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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신대륙 개척을…” 대기업·스타트업 연합군단이 뜬다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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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연합군단’을 꾸려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끌고, 자금력과 수요처를 갖춘 대기업이 밀며 ‘신대륙 개척’과 같은 AI 반도체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다.

LG AI연구원은 7일 퓨리오사AI와 차세대 반도체와 생성형 AI 관련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퓨리오사AI는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2세대 신경망처리장치(NPU) ‘레니게이드’를 개발 중인데, 이를 LG의 초거대 AI인 엑사원 기반 생성형 AI에 적용해 기술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AI 반도체 NPU는 복잡한 연산을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추론 성능도 뛰어나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이번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와 생성형 AI 기술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AI 반도체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안전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신제품 검증은 좀처럼 쉽지 않다. 국내 대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인 이유다. 유망 스타트업에 자금을 투입하고, 첫 고객이 돼 제품 검증을 지원한다. 스타트업들은 이렇게 쌓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기회를 얻고,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KT는 AI 팹리스(설계)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에 지난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또 리벨리온이 개발한 NPU ‘아톰’을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아톰은 챗GPT처럼 단어·문장 속 관계를 추적해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트랜스포머 자연어 처리기술을 지원한다. KT는 2000억 개 파라미터 규모의 초거대 AI인 ‘믿음’을 기반으로 AI 챗봇, 정보 요약 서비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네이버는 스타트업 양성 조직인 D2SF를 통해 퓨리오사AI와 스퀴즈비츠, 블루닷 등에 투자했다. 자체 보유한 네이버 생태계 속 데이터에 스타트업의 AI 반도체 기술력을 더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부터 딥엑스와 손잡고 로봇 플랫폼용 AI 반도체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AI 모델과 학습용 데이터셋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원하고, 딥엑스는 반도체 엔지니어링 샘플과 로봇 탑재를 위한 하드웨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키로 했다.

포스코DX도 딥엑스와 제조·로봇·물류·안전 등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AI 솔루션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두 회사는 포스코DX의 공장 자동화·지능화 물류 설비제어 시스템인 ‘포스마스터’에 딥엑스 AI 반도체 기술을 탑재해 산업현장 설비시스템 운영을 자동화하는 대단위 AI 솔루션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는 삼성전자·TSMC 등의 최신 공정을 사용해야 하므로 개발 과정에서 자본이 필요하다. 또 초거대 모델에서 잘 동작해야 하므로 기업 간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기술 만큼 수요처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대기업들이 투자처이자 동시에 수요처 역할을 하고, 잠재수요처 발굴을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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