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의 소리] 청소년 체육시설 투자 급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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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주5일 근무제' 가 화두다.

정부에서는 공무원, 공공기관부터 점차 실시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에서는 현재 상황으로 주5일 근무는 생산성의 저하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결말이 어떻게 나든, 우리의 경제규모로 볼 때 '주5일 근무제' 시대 개막이 임박해 있는 것은 틀림 없는 것 같다.

주5일 근무제란 단순히 말해 근무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남은 여가시간에 재충전해 생산성을 올리자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현대인에게 재충전의 의미는 여가시간을 선용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의 여건이 갖춰졌을 때만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값비싼 헬스클럽 아니면 철봉과 평행봉이 몇 개 있는 단순한 체육시설물들이 있는 것이 고작이다. 주5일 근무를 시행하기 전에 국민이 쉬고, 즐기고, 건강관리를 하면서 여가시간을 선용할 수 있도록 국가적 투자가 선행돼야 함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청소년들이다. 조경되지 않은 황량한 왕모래가 구르는 운동장, 몇십년 동안 그대로인 운동기구들, 입시에 내몰려 천덕꾸러기가 된 체육수업. 이것이 청소년 체육의 현장이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면서 재미를 느낄 청소년들은 아무도 없다.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청소년들의 등교 일은 하루가 줄어든다. 이들이 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생각하면 국가 체육행정에 암담함마저 느낀다.

놀 수 있는 시설은 없는데 놀 시간만 많이 주는 것은 오히려 탈선을 조장하는 것일 수 있다. 컴퓨터의 재미있는 게임에 익숙해 있는 청소년들에게 철봉 몇 개가 덜렁 있는 근린공원에 가서 운동하라고 하면 그 말을 들을 청소년들이 몇 명이나 있겠는가.

더구나 웬만한 운동시설은 어른들 차지다. 청소년들은 기껏해야 농구 골대에 몰려 바글대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충분하지도 않다.

친구들과 함께 뛰놀고 싶어도 적당한 시설물이 없으니 점차 운동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지고 방안에만 처박혀 시간을 죽이거나 유흥업소 주변을 얼쩡거리게 되는 것이다.

다가올 '주5일 근무제' 시대를 대비해 우선 청소년들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을 체육 시설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디에 어떤 시설이 있으며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적극 홍보해야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컴퓨터 앞에서 몇시간이고 꼼짝 않고 있는 청소년들을 운동장으로 끌어내 땀을 흘리는 귀중한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상적인 체육수업을 받으며 입시를 치를 수 있는 교육제도 또한 교육적 차원에서 재고돼야 할 것이다.

나는 감히 주장한다. 정부는 체육시설 확장에 과감히 투자하라. 허우대는 멀쩡하지만 턱걸이 몇 번에, 달리기 몇 백m에 기진맥진하는 청소년들을 우려하라.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희망이 있고, 장래가 있을진대 주저할 이유가 무엇인가.

● 최명수 : 상지대 교수.대학스포츠委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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