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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모레에 150억 투자…‘AI 풀스택’으로 엔비디아에 도전장 [팩플]

중앙일보

입력

KT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에 150억원을 추가 투자하며 ‘AI 풀스택(full stack)’ 사업에 속도를 낸다. AI 풀스택은 AI 반도체·클라우드 등 인프라부터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AI 응용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을 의미한다. KT는 한국형 AI 풀스택을 완성해 엔비디아에 의존한 AI 솔루션 생태계를 위협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슨 일이야

KT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모레에 전략적 투자(SI)를 집행한다고 23일 밝혔다. KT가 100억원, KT클라우드가 50억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10월 모레에 40억원을 투자하며 AI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 KT는 지난해 7월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하며 AI 풀스택 구축 목표를 밝혔다. KT 측은 “KT그룹의 AI 인프라·응용 서비스와 모레의 AI 반도체 구동 SW,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역량을 융합해 AI 풀스택을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 사옥. 연합뉴스

이게 왜 중요해  

AI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컴퓨팅 인프라와 관련 소프트웨어가 필수. 현재 AI 컴퓨팅 인프라 시장에서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장치)의 점유율은 80%에 이른다. AI 서비스와 솔루션도 대부분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2007년 선보인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실행된다. 당시 엔비디아는 대학과 개발자 커뮤니티에 쿠다를 무료로 배포하며 쿠다 기반 AI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의존도를 높여왔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GPU)·데이터센터 시스템(DGX)·소프트웨어(쿠다)·플랫폼(엔비디아AI) 등 AI 산업 부문을 수직계열화하며 ‘엔비디아 생태계’를 완성한 것. KT 관계자는 “국내 AI 인프라 시장이 상당 부분 외산 솔루션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국산 기술력으로 AI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T의 전략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KT 이스트빌딩에서 열린 KT AI 반도체 사업협력위원회 워크숍.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KT 이스트빌딩에서 열린 KT AI 반도체 사업협력위원회 워크숍. 연합뉴스

KT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AI 분야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로 했다. 모레의 AI 인프라 소프트웨어 스택을 활용해 기업 고객에 엔비디아 쿠다와 호환되는 SW를 제공할 계획. 이를 통해 리벨리온 등 국내 기업이 개발한 AI 반도체가 더욱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엔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믿음’도 출시할 예정이다. AI 풀스택을 통해 AI 기반 B2B 서비스와 AI 인프라 사업에 집중한다는 것. 조강원 모레 대표는 “KT와 협력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AI 인프라 SW를 개발하는 등 클라우드와 초거대 AI 모델 개발 두 방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기업은 어때

챗GPT 열풍으로 촉발된 생성 AI 시대를 맞아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은 AI 인프라·서비스 개발에 골몰하고 있다. KT뿐 아니라 네이버, SK텔레콤 등의 AI 서비스 사업화도 탄력을 받는 중. 네이버는 다음 달 24일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다. 커머스·금융·법률·교육 등 전문 분야에 특화한 한국어 중심의 초거대 AI다. 9월에는 생성 AI 기반 검색 서비스 ‘큐:’ 베타서비스를 선보인다. 문장 형태로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정보를 검색 방식이 도입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출시한 초거대 AI 모델 ‘에이닷’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KT와 마찬가지로 SK그룹의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통해 AI 풀스택 역량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