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풀죽은 롯데, 부푸는 N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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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야도(野都) PK(부산·경남)가 심상치 않다. 야구 시즌이 끝난 뒤에도 인구 800만 명의 ‘PK 민심’이 끓어오르고 있다. 2013년 1군 리그에서 맞붙게 되는 롯데 자이언츠(부산)와 NC 다이노스(창원)가 벌써부터 흥미로운 대결 구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최고 인기팀 롯데는 악몽 같은 주말을 보냈다. 16일 밤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4번 타자 홍성흔(35)과 톱 타자 김주찬(31) 등 FA(프리에이전트)를 잡지 못했다. 하루 전에는 왼손 불펜 이승호(31)가 NC의 특별지명을 받고 떠났다. 이달 초 롯데는 김시진(54) 감독을 영입하며 “20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한을 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PK 맹주’ 지위마저 위협받을 만큼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홍성흔은 19일 친정팀 두산과 4년 총액 31억원, 김주찬은 18일 KIA와 4년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롯데는 지난해 이대호(30·일본 오릭스)와 장원준(27·경찰청)을 잃은 데 이어 올해도 심각한 손실을 봤다. 2008년부터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는 당장 내년 4강 진입을 자신하기 어려워졌다.

 반면 도전자 NC는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했다. 이승호를 비롯해 송신영(35)·고창성(28)·조영훈(30)·모창민(27) 등 수준급 선수 8명을 기존 8개 구단으로부터 특별지명해왔다. FA 시장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여 거포 이호준(36)과 2007년 타격왕 이현곤(32)을 잡았다.

 김경문(54) 감독의 지휘로 올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1위를 차지한 NC는 신생팀다운 패기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특별지명과 FA를 통해 베테랑들을 알차게 영입했다. 1군 첫해인 내년엔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약해진 롯데’의 라이벌로는 손색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NC가 창단 작업을 벌인 지난해부터 두 구단은 세게 부닥쳤다. 롯데는 NC의 창단을 대놓고 반대했다. 표면적 이유는 국내 프로야구 여건상 대기업이 소유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안마당과 같은 창원에 새 팀이 생기는 게 못마땅해서였다. 결국 여론을 등에 업은 NC가 창단 승인을 받았고 두 팀은 올해 퓨처스리그(NC 9승1무4패)에서 뜨겁게 맞붙었다. 양 팀의 구원(舊怨)은 스토브리그와 함께 다시 타올랐다. 창단 과정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NC는 돈 보따리를 풀어 올겨울의 강자로 떠올랐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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