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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 또 밀렸지만…'한국말 검색왕' 녹색창이 믿는 구석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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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23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 네이버

지난 2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개발자 콘퍼런스 데뷰 2023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는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사진 네이버

챗GPT 등 생성 인공지능(AI)이 검색 시장을 위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어 검색왕’ 네이버의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4개월 간 지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점유율 자체는 여전히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문제는 추세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어 생성 AI 서비스를 내놓은 상황이라 네이버 내부에선 “20년간 지켜온 ‘검색 안방’을 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무슨 일이야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14일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웹 검색’ (PC·모바일 웹 합계) 시장 점유율이 지난 1월 64.5%에서 5월 55.7%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PC 웹에선 네이버 점유율은 여전히 57.7%(5월 기준)로, 1월(56,7%)보다 1%포인트 높지만, 모바일 점유율을 크게 잃은 영향이 전체 시장 점유율에 반영됐다. 반면 구글의 웹 검색 시장 점유율은 1월 26.5%에서 5월 34.8%로 8%포인트 이상 올랐다. 구글의 5월 PC 점유율(27.3%)는 1월(28.4%)보다 오히려 하락했지만,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오른 덕분에 전체 시장 점유율이 급등했다.

여기에 모바일 ‘앱 검색’ 시장을 포함할 경우 구글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모바일인덱스가 발표한 지난달 국내 플랫폼 MAU(월간 실사용자 수) 순위에서 카카오톡과 네이버는 각각 1위(4145만명)와 3위(3888만명). 유튜브(2위, 4095만명), 크롬(4위, 3141만명), 구글(6위, 2915만명)이 앞뒤로 네·카를 포위 중이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이게 왜 중요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오픈AI의 챗GPT를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도입했고, 구글은 AI 챗봇 바드로 반격에 나서는 등 글로벌 빅테크는 생성 AI 시대에 빠르게 참전했다. 검색 엔진에 AI 챗봇을 결합한 것. 이 때문에 구글의 공세에도 국내 시장을 굳건히 지킨 네이버가 이번엔 어떤 전략으로 대응할지 국내 IT업계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비장의 무기, 하이퍼클로바X

현재 네이버의 믿는 구석은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다. 오픈AI의 GPT-4에 대응하는 모델로 앞서 2021년 5월 선보인 하이퍼클로바를 업그레이드한 모델이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챗GPT에 대항하는 ‘서치GPT’를 내놓겠다고 해왔다. 초개인화된 검색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직관적 검색 결과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하이퍼클로바X의 공개 시점이 7월에서 하반기로 계속 늦춰지면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 AI의 가장 큰 약점인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환각) 현상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색 품질의 핵심은 신뢰도인데,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가 사실과 다른 답변을 내놓을 경우 오픈AI 같은 스타트업보다 더 거센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검색 1위 구글의 경우, 지난 2월 바드 공개 당시 잘못된 답을 내놓는 바람에 하루만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7.68% 하락해 시총 105억 달러(약 133조원)가 증발했다. 네이버도 유사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 네이버의 경우, 가짜 뉴스 문제로 정치권의 견제를 받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이퍼클로바X가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답변을 내놓을 경우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 관계자는 “개발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마무리 단계다. 한국 시장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책임있게 제공하기 위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I 사업화는 어떻게

① 미·중 아닌 제3국 공략: 네이버는 생성 AI가 국내에 기반했던 네이버의 사업 영역을 글로벌로 확장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 앞서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초거대 AI에서 앞서가는 건 미국과 중국의 기업”이라며 “미·중에 의존하기 싫은 국가와 기업에는 한국의 네이버가 세번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② 네이버 AI 생태계 구축: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4월 성낙호 기술총괄이 지휘하는 ‘하이퍼스케일 AI’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사업화, AI 생태계 구축까지 한 곳에서 진행하겠다는 의미. 빅테크와의 생성 AI 경쟁을 앞두고 연구·개발·서비스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산업 곳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김유원 대표는 “AI 기술 인프라로 산업 곳곳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이 ‘AI 주권국가’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영향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현재 챗GPT와 바드 모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외산 플랫폼의 국내 진격이 더욱 거세졌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등 국내 검색엔진이 자신하는 ‘한글 특화’ 서비스의 강점이 많이 약해지고 있다”며 “지나친 신중론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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