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 1년-2탄-활로]"대덕은 지금 마케팅과 전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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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품은 기본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면 파트너의 고향이나 경력 등 시시콜콜한 개인사항까지 꿰뚫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상대방 회사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9일 대덕밸리 벤처기업들 간 만남의 공간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내 벤처카페 아고라 세미나실. 대덕밸리 벤처기업인 70여명이 ''벤처종합상사'' 스탠다드텍 천주욱 사장의 ''마케팅 경험담''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모래알'' 같은 벤처기업인들이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도 이렇듯 인파가 몰린 것은 대덕밸리 기업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마케팅이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덕밸리가 마케팅으로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특히 2-3년차 벤처기업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이들 벤처기업들 상당수가 연구개발을 통해 제품을 개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여서 대덕밸리 벤처들이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마케팅 회사와의 M&A. 최근 성공적으로 코스닥에 진입한 통신장비 벤처기업 아이티(대표 공비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이티는 지난해 마케팅회사와의 M&A를 통해 자사의 최대 약점인 판매 부분을 대폭 강화한 것이 코스닥 진입의 성공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공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시장 진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마케팅이었는데 선배기업인에게 물어보니 독자적으로 마케팅하려면 10년은 걸린다고 말하더라"면서 "고민 끝에 마케팅회사와 합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합쳤는데 그것이 회사 성장의 기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바이오벤처기업 바이오알앤즈(대표 조성복)도 비슷한 경우. 이 회사 역시 기술개발을 마친 뒤 판매에 고민을 하다가 수도권의 바이오 관련 마케팅 회사와 합병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또 다른 케이스는 마케팅 전문가 영입형.
대덕밸리 반도체장비 벤처기업 지니텍(대표 이경수)은 최근 대기업 출신의 마케팅 담당 이사를 부사장으로 영입하면서 국내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사장은 "연구원 창업이 중심인 대덕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은 결국 물건이든 기술이든 팔아야 할 것"이라면서 "가장 빠르게 마케팅 스킬을 보유하려면 외부인사 영입도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해외시장 개척도 한창이다.

결국은 기술이나 제품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특수성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보다는 수출을 통해 성가를 높이고 있는 벤처기업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다.

최근 리모콘 수신용 통신장비 벤처 레이트론(대표 김동철)이 중국에 5백만불의 대박을 터트린 것을 비롯 넷비젼텔레콤(대표 정경훈)은 자사가 기술 이전한 제품이 2천2백만불의 계약고를 올리는 등 해외마케팅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다.

이밖에 도남시스템(대표 고연완)과 빛과전자(대표 김홍만) 등 일부 벤처기업들은 해외에서 전체의 70%이상 매출을 유지하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동종 벤처기업간 클러스터링(그룹핑)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클러스터링은 동종업계간의 중복투자나 중복개발의 폐해를 줄여주고 공동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기업들에게 대덕밸리만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덕밸리의 최대 클러스터링은 대덕밸리 반도체 모임. 반도체 모임은 현재 30여개 벤처기업들의 참여해 6차례 회동을 하면서 벤처기업 클러스터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설계 등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대덕밸리 반도체 벤처기업들과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한 천안지역 벤처기업들이 3차례 ''대덕''과 ''천안''을 오가면서 상호 교류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케이맥 이 중환 사장은 "대덕밸리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의 하나가 정보의 부족인데 클러스터팅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해서 가장 좋은 것 같다"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몇 차례 교류를 하면서 이제는 몇몇 기업들 사이에서 서서히 실질적인 아웃풋(Output)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대덕밸리의 또 다른 클러스터링은 보안모임. 보안모임도 역시 10여개의 ''보안과''기업과 한국정보통신대학원 대학교의 정보보안 관련 연구소장이 참여하는 등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해 점차 시너지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정보통시대학원대학교 정보보안연구소 김광조교수는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나 한국과학기술원에는 정보보안 관련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이 있다"면서 "대덕밸리의 보안업체들은 전문가를 바로 옆에 두고도 서울에서 찾고 있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조언했다.

IT와 BT가 중심인 대덕밸리의 새로운 경향은 퓨전(Fusion).
7백여개 벤처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정보통신 관련 벤처기업이고 우리나라 전체 바이오벤처기업의 30%가 대덕밸리에 밀집되어 있는 만큼 인프라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대표주자는 14개의 벤처기업이 입주해 있는 벤처연합군 대덕바이오커뮤니티(대표 구본탁인바이오넷사장)다. 대덕바이오커뮤니티는 공동 공간에 있는 비슷비슷한 기업들간의 기술교류를 통해 공동 제품개발을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영역을 확대해 IT 벤처기업과 기술교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또 다음달 1일에는 IT와 BT간의 기술 융합을 위한 ''운동회''도 열린다.

IT벤처기업인 아이티(대표 공비호)와 게이트전자(대표 이종민),인터시스(대표 윤종식), 그리고 BT 기업인 일류기술(대표 남승엽)이 기술퓨전에 앞서 체육대회로 호흡을 맞추기로 한 행사다.

일류기술 남승엽 사장은 "대덕밸리는 지금 마케팅이나 정보 등 등 모든 분야에서 어렵지만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대덕밸리만의 독특한 문화로 극복하고 있다"면서 "어떤 평가가 내려질 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 알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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