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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금연 힘들어 … 3주 전부터 계획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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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전 10시 강동구보건소 2층 금연클리닉. 한 달 전 결혼한 신혼부부 장유진(30·여·서울 강동구)·서민석(31)씨가 팔짱을 끼고 들어왔다. 보건소에서 제공하는 신혼부부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가 금연클리닉이 눈에 띄어 무작정 문을 열었다.

 장씨는 “임신 때문에 남편이 금연하길 바랐는데 마침 잘됐다”고 말했다. 서씨는 12년간 흡연했다. 운전을 하는 영업직이라 잠을 쫓기 위해 습관적으로 담배를 물었다. 많으면 하루 2갑도 피웠다. 몇 번 금연을 시도했지만 최장 기록은 고작 일주일. 서씨는 “엉겁결에 끌려와 당혹스럽지만 2세를 위해 도전해 보겠다”며 웃었다. 서씨는 폐의 일산화탄소농도, 니코틴 의존도를 측정했다. 흡연 욕구를 줄이는 껌 형태의 니코틴 함유 금연보조제를 무료로 받고 출근했다. 서씨는 금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금연 결심했으면 주변에 소문부터 내라

연말연시가 되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는다. 강동구보건소 금연클리닉 양현경 건강매니저(간호사)는 “클리닉 이용자 중 30%가 11, 12월에 몰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흡연과의 연결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 서홍관 회장(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번번이 금연에 실패하는 것은 뇌가 마약보다 강한 담배 니코틴에 중독되기 때문”이라며 “의지만으로 금연에 성공하는 비율은 약 3%에 그친다”고 말했다.

 금연에 골인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철환 교수(가정의학과)는 “금연하기로 결정한 날 약 3주 전부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해부터 금연할 예정이면 지금이 적기다.

 김철환 교수는 “우선 가족·친구·직장동료 등 주변에 금연 결심을 소문내야 한다”며 “남 몰래 금연을 시작한 사람은 대부분 조용히 담배를 다시 입에 문다”고 말했다.

 니코틴 금단 증상을 줄이기 위해 금연일까지 흡연 양을 점차 줄인다. 이때 흡연일지를 쓰면 도움이 된다. 강동구보건소 양현경 건강매니저는 “흡연한 시간, 누구와 어디서 흡연했는지, 흡연 욕구가 높은 때는 언제인지 기록하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흡연 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 욕구가 높아지면 4D 행동요법을 실천하자. 심호흡하기(Deep Breathe), 물 마시기(Drink), 지연하기(Delay), 다른 일 하기(Do something else)다. 김철환 교수는 “담배가 생각났을 때 3~5분 정도 참으면 길게는 1시간 정도 욕구가 사라진다”며 “3주 금연 준비기간 동안 흡연 양을 점차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연을 몇 주 전부터 미리 준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금연치료제와 보조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홍관 회장은 “치료제와 보조제를 활용하면 의지에만 기댄 금연보다 성공률이 10배 정도 높다”며 “니코틴 의존도가 높아 금연에 여러 번 실패했으면 금연 결심일 약 일주일 전부터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방문하면 상담과 함께 금연보조제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금연 시행 전날에는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모든 물건과 환경을 없애야 한다.

지난 20일 금연을 시작한 서민석(31·오른쪽)씨가 강동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아 폐의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가운데는 부인 장유진(30)씨. 김수정 기자

담배 니코틴 7초 만에 뇌 자극

서울성모병원 금연클리닉 김대진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니코틴은 헤로인·코카인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며 “중독성은 뇌 중심부의 쾌락중추에 중독물질이 도달하는 시간이 짧고, 노출되는 횟수가 많을수록 높다”고 말했다.

 담배 연기 속 니코틴은 흡입 7초 만에 뇌의 쾌락중추에 침투한다. 담배 한 개비를 열 번 흡입한다고 쳤을 때 하루 한 갑 기준 1년간 피우면 7만2000번 흡입하는 것이다.

 쾌락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다. 이 수용체와 니코틴이 만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운동·로또당첨·성관계 등으로 즐거움을 느끼면 뇌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된다. 하지만 흡연을 하면 니코틴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비되고 그 양도 훨씬 많다. 김대진 교수는 “흡연 양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니코틴 수용체가 늘어 더 많은 니코틴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많은 흡연자들은 “12월 31일 마지막 담배 피우고, 1월 1일부터 금연해야지”라고 결심한다. 김대진 교수는 “하지만 담배를 끊어도 증가한 니코틴 수용체가 흡연 전으로 돌아가려면 수개월 걸린다. 때문에 금단증상이 생겨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단 증상은 금연 첫 일주일이 가장 심하고 약 한 달간 이어진다.

 금단 증상은 크게 신체적 중독과 정신적 중독 때문에 발생한다. 뇌에 증가한 니코틴 수용체가 니코틴을 보충해 달라고 하는 게 신체적 중독이다. 니코틴 의존도 설문(10점 만점)에서 4점 이상이면 스스로 금연하기 힘든 신체적 중독 상태다. 서홍관 회장은 “아침에 일어나 30분 내에 담배를 찾거나 몸이 아픈데도 흡연을 하면 스스로 금연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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