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로버트 퍼슨 '내 사전에 연패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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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래리 보와 감독은 로버트 퍼슨(30)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그것은 단지 퍼슨이 선발투수로서 오마 달(28)과 함께 팀내 최다승인 12승을 거두고 있어서가 아니다. 바로 팀이 연패의 늪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그가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스토퍼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한국시간) 벌어진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퍼슨은 8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완투하여 3-1승리를 이끈 동시에 팀을 3연패의 수렁에 빠질 위기에서 구해내었다. 특히 그 경기에서의 승리는 최근 팀의 연패추락을 막아냈다는 점과 함께 지구우승에 대한 가능성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사실 그가 팀이 나락의 늪에 빠지는 것을 구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8월23일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서 8이닝 2안타 1실점으로 팀의 추락을 5연패에서 멈추게 하는 한편, 7월 21일 뉴욕 메츠 전에는 5안타 1실점만을 허용하며 완투승으로 이뤄냄으로써 팀이 5연패로 가는 것을 막아낸 바가 있다. 또한 전반기 6월 29일 플로리다 전에서는 3연패에 빠져 있던 팀을 구해내기도 했다.

이렇듯 고비때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퍼슨의 활약은 단지 12승이라는 승수나 4점대의 방어율 수치만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95년에 데뷔한 이래 올해까지 빅리그 7년째를 맞고 있는 30살의 퍼슨은 올시즌 27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12승 6패, 방어율 4.42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퍼슨은 올시즌 후반기에 들어서만 6승 1패, 방어율 3.51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구나 그의 후반기 6승중 4승이 팀이 앞경기에 패한 뒤 연패를 막아낸 승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7년동안의 메이저리그 경력 중에서 최다승 기록이 99년의 10승에 불과 했을 만큼 퍼슨은 별 볼일 없는 투수였다. 방어율은 4-5점대를 웃돌았고 특히 지난 해까지 통산 이닝 당 평균 피칭수가 17.6개에 이르는 한편 경기당 평균 볼넷갯수는 무려 5.1개나 될 정도로 컨트롤에 문제가 있는 투수였다.

타고난 운동신경과 150km대의 빠른 직구, 낮게 깔리는 좋은 슬라이더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구력의 난조는 퍼슨으로 하여금 경기 중반에 일찌감시 강판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올시즌 공격적인 피칭으로 변신하면서 그동안의 고민이었던 제구력이 어느정도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시즌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6개로 감소하였고, 한경기 평균 볼넷도 0.38개로 크게 준 모습이다.

지금까지 잘 해온 퍼슨이지만 그에게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선발투수 로테이션에 브랜든 덕워스(25. 2승, 방어율 3.34), 데이브 코긴(24. 4승3패, 방어율 3.16), 넬슨 피게로아(27.4승4패, 방어율3.82) 등 빅리그 경력이 일천한 신인이 세 명이나 포진되어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베테랑이라 할 수 있는 로버트 퍼슨의 스토퍼로서의 활약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실정이다.

그리고 빅리그 7년만에 최고의 해를 맞이하는 로버트 퍼슨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에이스라 한다면 승수를 많이 쌓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연패에 빠졌을 때 팀을 구하고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퍼슨은 진정한 '에이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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