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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과후 학교가 살아야 공교육 희망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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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충남 논산 도산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방과후 학교 덕분이었다. 도시학교들도 감히 꿈꿀 수 없는 골프·승마·발레·댄스 등 23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되다 보니 한때 37명에 불과했던 전교생 수가 3배가 됐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학교를 만들면 학교가 살아날 것”이라는 박상영 교장의 예측은 정확했다.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승부한 덕분에 지역 사회를 떠나려는 발길을 붙잡은 것은 물론이고 멀리는 서울에서까지 전학 온 학생이 생겼다고 한다.

 지역의 학교가 사라지면 젊은 층의 농어촌 지역 이탈 현상은 가속화된다. 떠나려는 학생들의 발길을 돌려 세운 도산초등학교의 사례는 심각한 학생 수 감소로 붕괴 위기에 빠진 농어촌 학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과후 학교의 성공스토리는 이뿐만 아니다. 휴전선 부근에 있는 경기도 파주시 적암초등학교 조욱현 교사는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4~6학년 학생들과 발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올해 세계 창의력 올림피아드 대회에서 2위에 오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17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홀에서 열리고 있는 ‘방과후 학교 콘텐트 페어’에 가면 올해의 방과후 학교 대상을 받은 도산초등학교와 교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최 교사의 성공담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개발한 전국 학교의 사례도 접할 수 있다. 올해는 대학이 주도하는 사회적 기업의 방과후 프로그램도 많이 소개된다고 한다.

 교육당국은 이 자리에서 나온 방과후 학교의 성과를 발굴해 전국 학교에 전파해야 한다. 학교별·지역별 우수 프로그램을 발굴해 공유하는 역할도 해주길 바란다. 그래야 프로그램의 질이 높아지고, 교사·학생 등 학교 구성원의 참여 욕구도 커질 것이다. 방과후 학교가 우리 공교육이 처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잘 키운 방과후 학교는 사교육에 밀려 갈수록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는 공교육에 회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과후 학교가 살아야 공교육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