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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서 소문듣고 찾아오는 한국의 고래 관광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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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고래바다여행선을 탄 관광객들이 울산 앞바다에서 고래 떼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

울산 남구 장생포는 국내 유일한 고래의 고장이다. 1970년대만 해도 주민 1만5000여 명 가운데 80%가 고래잡이나 고래 음식점 운영 등 고래 관련 산업으로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86년 정부가 고래 포경을 전면 금지하면서 쇠락했다. 장생포항 포구에 있던 포경선 27대는 모두 자취를 감췄고 고래잡이 어민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러한 장생포가 30여 년 만에 다시 ‘고래’로 뜨고 있다. 이번엔 ‘포경(捕鯨)’ 대신 ‘고래 관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울산시 남구청이 고래를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한 끝에 ‘관광’으로 방향을 잡은 게 주효했다.

1970년대 울산 장생포항에서 선원들이 붙잡은 고래를 해체하고 있다. [사진 울산 남구]

 10일 오후 울산시 장생포 포구 옆에 자리 잡은 고래생태체험관. 이날 체험관은 관람객 1000여 명이 찾아 하루 종일 북적거렸다. 관람객들은 고래 수족관에서 돌고래 쇼를 구경하고 고래 관련 4차원(4D) 입체 영상을 감상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최영길(52·경남 진주시)씨는 “한때 고래잡이로 유명한 장생포에 오니 고래 관련 볼거리가 많아 즐거웠다”고 말했다. 고래생태체험관은 울산시가 사업비 72억원을 들여 지상 3층 규모(2611㎡)로 2008년 건립했다.

 울산시 남구청의 고래 관광인프라 구축은 2005년 시작됐다. 당시 65억원을 들여 장생포항 앞에 4층짜리 고래박물관(2623㎡)을 건립했다. 길이 12.4m짜리 실제 고래뼈와 과거 모습을 재현한 포경선 등을 전시했다. 2009년부터는 국내 처음으로 고래바다여행선(260t급)을 운행했다. 네 번 출항에 한 번꼴로 고래떼를 발견하는 세계 유일의 고래 관광선이다. 여행선은 한꺼번에 150여 명의 관광객을 태우고 울산 앞바다를 순회한다. 울산 남구청은 해마다 4월에는 고래축제도 열고 고래 조형물 40개도 장생포 곳곳에 세웠다. 또 고래 음식점 간판에는 모두 고래 그림을 넣는 등 다른 지역과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같은 시설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장생포 관광객은 2005년 30여만 명에서 지난해 89만 명까지 늘었다. 상당수는 일본과 중국인 관광객이다. 고래 관련 시설의 매출도 2005년 10억원에서 지난해 66억원으로 급증했다. 2008년 7월 지식경제부는 장생포를 고래 특구로 지정했다. 한때 텅 비었던 장생포항 일대는 현재 240여 개 고래 관련 상점이 들어서 있다. 고래식당, 고래관광 기념품점, 고래빵집 등이다. 울산 남구는 내년까지 158억원을 들여 장생포항 일대에 고래문화거리를 만든다.

 김두겸(54) 울산 남구청장은 “국내 유일의 고래 고장이라는 콘셉트를 잘 살린 게 관광객 유치의 비결”이라며 2014년부터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겠다”고 말했다. 장생포 특구는 최근 정부로부터 국내 147개의 관광 특구 가운데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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