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시간의 미학, 천천히 가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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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말(馬)은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었다. 말의 평균 시속은 50Km -70Km정도이지만 짧은 거리인 50미터나 100미터를 달릴 때는 말은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몸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경주말은 100미터를 9.58초로 뛰는 ‘총알 사나이’우사인 볼트나 순간 가속이 가장 탁월한 오토바이보다도 빠르다.

경주마의 경우, 200m 단위의 속도인 펄롱타임(Furlong Time)이 대략 약 10 초에서 12초 사이로, 어림잡아 말의 100m 기록은 약 5초다. 이 기록만 놓고 본다면 50미터나 100미터 단거리 경주에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말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같이 말이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생산하면서 전력질주 할 수 있는 이유는, 산소의 공급 능력을 높이기 위해 엄청나게 큰 허파를 가지고 있으며, 평소에는 1분에 10∼15 회 호흡을 하다가도, 달릴 때는 100∼120회까지 숨을 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체중의 1%정도의 무게를 갖고 있는 심장 역시, 평소에는 1분에 약 20∼30회 정도 박동하지만, 달릴 때는 무려 220회까지 심장이 뛰어 혈액을 전신에 보내 필요한 산소를 몸 속에 공급해주고, 몸 속의 노폐물을 몸 밖으로 빨리 내보낸다.

적혈구가 많아야 산소의 운반 능력이 좋아지는데, 말의 적혈구는 평소 혈액 1㎣당 약 800만개(사람은 500만개) 정도에서 달릴 때는 1300만 개로 증가한다. 말은 비장이라는 기관 속에 다량의 적혈구를 저장했다가 달릴 때면 꺼내 쓴다. 뿐만 아니라 말에게만 있는 백색근은 산소가 없어도 에너지를 낼 수 있는 특수 근육으로 속도가 빠를수록 더 많은 힘을 발휘한다.

' 만만디(천천히)’로 표현되는 중국인들도 서두를 때는 ‘마샹(馬上)’이라는 말을 쓴다. 말 그대로 지금 출발하기 위해 가장 빠른 교통수단인 말 안장위에 앉아있다는 뜻이다. 우리말의 ‘빨리 빨리’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연간 2천2백56시간을 근무하여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마샹(馬上)을 외치며,말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2012년 흑룡의 해’도 이제 40일밖에 남지 않았다. 연간 근무시간으로만 나누어 보면 247시간이 남은 셈이다. 12달 가운데 11달을 내달려왔으니, 이제는 잠시 천천히 걸어도 좋다. 먼저 뛰어가서 앞에 내리는 비까지 맞을 필요는 없다는 중국인들의 헤어질 때 나누는 인사,‘만쪼우(慢走:천천히 가세요)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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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대표 기자 kyh6384@hanmail.net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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