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 앞엔 여야가 따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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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소위원회가 법을 어기면서까지 기초노령연금을 20% 올리는 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켜 논란이다. 대선을 앞두고 노인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 여야가 따로 없었다.

 국회 복지위 예산소위(위원장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는 지난 20일 회의를 열어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가입자 3년치 평균소득의 5%(월 9만7100원)에서 6%(11만6600원)로 올리는 증액안을 의결했다. 액수로 따지면 20%를 더 주는 내용이었다. 이대로 하면 예산이 6484억원(지방비 1647억원 포함) 더 필요하게 되고 노령연금예산도 총 5조원으로 늘어난다. 소위는 이날 인상안이 상정되자 “위원회 총의로 결정하자”며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반대 의견은 아예 없었다. 보건복지부가 기초노령연금법을 들어 “연금제도개선 특별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반대했지만 무시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건 통과에 2~3분도 채 안 걸렸다”고 전했다. 예산소위에는 새누리당 김명연·김정록·류지영·민현주·신의진 의원, 민주통합당 이목희·이언주·이학영 의원,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이 참여했다.

 하지만 예산소위의 증액안 의결은 법률 위반이다.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기초노령연금법 부칙 제4조의2(연금액의 단계적 인상 경과조치)는 기초노령연금을 2028년까지 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10%로 단계적으로 올리되 재원 대책, 인상 시기와 방법 등은 국회에 연금제도개선특위를 설치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19대 국회에는 연금제도개선특위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앞서 18대 국회에선 특위를 구성하긴 했지만 지난해 8월 이후 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 다른 복지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만든 법에 명백히 절차가 적혀 있는데도 국회의원들 스스로 이를 어기는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령 부칙에 이 같은 규정을 둔 이유는 2007년 기초노령연금법을 만들 때 반대가 컸기 때문이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모든 노인에게 월 최고 33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의 전신)은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했고 타협 끝에 나온 게 현행 기초노령연금이다.

 연금 인상안은 이날 소위에 이어 열린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임채민 복지부 장관의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 예산증액 사항은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지위는 22일 회의를 열어 인상안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기초노령연금 관련 공약을 내지 않았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하되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처럼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안철수 후보도 두 배 인상을 공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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