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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의대 나온 오 원장은 왜 신용불량자가 됐나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오성일 원장(남·50)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촉망받는 의사였다. 하지만 2006년 1년간의 기간 때문에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오 원장은 현재 40억원의 빚이 있다. 생활고로 아내가 이별을 통보했고, 아들의 양육권 또한 넘어가 가족을 잃었다. 현재는 인천 요양병원에서 일하며 숙직실에서 생활하고 있다.

엘리트 의사 오 원장의 인생이 바뀐 건 2006년 사업가 홍모씨를 만난 이후부터다. 사업가 홍모씨는 오씨에게 자신이 80억원을 투자했다며, 일산에 위치한 대형병원의 원장 자리를 제안했다. 빌딩 6개층 규모에 150개 병상, 최신식 설비를 갖춘 꿈의 병원이었다.

사업가 홍모씨는 “일산엔 이미 서울대 출신의 의사들이 많으니 오 원장 같은 엘리트 의사가 원장을 맡아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선배까지 나서 그의 원장 자리 제안을 독려했기 때문에 당시엔 열심히 산 덕에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오 원장은 그해 11월 계약을 체결했다. 사무적인 일은 잘 몰라 병원 원무과에 인감증명을 맡기고 모든 행정적인 절차를 위임했다. 오 원장은 그 때 만해도 의사는 환자만 잘 돌보면 된다는 생각에 행정 실무나 법률에 대해선 문외한이었고 모든 업무를 행정과에 맡겼다.

하지만 그의 장밋빛 인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원장 자리에 앉은지 1년이 되기도 전에 이상한 낌새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를 가압류 하기 시작한 것. 이미 빌딩 소유권이 사업가 홍씨에게서 다른 주식회사로 넘어가 있었고, 임대료를 내지 않아 진료비가 가압류 상태에 이르렀다.

오 원장은 그때서야 말로만 듣던 사무장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바로 사직하겠다는 뜻을 전달했지만 홍 회장은 답이 없었다. 오 원장은 “당장 눈앞의 환자를 버려 둘 수 없어 진료를 계속했지만 물품대금과 의약품 등을 지급을 요구하는 업체들과 밀린 급여 때문에 병원 경영은 점차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오 원장은 용기를 내 2007년 11월 대한의사협회 불법의료신고센터에 사무장병원임을 자진 신고했고, 홍 회장을 사기죄로 형사고발했다. 하지만 자진 신고가 오 원장을 구제해주진 못했다. 홍 회장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오 원장은 무고죄로 고소를 당했다.

소송은 끝나지 않았다. 오 원장은 16억원에 달하는 병원 부채를 홍 회장이 내야 한다는 민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이어 홍 회장은 오성일 원장에게 병원에 투자한 돈 5억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냈고, 오 원장은 패소했다. 제약회사가 밀린 대금 3억여원을 내놓으라고 낸 소송에서도 오 원장은 패소했다. 오 원장은 “지금까지 진행한 소송 건수가 너무 많아 기억도 잘 나지 않고 현재도 계속 소송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2010년 9월 오 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에 의사면허 자격 증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비 환수 조치다. 건보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의 ‘부당이익 징수’를 근거로 사무장병원이 청구해 온 모든 급여 비용을 오 원장에게 환수 조치했다. 오 원장은 최근 8월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3개월 정지를 그대로 인정 받았다.

오 원장은 현재 ‘사무장병원 피해 모임(사피모)’를 만들어 사무장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의사들의 구제 활동을 위해 뛰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다. 실제로 사무장병원에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많고, 개인적으로 연락이 많이 오지만 막상 자신을 드러내야 할 때 숨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의사들이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알리려 하지 않아 구제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현재 사피모에서는 변호사 선임을 위한 모금 활동을 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에서 피해를 입은 의사들이 십시일반 통장으로 모금액을 보내 온다. 오 원장은 “구제 운동을 하다 보니 단순히 사무장병원에 피해를 입은 의사들 뿐 아니라 의료계 전반의 모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의료계의 부당한 현실과 끝까지 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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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치선 기자 charity19@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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