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정보] 겨울에 만나는 ‘꽃길 삼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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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롱한 자태를 뽐내는 으름덩굴.

야생화. 인공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자연 상태 그대로 자라는 식물을 부르는 이름이다. 야생화는 자연의 상징이자 고귀함의 상징이다. 그런 만큼 야생화는 많은 사람과 작품들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는 ‘꽃길 삼천리’를 주제로 한 김환식 사진전이 열린다. 김환식 작가는 여행길에서 마주친 야생화를 23년간 촬영해 왔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그동안 찍은 야생화 사진 중 약 65점 정도가 전시된다. 그녀는 그동안 백두산만 14번, 한라산은 셀 수 없이 올랐고 매계절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전국을 다녔다.

김환식 작가가 야생화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이다. 우연히 찍었던 붓꽃의 아름다움에 반해 무작정 야생화를 찾아 나섰다. 그러다 만나 사람이 바로 사진가 송기엽이다. 송기엽은 국내 야생화 사진 1세대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 국토를 누비며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로 『한국의 야생화』(1992), 『야생화 일기』(2002), 『보고 싶고 걷고 싶은 꽃길』(2005), 『내 마음의 야생화 여행』(2011) 등의 저서를 통해 수많은 야생화 사진을 선보여 왔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야생화 촬영에 나서는 김환식 작가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동안 험한 산속 야생화를 찾아다니다 보니 엉치뼈, 손목 등 성한 곳이 없다. 또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는 작품인 암매를 찍기 위해 한라산 분화구 안개 속에 들어가는 것도 감수했다. 그렇게 몇 시간을 기다려 결국 암매를 찍었다.

또 다른 전시 작품인 광릉용광꽃은 20여 년 전에 누군가가 찍은 꽃을 처음 보고 찾아 헤맸다. 3년 전 또 다른 사람이 찍었다는 장소를 전해듣고 근처를 찾아 헤맸지만 쉽게 찾을 수 없어 포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찾아볼 마음으로 산속을 헤매던 중 눈앞에 선녀처럼 아름다운 자태의 광릉용광꽃을 발견하고는 반가움의 눈물이 흐를 정도로 흥분됐다고 했다. 김환식 작가는 이러한 노력을 노동이 아닌 즐거운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꽃길 삼천리를 걸어올 수 있었다.

김환식 작가 는 색다른 전시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특수 문창호지와 캠퍼스화지 등의 인화지 위에 전통 수묵화 같은 느낌의 꽃사진을 담아냈다.

오두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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