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극단적 우경화로 달려가는 일본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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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다음 달 일본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가 크게 우경화된 외교안보 공약을 내놓았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강제성을 부정하는 입장을 강화하는 한편 집단자위권 행사와 군대 보유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갈수록 우경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교과서 검증제도도 침략의 역사를 부인 또는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의 악랄한 식민지배 피해를 경험한 우리로선 크게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 변화다.

 일본의 우경화 현상은 최근 10여 년 사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특히 아베 총재는 2006~2007년 총리로 재직하면서 ‘전후(戰後)체제로부터 탈출’이라는 이름으로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을 실현하는 등의 우경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공약은 당시 정책의 연장선에 있으며 한층 강경해진 내용들이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기념행사를 정부 차원으로 승격하고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역사적·학술적 조사를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한국으로선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한국의 주장에 대해 반론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다음 달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해 아베가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 우려가 크다.

 또 국방비를 크게 늘려 군사력을 키우겠다는 공약도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제국주의로 주변국들에 막대한 피해를 준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가운데 공격적인 군사대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북아시아에 군비 경쟁을 촉발해 지역 안정을 해칠 위험성이 커지는 것이다.

 아베 총재의 공약을 놓고 일본 내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와 논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정계와 사회의 우경화 추세는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선까지 넘나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