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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보다 더 잘 나가 …‘태블릿 시대’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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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개인용 컴퓨터(PC)를 기반으로 한 ‘윈텔(Wintel:Window+Intel) 제국’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 4분기 태블릿 출하량이 2150만 대에 달해 1460만 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노트북PC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26일 발표했다. 디스플레이서치 측은 “지난해 태블릿 시장의 65%를 점유한 아이패드(9.7인치)가 태블릿 시대를 열었다면, 올해는 여러 업체에서 7·7~10.1인치의 다양한 크기의 제품이 쏟아지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이 떨어져 판매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태블릿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OS)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장착한 IBM 호환PC와는 달리 영국 ARM이 틀을 만든 프로세서와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 같은 OS를 탑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ARM 프로세서는 삼성전자(엑시노스)·퀄컴(스냅드래건)·엔비디아(테크라)가 주로 만든다. 애플 제품에 들어가는 A5·A6 프로세서도 ARM의 기본 설계를 애플이 개량해 삼성전자에서 생산한다. 1980년대 이래 PC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해 온 인텔과 MS의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구글의 시가총액이 2500억 달러를 넘어서며 MS를 추월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퀄컴의 시가총액이 인텔을 앞서기도 했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인 폴 오텔리니는 이달 19일 임기를 2년 앞두고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인텔의 프로세서는 여전히 ARM 계열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저전력용으로 내놓은 아톰 프로세서조차 ARM 계열보다 전력소모가 훨씬 커 모바일 기기에 부적합하다. 오텔리니의 전격 사임에 대해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이 “모바일 시대가 예견됐는데도 윈텔 시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x86’ 칩을 고수하느라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PC에서 태블릿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가면서 부품업계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태블릿PC용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1870만 개에 달해 처음으로 노트북용 공급량(1690만 개)을 추월했다.

업계에서는 “디스플레이 판매량은 완제품 판매량의 선행지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태블릿PC 판매량이 노트북 판매량을 앞설 것이라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태블릿용 패널은 연초에는 매달 700만~800만 개 팔리는 데 그쳤으나 5월에는 1000만 대를 돌파하는 등 급격히 성장했다. 데스크톱PC를 포함하면 아직은 PC 시장이 태블릿보다 크지만 갈수록 입지가 좁아질 전망이다. 가트너와 IDC 같은 시장조사업체들은 올 3분기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노트북과 데스크톱을 포함한 전 세계 PC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저장장치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플래시메모리로 급속히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태블릿에는 HDD 대신 16~128기가바이트(GB) 용량의 플래시메모리가 저장장치로 들어간다. 현재 플래시메모리 는 인텔과 삼성전자·도시바가 선두 다툼을 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태블릿 제조업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IDC가 발표한 올 3분기 태블릿 시장 분석에 따르면 애플은 점유율 50.4%로 처음으로 과반이 무너질 위기를 맞았다. 구글은 올 9월 대만의 아수스와 함께 만든 ‘넥서스7’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넥서스10’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펜으로 차별화한 ‘갤럭시노트 10.1’ 등으로 3분기에 500만 대 이상의 태블릿을 판매해 역대 최대인 18.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데이터를 웹상에 저장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태블릿의 저장 용량 문제가 해결된다”며 “결국 가볍고 휴대하기 좋은 태블릿이 비즈니스용 등에만 쓰이게 될 노트북을 압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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