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라운지] "북한 학자 미국 연수 계속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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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재단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경제.사회 발전과 민주화를 비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미국의 비영리 민간단체다. 한국전 종전 직후인 1954년 창설됐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가 있고,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17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24일 방한한 더그 비라이터(64) 아시아 재단 총재를 서울 화동 소재 아시아 재단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편집자]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발전과 민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아시아 재단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한국이나 일본.홍콩.대만 같은 아시아 지역 내 선진국들과 협력해 역내 개도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공동의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본다. 특히 한국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전문 인력과 경험을 활용한다면 아시아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을 것이다."

-아시아 재단이 미국적 가치와 기준을 아시아에 전파하는 전위대라는 시각도 있는데.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민주주의.인권.다원주의 등은 미국적 가치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아시아인들 사이에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은 것과 미국적 가치는 구별해야 한다."

-한.미 양국 관계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미국에 대한 한국 측 우정의 수준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미국에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에 걸쳐 맺어진 양국의 밀접한 관계와 민간 차원의 양국 국민 간 우정, 대규모 한인 커뮤니티의 미국 내 존재 등을 고려할 때 큰 문제 없이 양국 관계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왜 한.미 관계가 전 같지 않다고 보는가. 북한 때문인가.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주변에 까다로운 이웃을 두고 있는 것이 이유의 일부일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입장에서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매우 어렵고 미묘한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한.미 간에 이견이 생기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라는 이웃 때문에 한국이 더욱 어려운 입장에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원칙적으로 한국이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우리는 지지한다. 민주주의 국가 간에도 이견과 갈등은 있을 수 있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평양에 사무소를 설치할 계획은 없는가.

"현재로서는 없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인민대학습당과 김일성 대학.김책 공대에 영어로 된 도서를 매년 수만 권씩 보내주고 있는데 생각 중인 다른 지원 프로그램은 없나.

"북한이 먼저 제안해 오면 적극 검토할 것이다. 북한 학자나 전문가들의 미국 방문이나 연수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 핵 문제가 6자회담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보나.

"실망시켜 미안한데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총재에 취임하면서 이사회에 약속한 사항이다." .

배명복 국제문제담당기자

◇비라이터 총재는=네브라스카 출신. 하버드 대학 도시계획학 및 공공행정학 석사. 1978년 연방 하원의원(공화) 당선. 13선. 외교위 부위원장 및 아시아·태평양 소위 위원장. 2004년 9월 아시아 재단 총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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