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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목장·목조각장·번와장·칠장 … 인간문화재 4인 12년 지은 이 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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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최기영 대목장, 박찬수 목조각장, 이근복 번와장, 정수화 칠장 등 네 명의 무형문화재들이 12년에 걸쳐 지은 한마음 선원 부산지원. [사진 한마음 선원 부산지원]

국내 최고의 장인 4명이 모여 12년 동안 절을 지었다. 최근 준공법회를 가진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지원장 혜도 스님)의 이야기다.

 목조건축은 최기영(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74호) 대목장, 불상은 박찬수(제108호) 목조각장, 기와는 이근복(제121호) 번와장, 불상의 옻칠과 개금은 정수화(제113호) 칠장이 맡았다. 여기에다 대웅전 후불 목조각 탱화는 청원스님(문화재 기능보유자,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교수)이 조각했다.

 영도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봉래산 기슭에 자리 잡은 절은 대웅보전과 요사채·선실 등 3채의 목조 건물로 이뤄져 있다. 대지 9125㎡에 전체 면적이 4907㎡이다. 섬인 영도의 특성상 소금기 많은 기후를 이기기 위해서는 소금기에 강한 목조건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마음선원 부산지원의 대웅보전 후불탱화에는 우리나라 16국사가 새겨져 있다. 동국대 불교미술학과 교수 청원스님이 조각했다. 대웅전에 우리나라 불교 지도자를 모신 절은 처음이다. [송봉근 기자]

 이 절의 특징은 대웅보전 후불탱화다. 불상 뒤 벽에 새긴 목조각 탱화에는 보조·진각·청진·진명·원오·원감·자정·자각·담당·혜감·자원·혜각·각진·정혜·홍진·고봉 등 16국사를 새겼다. 16국사는 고려시대에 수선사의 사주(社主)로서 국사의 칭호를 받았던 15인과 조선 초기에 송광사를 중창하였던 고봉을 합쳐 16국사라고 한다. 16국사를 후불탱화로 모신 곳은 이례적이다.

 대웅보전에 모신 석가모니불은 박찬수 목조각장이 은행나무로 조각했다. 정수화 칠장이 먼저 옻칠을 한 뒤 금칠을 하고 불에 굽는 방식으로 채색했다. 오래도록 개금이 벗겨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혜도스님은 “국내 대부분 절의 후불탱화에는 3000년 전 인도의 부처님 제자만 모시고 있다. 우리나라도 훌륭한 부처님 제자가 많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16국사를 모셨다. 한국 불교의 자존심을 높인 것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부처님 10대 제자는 좌우 양쪽에 모셨다.

 대웅전에 들어간 기둥은 대부분 국산 홍송을 사용했다. 외부와 내부 기둥 몇 개만 러시아 홍송을 썼다. 25t트럭 40대 분량이다. 최기영 대목장이 평생 모으고 아끼던 금강송을 다 쏟아부었다고 한다.

 대웅보전은 조선시대 전통 건축양식인 전면 7칸에 측면 4칸의 팔작(八作)집 목조건축물로 지었다. 팔작지붕은 윗부분 절반은 건물 모서리가 추녀 없이 용마루까지 삼각형 모양의 벽을 이루고, 그 아래 절반은 네모꼴로 된 지붕을 말한다.

 이 절은 2001년 기공식을 가졌으니 12년에 걸쳐 지었다. 박해일 신도회장은 “자금이 허락하는 대로 무리하지 않게 조금씩 짓다 보니 오랜 세월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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