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 고민 정대세 “차두리 찾아가 조언 구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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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에서 뛰게 된다면 축구 대사(ambassador) 역할을 맡고 싶습니다.”

 ‘인민 루니’로 불리는 북한 축구 대표팀 스트라이커 정대세(28·FC 쾰른·사진). 그의 인생은 경계를 넘나든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경북 의성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 북한 대표팀 공격수로 뛰고 있다. 북한과 한국·일본의 경계에서 살고 있는 그가 한국 프로축구 K-리그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보훔에서 맹활약해 쾰른으로 스카우트됐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현재 K-리그 수원과 서울·울산·인천 등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일(한국시간) 쾰른팀의 클럽하우스인 라인 에네르기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정대세는 “K-리그 팀으로부터 영입 제의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행과 일본 J-리그 복귀, 유럽 잔류라는 선택이 있다”며 K-리그 이적 확정설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정대세는 “조선(북한)은 열 번 넘게 가봤지만 한국은 네 번밖에 못 가봤다. 북한 대표팀 소속으로 한국에 가면 호텔 밖으로 함부로 못 나간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다” 며 한국행 열망을 에둘러 표현했다.

 정대세는 “조선은 날 키워준 나라, 일본은 내가 태어난 나라, 한국은 진짜 고향이 있는 나라다. 난 한국어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며 “만약 한국에서 뛰게 된다면 축구 대사 역할을 맡고 싶다. 조선 대표 선수가 같은 민족인 한국에서 뛰는 것으로 통일에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개월마다 일본에 가서 임시여권을 재발급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정대세의 K-리그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정대세는 최근 뒤셀도르프에서 뛰고 있는 차두리(32)를 찾아가 한국행 관련 조언을 구했다. 정대세는 가수 싸이(35)의 ‘강남 스타일’을 즐겨 듣고, 한국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세 번이나 봤을 만큼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다.

 정대세는 “내 축구 인생을 경기에 비유하면 현재 후반 10분, 0-2로 지고 있다가 1-5로 더 벌어졌다”며 “하지만 스웨덴 대표팀이 지난 17일 독일과의 경기에서 0-4로 지고 있다가 4-4로 비겼다. 내 축구인생은 아직 35분 남았다. 축구인생 3막에서 극적으로 6-5로 역전할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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