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블랙홀 효과 아시나요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국무총리실 등 정부 행정기관 이전이 시작되면서 세종시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세종시 주변 아파트 분양은 잇따라 성공하고 있고 전셋값은 들썩입니다.

인구 50만명의 행정도시로 개발되는 만큼 주택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그런데 세종시 주변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뜨면 주변 지역도 함께 상승세를 타야 하는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대전ㆍ공주 등 집값 주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국민은행에 따르면 대전 아파트 가격은 지난 10월 0.1% 떨어졌습니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해 19%나 올랐으나 올 들어서 10월까지 1.7% 떨어졌습니다. 대전에서도 유성구는 지난해 12월 이래 11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유성구 올해 아파트값 변동률은 -3%입니다.

단지별로 낙폭이 큰 곳이 꽤 있습니다. 대전 서구 둔산동 목련아파트 158.67㎡형은 4억8000만~4억9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최근 4억2000만원짜리 급매물도 나왔습니다.

올 초 3억4000만원에 거래되던 유성구 대덕 테크노밸리10단지 112㎡형은 현재 3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해당 지역 중개업소는 집값이 떨어지는 원인을 매수세 감소로 봅니다. 둔산동 M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수요가 많이 줄어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는 거래가 끊긴지 3개월 이상 됐다.”고 말했습니다.

충남 공주 집값도 오름세를 이어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지지부진합니다. 7월부터 변동 없는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죠.

청주 아파트값은 상승폭이 많이 줄었습니다. 올 초 월평균 1% 가까운 상승폭을 기록했으나 지난달 0.4%까지 누그러졌죠.

반면 세종시는 집값이 많이 뛰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속한 연기군은 올해 3.3% 뛰었죠. 첫마을 59㎡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말 8000만∼9000만원에서 현재 1억2000만∼1억3000만원까지 올랐습니다.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입니다.

세종시는 집값이 오르는데 주변 지역은 지지부진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주택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세종시가 이를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연기군 S공인 관계자는 “세종시는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대전, 공주 등 주변지역 거주자들이 몰리고 있다. 주변은 주택수요가 줄어들면서 집값이 빠지고 세종시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매수세가 세종시로 빠져나가면서 세종시 주변 집값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아파트 밀집지역 모습.

한정된 주택 수요 인기 지역 쏠림 현상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이를 두고 주택시장의 ‘블랙홀 효과’라고 부르더군요.

인기 있는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주변 지역은 오히려 집값이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과거 집값 상승기라면 주변 지역도 개발 호재가 생겨 함께 상승했지만 침체기엔 주택시장도 되는 곳만 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수요를 빼앗긴 주변지역은 오히려 침체된다는 겁니다.

동탄신도시가 그런 예입니다. 동탄2신도시가 분양을 시작하자 기존에 입주했던 동탄1신도시의 집값이 떨어진 겁니다. 화성 동탄면 시범다은공인 관계자는 “동탄2신도시 청약을 위해 이곳 동탄1신도시 아파트를 급매물로 내놓고 전세로 사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당지역 도시가 개발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할 것으로 봅니다.

새 아파트가 조성되면서 주변 지역을 떠나 새 도시로 이사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입니다. 공주 L공인 관계자는 “매매는 잘 하려 하지 않고 전세를 찾는 사람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셋값은 강세를 띨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택시장 침체기엔 한곳이 개발된다고 주변지역이 덩달아 오르기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투자 목적으로 주변 지역 집을 사는 것은 위험합니다. 철저히 실수요 차원에서 가급적 개발 중심지역 물건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