 활발한 투자로 거의 하루에 1개씩 유니콘이 나왔지만, 과거와는 달리 유니콘 기업들이 IPO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예전보다 자본 조달이 수월해져 IPO 없이도 충분한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 비상장 상태를 유지하면 상장으로 대주주 지배력이 약해질 우려도 없다.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와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의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 핀테크 거물 '스트라이프'는 이미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을 넘어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달러 이상 비상장기업)에 올랐다.    ━  앞으로는    ● 옥석 가리기 시작되나 : 유동성 과잉이 끝난 이제부터는 ‘유니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VC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유동성 과잉으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가치가 고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고평가가 계속되면 향후 자금 회수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냉정한 질적 검증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배너 클릭 시 구독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2.02.16 06:00

  • [팩플] 다른 메타버스와 다른 점? 넥슨 "수천명 동시 접속"

    [팩플] 다른 메타버스와 다른 점? 넥슨 "수천명 동시 접속"

    넥슨 '프로젝트 MOD팀' 신민석 디렉터가 지난달 31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넥슨] 국내 매출 1위 게임사 넥슨은 최근 정체성 확장에 공들이고 있다. 디즈니 출신 임원을 영입해 지식재산(IP)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한편 전통적인 관점에선 게임이 아닌 영역으로도 손을 뻗는다. 대중의 여가시간을 놓고 영화·드라마·웹툰·웹 소설 등 모든 즐길 거리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 게임사로선 게임 잘 만드는 것 이상으로, 게임을 넘어 새로운 즐길 거리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   지난달 넥슨이 공개한 ‘프로젝트 MOD’(이하 MOD)는 일련의 새로운 시도 중 넥슨이 가장 힘 주는 프로젝트다. 이용자가 콘텐트를 직접 만들어 올리는 일종의 게임판 유튜브 플랫폼. 로블록스·마인크래프트·포트나이트 등 글로벌 성공을 구가하는 플랫폼형 게임 같은 ‘메타버스’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말 경기도 성남시 넥슨 코리아 본사에서 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신민석(42) 디렉터를 만났다. 신 디렉터는 2000년 넥슨 입사 후 메이플스토리2 등을 개발했다. 1년 반 전부터 새로운 팀을 꾸려 MOD 개발에 나섰다. 그는 “메타버스 분야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급으로 클 것”이라며 “지금 시작해 크게 한번 시장을 먹어보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왜 게임이 아닌 게임 제작 플랫폼인가. “예전부터 넥슨은 IP를 활용한 플랫폼 가능성을 꾸준히 시험해왔다. 2015년 시작한 ‘네코제’가 대표적이다. 넥슨의 게임 IP를 개방해 팬들이 직접 창작자가 돼 굿즈, 향수 같은 2차 창작물을 만들어 전시·판매하는 축제다. 전문가 아닌 일반인 창작물의 가능성을 봤다. 시기적으로는 유튜브 같은 대중 플랫폼의 성공사례가 다수 나오면서 주목하게 됐다.” 넥슨의 프로젝트 MOD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을 이용자가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 넥슨]   언제부터 개발했나. “지금은 로블록스가 유명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아는 사람만 알았다. 그때부터 초기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게임도 다른 분야처럼 일반인 창작자 시대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해 초부터 팀을 꾸려서 본격적으로 개발했다. 현재 50~60명 정도인데 올해 안에 개발인력을 1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유관 부서까지 합치면 200명 정도다. 넥슨 전사적 차원의 새로운 도전이다.”   이미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등 게임 기반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다. 후발주자인데, 차별화 전략은 뭔가.  “다른 플랫폼으로 게임을 만들어보면, 좀 어렵고 막막하다. 그 플랫폼에서 잘되는 게임들은 대부분 준 전문가 급이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초등학생도 쉽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예컨대 친구들끼리 길 가다 갑자기 내기를 할 때 즉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퀴즈게임을 만들어 플레이하는 식이다. 특히 게임을 만드는 과정도 게임처럼 느껴지게 하고 있다. PC에 각 잡고 앉아 만들어야 하는 게임이 아니다. 모바일에서 손가락으로 쓱쓱 배치만 하면 뚝딱 게임이 나오는 플랫폼이다. 물론 전문가도 만족시킬 만한 기능도 있다.”   프로젝트 MOD를 통해 만든 게임. 퀴즈게임에서부터 레이싱, 대전격투, 배틀로얄 등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이용자가 쉽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제작 중이다. [사진 넥슨] 어떻게 쉽게 만드나.   “게임 제작에서 가장 품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가 그래픽, 아트다. 플랫폼 사용자의 그래픽 제작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3년 출시된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 자산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17년 된 게임이라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이 최소 1000만개 이상이다. 또 캐릭터에 대한 팬덤도 있고, 아바타 활용 게임이어서 독특한 재미도 있다. 물론 이용자가 직접 만든 그래픽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쉽다는 점 이외 장점은? “우리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만든 기술력이 있다. 다른 플랫폼 게임은 많아야 100여명 정도가 동시 접속한다. 우린 수천 명이 한꺼번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다. 한 공간에 모여 왁자지껄하게 놀 수 있다. 그리고 글로벌 ‘원 빌드’로 간다. 전 세계에 창의력 넘치는 사람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MOD는 게임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이다.”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예를 들어달라. “최근 내부 직원들과 일부 대학생들에게 플랫폼을 공개했다. 정말 다양한 콘텐트가 나왔다. 예컨대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투표해 누굴 택하는 게임, 퀴즈를 내고 맞추거나, 진짜 오락실 게임처럼 함정을 넘고 사냥하고 탐험하는 게임 등이다. 게임의 영역을 넘어선 콘텐트도 많았다. 예컨대 유튜브 영상을 걸어놓고 모여 채팅하고 팬클럽처럼 놀거나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차용해 내 아바타로 해외를 여행하고 미션을 완료하면 현지 사진을 볼 수 있게 한 콘텐트 등이다.” 프로젝트 MOD를 통해 만든 게임. 퀴즈게임에서부터 레이싱, 대전격투, 배틀로얄 등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이용자가 쉽게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제작 중이다. [사진 넥슨]   20년 간 게임을 만들었는데 플랫폼 제작은 좀 다른가. “게임 만들 땐 재미가 핵심이었다. 얼마나 재미있을지, 얼마나 오래 즐길 수 있는지를 찾았다. 스토리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기술을 넣고, 어떤 임무를 줄지 고민했다. 지금은 좀 다르다. 플랫폼 이용자가 어떤 도구를 쓸지 같은 기능적 측면을 더 고민한다. 이용자들이 어떻게 플랫폼을 활용해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할 수 있을지 생각한다. 플랫폼은 멈추지 말고 확장돼야 한다.”   팀 구성은 어떻게 다른가. MMORPG를 만들 땐 그래픽 아티스트의 비중이 팀에서 가장 컸다. MOD는 플랫폼이니 기능을 개발하고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개발자와 기획자 비중이 아주 높다. 또 테크니컬 라이터(technical writer)라는 직책도 있다. 보통 게임회사에는 없는 직책인데, 플랫폼 내 기능을 설명하는 가이드 문서를 쓰는 담당자다.   일하는 방식도 다른가.   통상 게임사에선 마일스톤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고 점검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우리도 그렇긴 한데 피드백 주기가 한두 달로 짧다. 게임 제작은 보통 6개월 이상이다. 실사용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쓰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피드백을 더 자주 더 많이 받는다.   국내 게임업계는 올해 격변기에 있다. 연초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으며 MMORPG 일변도 제작 경향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쿠키런: 킹덤' 등 그간 주류가 아니었던 장르의 게임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로블록스 등 플랫폼형 게임의 등장도 같은 맥락. 이를 두고 게임산업의 큰 줄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신 디렉터는 “메타버스 형태 게임이 모든 게임을 대체할 거라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넥슨의 프로젝트 MOD는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어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게임 메이플스토리의 그래픽을 이용자가 가져다 쓸 수 있게 만들었다. [사진 넥슨] 메타버스가 MMORPG를 대체할까. “전통적인 게임 이용자층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게임회사가 만들어 준 가상의 세계에 들어가는 게임은 그것 대로의 매력이 있다. 반면 메타버스, 플랫폼 형 게임은 현실과 연결된 데서 오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진 없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걸로 본다.”   플랫폼 과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게임과 플랫폼이 다른 지점 중 하나다. 게임은 회사가 과금을 고민한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플랫폼이다. 직접 과금하기보단 제작자가 노력을 통해 만든 콘텐트에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기능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MOD를 개발하면서 확률이란 단어를 쓴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언제 출시되나. “연말 쯤 제작자 중심으로 테스트를 하고, 이르면 내년에 출시하는 걸 목표로 한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1.09.28 06:00

  • [팩플]넥슨 김정주는 왜 '게임처럼 쉬운 투자'에 꽂혔나

    [팩플]넥슨 김정주는 왜 '게임처럼 쉬운 투자'에 꽂혔나

    게임회사 넥슨을 창업한 벤처 1세대 김정주(52)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금융거래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지난 2월엔 이 개발 자회사 '아퀴스(ARQUES)'도 설립했다. '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김 대표는 왜 금융거래 플랫폼에 빠졌을까. 김정주 NXC 대표 [사진 NXC]  ━  무슨 일이야?   · NXC 자회사인 아퀴스는 '누구나 쉽게 자산을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를 내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 전문용어, 차트, 캔들스틱(시가·종가, 고가·저가를 촛불 모양으로 표현한 차트) 등 기존 주식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 경제적 안정·재테크에 관심 많은 젊은 층, MZ세대를 노린다. 이들의 특징은 '즐거운 소비'를 선호한다는 것. *MZ세대=1980~2000년생인 밀레니얼 세대와 1995~2004년생인 Z세대의 합성어.    ━  어떻게 하는데?   · 아퀴스는 서비스 시작을 챗봇 대화형으로 만들 예정이다. 알고리즘 기반의 투자를 사용자에게 거부감 없이 추천하기 위해서다. · 타이쿤 게임(경영 시뮬레이션 게임) 요소를 차용한다. 투자자들이 직접 회사와 자산을 키운다는 느낌을 주려는 것. · 아퀴스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이미 활발한 미국에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아퀴스'란 사명에도 사연이 있다. 90년대 중반 넥슨이 미국 진출할 당시 사무실 근처의 도로명이 아퀴스였다고. 아퀴스가 선보일 서비스의 예시 이미지 [사진 아퀴스]  ━  왜 지금이야?   · 밀레니얼 세대가 돈을 모으고, 자산을 키우고 싶어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거래 플랫폼이 아직 많지 않다. ·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전세계 약 25억명인 밀레니얼 세대의 지출은 2017년 이미 2조4000억달러 규모였다. 소비자로서 존재감이 큰 이들은 그러나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다. 약 40%는 은행을 전혀 가지 않는다. · CB인사이츠는 2018년 4조5000억 달러였던 미국 밀레니얼의 금융자산이 2030년 20조 달러로 커진다고 밝혔다.    ━  NXC랑 무슨 상관?    · 전문가들은 MZ세대 공략 키워드로 두가지를 뽑는다. '모바일'과 '게이미피케이션(비게임 분야에 게임 요소를 접목하는 것)'. · 국내에선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MZ세대 '첫 투자경험'을 주도하고 있다. 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핀크 등이 대표적이다. · 그런데 게임산업에서 성공 경험이 있는 NXC는 이런 스타트업에 없는 게 있다.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트래픽과 데이터를 관리해본 경험. 아퀴스는 넥슨에서 이 업무를 맡았던 이를 대표(김성민 전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 개발실장)로 낙점했다.    ━  배경이 뭐야?   · NXC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디지털 자산에 꾸준히 관심을 보였다. · 김정주 대표 의지가 컸다. 김 대표는 2016년 국내 최초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을, 2018년 유럽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인수했다. 2018년 말에는 미국 암호화폐 위탁매매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 김 대표는 MZ세대 소비 트렌드를 투자자 관점에서 일찌감치 주목해왔다. 대안 육류회사 '임파서블 푸드'와 '비욘드 미트', 승차공유회사 '리프트' 등에 투자했다.   관련기사김정주 행보 읽는 키워드 셋…유럽·블록체인·소수인재'레고 마니아' 김정주 NXC 대표, 레고의 성지 '브릭링크' 매각  ━  김정주의 빅 픽쳐   · 이요한 아퀴스 사업개발팀장은 "자산군을 제한하지 않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예정"이라며 "암호화폐 거래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코빗·비트스탬프와의 협업을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 이 팀장은 "미국 핀테크 스타트업 베터먼트, 웰스프론트와 같은 로보어드바이저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활용한 투자 운용 서비스로 나아가겠다는 것. · 김정주의 '드림팀'이 꾸려지는 중이다. 김성민 아퀴스 대표는 중학생 때 한국정보올림피아드 금메달,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개발자,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설립 멤버를 거쳤다. · 이밖에도 개발 부문에 국내외 명문대와 IT 기업을 거친 전문 인력이 포진해있다. 주식거래시 중개 수수료를 없앤 핀테크 회사 '로빈후드'의 공동창업자인 바이주 바트(왼쪽)와 블라디미르 테네브.  ━  해외에선 어때?   · 2013년 설립된 미국 핀테크업체 '로빈후드'는 밀레니얼을 겨냥한 수수료 무료 모델로 지난해 1000만 계좌를 돌파했다. 최근 모건스탠리에 인수된 미국 전통의 대형 증권사 이트레이드가 30여년간 500만 계좌를 모은 것과 비교된다. · 미국에선 '부자들만 받던 자산관리 서비스'의 대중화 모델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안착했다. 지난해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스타트업 베터먼트가 14조원, 웰스프론트가 11조원의 자산을 굴렸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올해 5조원 규모(KEB하나은행 보고서)다.     ■ [팩플]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해?” 「 이 질문에 답하는 게 [팩플]입니다. 확인된 사실을 핵심만 잘 정리합니다. [팩플]팀은 사실에 충실한 ‘팩트풀(factful)’ 기사, ‘팩트 플러스 알파’가 있는 기사, ‘팩트를 아낌없이 플렉스(Flex)’한 기사를 씁니다. 궁금한 내용부터 콕콕 짚습니다. 뉴스를 봐도 답답했다면, 이제 팩플하세요. 」 팩트로 FLEX, 팩플[팩플] 코로나19 효과…전세계로 확산 중인 '감시기술'[팩플]'지인능욕방' 만든 그 기술…딥페이크 어디까지 왔나[팩플] 성금 내는 韓과 달라···실리콘밸리 코로나에 기술 맞짱[팩플]34억 아파트 19억 신고, 그런 공직자 “괜찮다”는 정부[팩플] "2주택 집 팔라"하니 서울 두고, 지방 집 파는 시장님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2020.03.31 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