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1센트짜리 동전 사라지나

중앙일보

입력

2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미국의 1센트(약 13원)짜리 동전의 유통을 폐기할 것을 제의하는 법안이 미 하원에 제출될 예정이어서 그 통과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흔히 '페니(penny)'라고 불리는 1센트짜리 동전은 지난 1793년 처음 주조됐다.

첫번째 페니에는 "비쩍마른 독수리"의 모양이 찍혀있었으나 신생국을 상징하는 데 적절치 않다는 불만 때문에 1855년 인디언의 두상이 든 동전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 역시 동전이 너무 커 주체스럽다는 불평이 나오자 1909년 지름 1cm 남짓 크기에 에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초상을 담은 현재의 페니가 등장했는데 그 폐기법안이 하원에 정식 상정되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지가 3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하원의 짐 콜버 의원(공화. 애리조나)은 흔히 '페니(penny)'로 불리는 1센트짜리 동전이 번거롭기만 할 뿐 유용성을 잃었다면서 "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폐기하길 바란다면서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콜버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페니를 다시 사용하기보다는 구석에 처박아두거나 버리고 있어 연방정부가 남는 이익도 별로 없이 매년 수 십억 개의 동전을 주조하고있다고 지적하고 "만일 페니를 폐기한다면 기업자금을 절약하고 가게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조폐국에 따르면 1센트짜리 동전을 주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0.8센트로 조폐국은 지난 한해동안 이 동전의 주조로 전체 수익의 18%에 해당하는 2천45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헌금을 모금하는 데 주로 동전에 의존하고 있는 자선단체들은 특히 어린이들의 경우, "동전 한닢 아끼라는 말은 모두 이해하고 있지만 이들에게 달러를 절약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페니 폐기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콜버 의원은 또 페니의 유통을 중단하기 전 과도기간을 두고 현금거래시 페니로계산되는 우수리를 잘라 내리거나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페니 옹호단체들은 우수리를 자르게 될 경우 기업들이 이를 자신들에 유리하게 이용, 가난한 미국인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콜버 의원이 구리생산지역인 애리조나주 출신임을 지적, 그가 일반 인식과는 달리 구리보다는 98%가 아연으로 만들어지는 페니를 폐기하는 대신 구리를 주성분으로 제조되는 다른 동전을 사용토록 하기 위해 페니 폐기를 주장하고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콜버 의원은 자신이 제출한 법안이 구리산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국내통화정책.기술 및 경제성장 소위원회에 제출되는콜버 의원의 법안은 "페니를 없애는 것은 자유의 여신상을 제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는 일부 미국인들의 페니에 대한 애착도 극복해야만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신기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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