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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의 인공지능 청사진…초거대 AI-버티컬 AI, 투트랙 간다 [팩플]

중앙일보

입력

왼쪽부터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각자대표, 김병학 신임 각자대표 모습. 사진 카카오

왼쪽부터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각자대표, 김병학 신임 각자대표 모습. 사진 카카오

카카오가 인공지능(AI) 개발 조직 정비에 나섰다. 그동안 AI 연구·개발을 맡아온 카카오브레인을 ‘투 톱’ 체제로 전환하고, AI 사업화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 방한 이후,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주자들의 AI 경쟁력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나온 행보라 주목된다.

12일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김병학 카카오 AI 태스크포스(TF)장을 신임 각자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일두 단독대표 체제였던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해 조직을 같이 이끌 예정이다.

왜 중요해

카카오는 이번 리더십 재편을 통해 여러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AI 전략의 교통 정리를 마무리했다. 카카오는 카카오·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브레인 등을 통해 AI 연구개발을 이어왔지만, 각 사의 사업화 전략이 혼재된 탓에 ‘방향성이 없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왔다. 이에 카카오는 지난 4월 전사 AI 이슈 발굴·대응을 위해 30명 안팎의 AI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렸다. 지난 달에는 AI·물류·클라우드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담당하던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를 구조조정하고, 클라우드 중심으로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카카오는 “이번 체제 전환을 시작으로 카카오의 AI 역량을 카카오브레인으로 결집한다”고 설명했다.

◦ 오픈AI가 쏘아 올린 생성 AI 열풍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 등 빅테크가 뛰어들면서 AI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는 중. 카카오 그룹 내에선 2017년 AI 연구전문 자회사로 출범한 카카오브레인이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 ‘코GPT’, 이미지 생성모델 ‘칼로’ 등을 개발해왔다. 그러나 연구 그룹 성격이 강해 카카오 전체 시너지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 카카오브레인에 합류한 김병학 신임 각자대표는 2013년부터 카카오에서 응용분석TF, 검색팀, 추천팀 팀장을 거쳐 2017년 AI 부문장을 맡았다. 2019년부터 2년 간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수석부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VC업계로 자리를 옮겼다가 올해 4월 카카오로 복귀해 AI TF장을 맡았다. 카카오를 떠났던 김병학 대표가 돌아온 데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한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카카오의 AI 전략은 뭐야?

카카오는 카카오브레인을 통해 ‘투 트랙’으로 AI 사업화에 나선다. 챗GPT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초거대 AI) 연구를 지속하되, 이용자들을 위한 B2C용 서비스도 빠르게 내놓겠다는 것. 코GPT·민달리 등 기존 카카오브레인의 기술 연구는 김일두 대표가 전담한다. 김병학 대표는 적정 기술을 활용한 버티컬(vertical·특정 영역에 집중한) 서비스 발굴에 주력한다.

그렇다고 카카오가 AI에서 손을 떼는 건 아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람들은 챗GPT 같은 서비스를 원하지만 현재 (기술) 단계서 카카오톡처럼 대규모 기존 서비스에 (카카오브레인의) 신규 AI 서비스를 바로 얹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은 별도 서비스를 내놓고, 카카오는 카톡의 ‘톡 비서(조르디)’ 같은 활용 모델을 점진적으로 개선해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카카오브레인이 내놓을 서비스 성패에 따라 카카오의 AI 경쟁력도 평가될 전망이다.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3월 19일 생성 AI 챗봇 ‘다다음(ddmm)’을 베타 버전으로 선보였지만, 먹통이 되면서 하루 만에 운영을 중단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반기에 카카오브레인은 생성 AI 모델의 파라미터(매개변수)와 데이터 규모를 키운 코GPT 2.0를 출시하고, 이를 적용한 챗봇(가칭 코챗GPT)를 공개할 예정이다.

신규 버티컬 서비스도 준비한다. 이날 김병학 각자대표는 “카카오브레인에 버티컬 서비스 역량을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며 “다변화된 글로벌 AI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 중 하나로 자리 잡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알아야 할 건

카카오는 그동안 한국어 특화 AI 언어모델의 강점을 강조해왔다. 챗GPT나 구글 바드 등 해외 생성 AI의 토큰(token·문장의 최소단위)은 영어에 최적화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국어 우위가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지난 9일 방한한 오픈AI의 올트먼 CEO는 중소벤처기업부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한국어 등 외국어들의 토큰 문제를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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