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넷 롤 모델 콘서트 현장

중앙일보

입력

로봇공학자 오준호 KAIST 교수(왼쪽 사진)와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 컴퓨터의 대표를 역임한 전하진 국회의원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로봇 전문가는 어릴 적엔 ‘꼴등’이었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17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린 주니어 휴넷의 11월 롤 모델 콘서트에서 나온 이야기다. 상식을 뒤집는 강연에 참석한 800여 명의 학부모, 학생들은 강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에 눈빛을 반짝였다. ‘Future Science’를 주제로 한 이번 강연회는 한국원자력연구소 정인순 고문, 신소재공학자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 KAIST 오준호 교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최명진 박사, 한글과 컴퓨터 대표를 역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하진씨가 강사로 나섰다.

KAIST 오준호 교수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꼴등’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뭐든지 분해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 공부는 항상 뒷전인 탓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단다. 기계공학과 관련한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는 꿈이 생겨서다. 그는 KAIST에 진학했고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봇공학의 1인자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형 휴먼로이드 휴보가 그의 작품이다.

최명진 박사는 “우주공학자는 항공우주 관련 학과를 나와야만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도 수학자 출신이다. 그는 “우주공학은 모든 학문이 결합된 결정체”라며 “우주공학자는 자기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된 다음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한국은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추진체 기술은 부족하지만 세계 최고의 인공위성 제작기술을 보유했다”며 “그런 점에서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홍합박사로 유명한 차형준 포항공대 교수는 홍합의 접착물질을 활용한 자연접착제 연구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기초과학 분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화학분야는 생명공학까지 이어지는 기초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자신이 있게 된 원동력으로는 궁금증을 꼽았다. 차 교수는 “어려서부터 자연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거미가 거미줄에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보면 신기하다는 반응 대신에 왜 저렇게 붙어 있을 수 있을까하는 이유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여러분 공부하지 마세요!” 이날 강연의 마지막 강사로 나선 전하진 의원의 발언에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에 그는 SER A형 인재를 강조했다. 스토리(Story)·공감(Empathy)·지속성(Resilience)·성취감(Achievement)을 갖춘 인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의 부모세대와 자녀세대는 성공이라는 잣대를 두고 서로간에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예전에는 공부만 잘하는 지식형 인재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네트워크형 인재로 성공의 개념이 변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공부를 잘하기 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분야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 분야에서 노력하는 것이 성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쉬는 시간, 강연 후 포토타임·질의응답

이날 콘서트는 쉬는 시간마다 포토 존에 긴 줄이 늘어섰다. 롤 모델의 강연이 끝난 후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이날 전하진 의원과 오준호 교수는 참가자 한명 한명과 함께 사진을 찍었고 차형준 교수는 무대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휴넷 김장용 팀장은 “전 의원과 오 교수는 200명 가까운 참가자들과 함께 일일이 사진을 찍고 포옹을 해줬다”라며 “연단에서 바라만 보던 강사를 직접 만나 포옹해 본 덕에 힘을 얻을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때문인지 12월 롤 모델 콘서트 좌석 판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 의원은 강연이 끝난후에도 개인적으로 남아있던 30여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하나 하나 답해 줄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아 많은 호응을 얻었다. 김 팀장은 “롤 모델 콘서트처럼 강연 후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것들이 쌓인다면 경쟁력 있는 비교과 활동으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라고 설명했다.
 
휴넷 ‘롤 모델 콘서트’ 참가자 모집

청소년에게 롤 모델의 역할은 중요하다. 꿈을 꾸게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휴넷(www.jrhunet.co.kr)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롤 모델로 삼을만한 명사들을 초청해 ‘롤 모델 콘서트’를 열고 있다. 7월부터 시작해 김영희 전 세르비아대사, 아주대 이국종 교수, 무한도전 김태호 PD 등이 강사로 나섰다. 12월 강연은 ‘Global CEO’란 주제로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 꿈·희망·미래재단 김윤종 이사장, 인천국제공항 이채욱 사장,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김정우 사장이 강사로 나선다. 이번 콘서트는 12월 15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 문의=1588-6559, www.jrhunet.co.kr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 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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