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류현진 러브콜 … 대한민국 괴물 영입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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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프로야구 한화 류현진(25)의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은 성패와 관계없이 한국 야구의 높아진 위상을 가늠할 척도가 됐다.

 미국 시카고트리뷴지는 “시카고 컵스가 류현진을 얻기 위한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도했고, 댈러스모닝뉴스는 “텍사스 레인저스도 응찰했다”고 확인했다. 이 밖에 LA 다저스·보스턴 레드삭스 등 미국의 명문 구단들이 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응찰액은 1500만 달러(약 163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을 통해 한국 야구의 높아진 브랜드 가치가 입증되고 있다.

 이전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선수는 네 명이다. 그러나 제대로 대우를 받고 미국에 진출한 사례는 없었다. 메이저리그의 장벽은 예상보다 높고 단단했다.

 1998년 이상훈(당시 LG)은 “해외진출을 허락해주지 않으면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포스팅에 나섰다. 그러나 최고 응찰액은 60만 달러(약 6억5000만원)에 그쳤고, LG는 이상훈의 이적을 불허했다. 그는 일본 주니치를 거쳐 2년 뒤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미국 보스턴에 입단할 수 있었다.

 2002년엔 임창용(당시 삼성)과 진필중(당시 두산)이 도전했지만 응찰액이 각각 65만 달러(약 7억원)와 2만5000달러(약 2700만원)에 그쳤다. 당시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를 한참 아래로 평가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09년 최향남(당시 롯데)이 포스팅을 통해 미국으로 갔다. 세인트루이스는 101달러(약 10만원)만 내고 최향남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거저 데려간 것이나 다름없다. 최향남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한 번도 서지 못하고 돌아왔다. 류현진은 선배들과 달리 어릴 때부터 국제무대를 통해 검증을 받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두 대회는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를 재평가하는 계기였고, 특히 에이스 류현진은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았다.

 포스팅에 성공하더라도 류현진의 미국 진출이 확정된 건 아니다. 낙찰을 받은 구단과 류현진의 연봉 계약이 남아 있다. 최근 2년간 포스팅에 성공한 일본 선수 5명 중 2명은 구단-선수 간 연봉 계약이 결렬돼 메이저리그 진출이 무산됐다.

 지난해 나카지마 히로유키(세이부)는 250만 달러를 제시한 뉴욕 양키스와 연봉 협상을 하다 실패해 소속팀에 남았다. 2010년엔 이와쿠마 히사시(당시 라쿠텐)가 오클랜드(이적료 1910만 달러)와 협상하다 멈췄다.

 류현진의 에이전트가 스콧 보라스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보라스는 천문학적인 연봉 계약을 이끌어내는 데 능해 선수들에게 ‘수퍼 에이전트’로 불리지만, 구단들로부터는 ‘악마의 손’이라는 악평을 듣고 있다. 여러 구단이 보라스와의 협상을 꺼려 연봉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새어나온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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