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 맞춤용 챗GPT 쓰세요" 오픈AI 급하게 만든 이 숫자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오픈AI가 ‘맞춤형 챗GPT’를 만들 수 있는 기업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성장이 주춤한 오픈AI가 기업 대상 서비스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오픈AI는 챗GPT에 적용된 ‘GPT-3.5 터보’의 파인튜닝(미세조정)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파인튜닝이란 사전 학습(프리 트레이닝)된 AI 모델에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켜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를 만드는 작업이다. 가령 의료 분야의 데이터를 추가 학습시키면 의료 전문 GPT가된다. 기업들도 사전 학습된 AI 모델에 사내에 축적한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맞춤형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것. 오픈AI는 올 가을 가장 최신 모델인 GPT-4의 파인튜닝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고, 비용은 기존 모델의 API 가격보다 5~10배 정도 비싸다.

이게 왜 중요해

오픈AI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다. 개인 사용자에겐 ‘챗GPT 플러스’(월 20달러)로 사용료를, 기업들로부턴 GPT 모델의 API를 가져다 쓰는 비용을 받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운영비와 투자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챗GPT 운영비는 하루 70만 달러(약 9억 3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IT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매출 2800만 달러(약 375억원)를 냈지만, 그 19배에 달하는 5억4000만 달러(약 723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최근엔 오픈AI 파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인도의 IT매체 애널리틱스인디아매거진(AIM)은 지난 10일 오픈AI가 2024년 말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AIM은 사용자 수 감소,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 막대한 손실 규모를 들어 파산 가능성을 점쳤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챗GPT 웹사이트의 전 세계 데스크톱 및 모바일 트래픽은 전달보다 9.6% 감소했다. 6월에 시작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 투자를 받으려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

이날 오픈AI의 기업용 챗GPT에 시장이 반응할지도 미지수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GPT-3.5의 성능이 좋긴 하지만, 기업들이 자사의 데이터를 (오픈AI 쪽에) 업로드해야 하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 수 있다”며 “오픈AI 대신 메타의 ‘라마’ 같은 오픈소스 모델을 쓰려는 기업 수요가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준 업스테이지 LLM팀 테크리더는 “보안 문제에서 안심할 수 없기에 금융권에서는 (오픈AI 모델을) 도입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픈AI의 서버 환경에 따라 기업 서비스가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한계”라고 했다.

韓기업도 기업용 시장 노린다

오픈AI 외에도 전 세계 IT 기업들이 기업용 AI 시장을 노리고 있다. 기업과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하는 아마존웹서비스·마이크로소프트·구글은 물론, 한국의 AI 기업들도 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① 멀티 LLM으로 기업 공략하는 SKT: SK텔레콤은 23일 기업·공공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멀티 LLM 전략을 발표했다. 고객이 필요로 하면 SKT가 개발한 AI 에이닷뿐만 아니라 앤스로픽, 코난 등 SKT 투자사들의 LLM을 골라 쓸 수 있게 기업·공공기관에 서비스하겠다는 것.

SK텔레콤 AI 서비스 '에이닷'용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 SK텔레콤

SK텔레콤 AI 서비스 '에이닷'용 슈퍼컴퓨터 ‘타이탄’. 사진 SK텔레콤

② 기업 맞춤형 AI 선보이는 네이버: 네이버는 24일 기존 LLM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한다. 산업별로 특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파인튜닝 범위도 과감하게 넓힌다. 네이버 하정우 센터장은 “하이퍼클로바X 모델 전체를 새로운 데이터로 추가 학습시키는 ‘풀 파인튜닝’ 서비스를 추가해 기업 고객에 더 잘 맞는 AI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는 LLM 모델의 일부만 새 데이터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파인튜닝 했었다.

더 알면 좋은 것

오픈소스 AI 모델을 주도하는 메타가 새로운 언어번역 AI를 내놨다. 메타는 22일(현지시간) 최대 100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오픈소스 AI ‘심리스 M4T’를 공개했다. 100개 언어로 된 음성·텍스트를 AI가 인식하고, 이를 다른 언어의 음성·텍스트로 번역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 AI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메신저, 스레드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