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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후보의 불편한 진실 - 말 바꾸기] 문재인 캠프서 LH공사 노조위원장 특보 영입 … 임명 이틀 뒤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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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가 14일 부산시 남포동 자갈치시장에서 구입한 광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곳에서 문 후보는 부산·울산·경남의 경제적 자립을 강조했다. [송봉근 기자]

선거에는 ‘내가 잘해서라기보다 상대방이 못해서 이긴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 지난 4·11 총선에서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서울 노원갑)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논란은 새누리당에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총선도 아닌 대선에서 후보의 일관성과 안정감은 중요한 덕목이다. 후보가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유권자들은 불안해한다. 이게 오래가면 유권자들은 냉소적으로 변한다. 후보뿐 아니라 참모들의 실수도 후보에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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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가 지역을 방문할 때는 선물을 들고 간다. 공항·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약속일 때가 많다. 그런데 선거의 승부처가 될 두 지역이 같은 것을 원할 때, 종종 두 지역 모두에 ‘하나밖에 없는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문재인 후보도 그렇다.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건설 공약 뒤집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오전 박영선 선대위원장과 이용섭 당 정책위의장은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전남 발전을 위한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의 약속 16개항’을 발표하며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을 약속했다. 해저터널 공약은 당 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대표와 대선 경선에서 후보로 나선 박준영 전남지사도 약속했던 사항이어서 지역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정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발표 이후 터널 건설이 ‘제2의 4대 강 사업’이 될 거란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랐다.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청정지역인 제주의 환경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비판이었다.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제주의 요구와도 상충됐다. 그러자 이날 오후 노영민 비서실장이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에게 보고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10조원짜리 공약’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문 후보는 제주를 찾은 8일 “제주 신공항이 우선이고, 해저터널은 공항 수요를 해소하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다. 해저터널은 신공항 이후에나 검토될 과제”라고 해명했다.

 문 후보는 이미 LH공사 이전 문제로도 비슷한 시비를 일으켰다. 그는 지난달 10일 전북 완주에서 열린 당원 필승결의대회에서 “(전주가) 빼앗긴 LH공사, 제가 책임지고 마무리하겠다. 참여정부와 제가 여러분께 진 빚을 확실히 갚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부산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해선 “LH공사 이전이 포함된 진주 혁신도시 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정반대의 약속을 했다.

 당장 새누리당에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중플레이를 한다”(이정현 공보단장)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문 후보 측 박광온 대변인은 “(전북에서 후보가 한 말은) 전주로 이전하기로 한 국민연금공단의 핵심인 기금운용본부의 전주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이지, LH공사를 두 지역 모두에 주겠다는 말 바꾸기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H공사를 어디로 이전해야 할지에 대해선 그 뒤 입장정리가 불분명한 상태다. 두 가지 말 바꾸기가 이어지자, 당 안팎에서는 단일화의 승부처가 될 호남을 의식해 후보와 참모 모두 신중함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참모들의 실수로 문 후보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일도 있다. 문 후보 측은 지난달 하순 허평환(전 국군기무사령관) 국민행복당 대표와 박해철 LH공사 노조위원장을 특보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허 대표가 3시간반 만에 새누리당 입당을 밝히면서 캠프는 체면을 구겼다. 박 위원장의 경우도 임명 이틀 뒤 실무자의 실수라며 정정 발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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