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채권 열기 … 외국계 운용사, 한국 떠나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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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진재욱

운용업계가 어렵다. 올 상반기 열에 넷은 적자였다. 특히 적자 회사 셋 중 하나는 외국계였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전격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장의 관심은 외국계로 쏠렸다. “누가 또 떠나지 않나”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하나UBS자산운용 진재욱 대표는 “한국 시장을 떠나느냐고? 오히려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스위스 최대은행 UBS의 UBS글로벌자산운용과 하나금융그룹이 51대49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진 대표는 UBS증권 서울·대만 지점 대표를 거쳐 UBS 투자은행 아시아 주식영업 대표(홍콩)를 하다 2010년 하나UBS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UBS는 지난달 말 전체 인력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1만여 명에 대한 감원을 전격적으로 실시했다. 혹시 구조조정 차원에서 UBS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은 없나.

 “우리는 다른 외국계 운용사와 다르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계 회사가 아니라 국내 유수의 금융사(하나금융그룹)와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시장에 뿌리박고 있는 회사라는 얘기다. 또 외국계 운용사 하나가 한국 시장을 빠져나갔으니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전체가 다 위기라는 식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환경이 우리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UBS 감원의 의미는.

 “UBS의 감원은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일부 투자은행(IB) 부분을 축소하는 것이다. 대신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한다. 그러려면 좋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자산운용을 더 육성할 수밖에 없다. 한국 시장만 놓고 보면 2007년 지분인수 이후 계속 흑자를 내고 있다. 본사는 한국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2007년까지 한국 펀드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외국계 운용사 대부분이 큰 기대를 갖고 한국 시장에 진출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펀드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그런 기대가 일부 꺾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 UBS는 그룹 전체는 물론이고 글로벌자산운용 부문도 ‘성장 여지는 여전히 아시아에 있다’는 판단 아래 상대적으로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전보다 성장성이 둔화했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좋다.”

 -어떤 측면에서 기회라는 얘기인가.

 “증시가 주춤하면서 운용업계와 증권업계 등 제2금융권이 다 힘들다. 중요한 건 이게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점이다. 호황일 땐 관련산업에 몸담은 회사 대부분이 다 좋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경쟁력이 없는 회사는 힘든 게 당연하다. 운용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다 그렇다. 고객이 원하는 금융상품을 만들어내는 게 운용사가 할 일이다. 그리고 그 일을 잘하면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헤쳐나갈 수 있다. 또 경제가 아무리 어려웠던 때에도 수직 하방, 소위 급격하게 시장이 고꾸라지지 않았다. 국내외적으로 정책적 변수가 나오면서 굴곡은 있었지만 결국 성장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투자자들이 너무 비관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고개를 들면서 주식형 펀드에 대한 관심은 시들하고 해외 채권형 펀드의 인기가 높다. 이런 열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나.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알파(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국내 투자자가 해외 채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향후 1~2년간은 지속될 걸로 본다. 하지만 시장은 늘 급변하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한국 자본시장이 일본을 따라간다는 우려가 많지만 난 그렇게 보지 않는다. 한국이 일본과 비슷한 면도 있지만 아닌 면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인구 노령화나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확실히 일본과 닮았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은 매우 역동적인 문화가 있다. 또 미국과 같은 기업가 정신도 있다. 기업 경쟁력 역시 아직 일본보다는 앞서 있다. 젊은이도 진취적이다.”

 -낙관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시장엔 국내 기업의 향후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국내 대표기업은 일본 기업과 경쟁하면서 커왔다. 가령 삼성전자는 소니, 현대차는 도요타를 상대로 경쟁했고 지금은 국제시장에서 나름대로 우위 또는 대등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소니는 이미 제쳤다. 이제 세계 초일류인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난 다르게 본다. 삼성전자가 걸어온 길을 보면 엄청난 걸 이뤄냈다. 앞으로도 희망적이다. 여전히 연구개발(R&D)에 신경 쓰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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