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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차원이 다른 韓流와 漢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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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맞닿은 광둥(廣東)성 선전시 교외, 그 서북쪽 끝단에 푸융(福永)이라는 항구가 있다.

조용한 항구마을이지만 홍콩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푸융 바로 옆 선전비행장을 가기 위해서다. 홍콩인들이 멀쩡한 홍콩 첵랍콕 공항을 내버려두고 먼길을 돌아 선전 비행장을 찾는 이유가 뭘까. 돈 때문이다.

홍콩서 중국을 가려면 국제선 요금이 적용된다. 선전에서는 국내선 요금이다. 중국은 최근 국내선 항공료를 큰 폭으로 내렸다. 특히 선전을 떠나 중국 내지 도시로 가는 항공료는 거의 반값으로 줄어들었다. 엄청난 홍콩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려는 발빠른 대응이다. 굼뜬 중국은 이제 옛말이다.

또 하나 있다. 푸융항 여객청사 2층에는 최근 안마소가 생겼다. 홍콩손님이 늘어나면서 갑자기 생겨난 변화다. 뿐만 아니다. 선전 비행장 옆에도 언제부터인지 슬그머니 골프장이 생겼다.

"비행기를 타기 전 골프는 스트레스 해소에 그만이다. 비행기를 기다리는 무료함도 멋지게 해소할 수 있다" 는 게 이들이 이곳에 골프장을 세운 이유였다.

지금 이 생각은 멋지게 들어맞고 있다. 푸융항 이민국에는 통관창구가 2개 있다. 하나는 외국인 전용이고, 나머지는 내국인 용이다. 그런데 외국인용 통관창구에는 언제나 상냥한 여성 직원이 앉아 있다.

이게 바로 오늘날의 중국이다. 철저하게 '돈 쫓아가기' , 그리고 정부도 '체면보지 않고 돈벌기' 다. 중국 장사를 결심하면서 '푸근하고 어리숙한 중국' 을 기대했다면 심각한 착각이다.

최근 선전시 정부는 "앞으로 연구개발(R&D)까지 들고 들어오는 기업을 우대하겠다" 고 밝혔다. 변변찮은 기술 하나 들고, 그저 싼 노임이나 따먹으려고 들어오려는 기업들은 아예 들어오지 말라는 얘기다.

요즘 한국에서는 '한류' (漢流.중국 열풍)가 뜨겁다. 동남아나 중국 일각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한국 열풍)와는 차원이 다른, 경제.산업.군사차원의 한류다.

그러나 중국인 가슴에 흐르는 것은 차가운 '한류(寒流)' 다. 손익을 따지는 가슴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3일 북한을 찾는 장쩌민(江澤民) 중국 주석에게서도 이 차가운 한류를 우리는 느껴야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중국도 자신들의 이익을 뒷전에 놓고 주변국에 우호를 베푸는 나라가 아니다.

진세근 홍콩특파원 skjin@netvigat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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