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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전 없는 10구단, WBC에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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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늦춰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선수들은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도 고려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박충식(42)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 사무총장은 “10구단 창단 승인이 약속대로 올해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WBC 참가를 보이콧할 수도 있다. 다음 달 6일 선수협 총회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지난 6월 “프로야구 현실에서 10구단 창단은 무리”라며 창단 승인을 보류한 바 있다. 그러나 선수협이 7월 올스타전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거센 반대여론이 일자 이사회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10구단 창단을 재논의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당시 선수협은 “KBO가 10구단 창단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사회를 믿겠다”며 올스타전 보이콧을 철회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직후인 지난 6일엔 KT와 수원시가 10구단 창단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사회 승인이 떨어지면 KT는 곧바로 창단을 위한 실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신생구단 승인 의결권을 갖고 있는 KBO 이사회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인 각 구단 사장들은 아시아시리즈(11월 8~11일)를 이유로 11월 회의를 열지 않았다. 대신 지난 13일 간담회 형식으로 짧게 만났다.

 구단 사장들이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유는 10구단 창단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사회를 열 경우 ‘10구단 창단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가’라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공개로 만난 것이다.

 구단 사장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며 10구단 창단 승인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일부는 여전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구단 NC 다이노스를 창단한 데 이어 2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생구단이 또 생기면 리그 전체의 경기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10구단 반대론자들은 10구단을 서둘러 창단하기보다 불편하더라도 홀수(9개) 구단체제를 몇 년 더 이어 가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구단 사장은 “10구단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사회의 미온적인 반응을 읽을 수 있다. 12월 중순 이사회가 열릴 수 있지만 골든글러브 시상식(11일) 등 각종 행사들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활발한 논의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약속과 달리 이사회가 10구단 창단 논의에 소극적이자 선수협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7월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냈다가 접은 선수협은 연내에 10구단 창단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WBC 보이콧’으로 다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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