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 일단 스톱 … 여야 “정부 대책 없으면 연내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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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법’의 국회 법사위 통과로 야기됐던 버스 파업이 22일 아침 전격 철회됐다. 이날 오전 시민들이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강정현 기자]

전국적인 버스 대란은 일단 피했다. 버스업계는 예고했던 대로 22일 첫 차부터 운행중단에 나섰지만 오전 7시를 전후해 운행재개로 방침을 바꿨다. 덕분에 우려했던 출근길 혼란은 크게 줄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이날 오전 “국민 불편을 더 두고 볼 수 없어 운송거부 방침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다시 전면 운송거부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운송거부 철회에는 ‘서민의 발’을 묶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광주광역시·대전·전남 등의 버스업체들이 운송거부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내부 결속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 국회도 정부·버스 업계 반발과 여론의 질타를 의식해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유보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공을 넘겼다. “2013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때까지 정부가 납득할 만한 택시 대책을 내놓으라”는 요구와 함께다. 여야는 안 그러면 다시 법안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택시 지원대책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내는 것은 어렵다. 법 통과 지연에 대한 택시업계 반발도 부담이다. 교통 대란은 잠시 피했지만 불씨는 여전한 상황이다.

 현재 택시업계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1997년 21만여 대이던 택시 등록대수는 2010년엔 25만 대를 넘었다. 우리나라(남한 기준)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고 경제규모도 훨씬 큰 일본의 택시 대수와 같은 수준이다. 반면에 같은 기간 택시의 연간 수송인원은 48억 명에서 37억 명으로 줄었다. 남서울대 김황배(GIS공학과) 교수는 “택시 문제를 풀려면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2013년 예산안에 법인택시의 감차(減車)를 유도하기 위한 보상금 50억원을 반영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보상 규모가 대당 1300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은 낮을 전망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전체 택시의 65%를 차지하는 개인택시 수를 줄이기 위해 개인택시면허의 양도·양수와 상속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개인택시업계는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발한다.

 계속 치솟는 연료비도 택시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01년 리터당 440원이었던 LPG(액화석유가스) 가격은 올해 1120원으로 154%배나 뛰었다. 같은 기간 택시 기본요금은 1600원에서 2400원으로 50% 인상(서울 기준)되는 데 그쳤다. 택시기사들의 임금수준도 버스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다.

 택시업계 문제를 풀기 위해선 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물가인상 부담 때문이다. 김용석 국토부 대중교통과장은 “기획재정부 의견도 들어야 하고 시민들 얘기도 수렴해야 한다”며 “당장 올린다 내린다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택시를 둘러싼 대립과 갈등은 언제고 다시 터져나올 수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전문가들은 국회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대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강승필(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는 “복잡하게 얽힌 택시 문제를 하루아침에 풀긴 힘들다”며 “중앙과 지방정부에 택시 문제를 전담할 별도 기구를 공동으로 두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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