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표를 짱돌에 비유한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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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재철 MBC 사장 해임안이 8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에서 부결되자 민주통합당이 ‘여권 개입설’을 제기하고 나섰다. 여야 공방이 격화되면서 이 사안이 대선 국면의 쟁점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민주당은 ‘짱돌’ ‘저항군’ 등 자극적인 표현을 골라 쓰며 파문을 확산시키려는 모습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우리 역사엔 5·16과 12·12라는 두 번의 쓰라린 쿠데타가 있었다”며 “청와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박정희의 차지철과 전두환의 장세동처럼 쿠데타의 행동대장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민은 참정권이라는 짱돌을 들고 이 포악한 쿠데타 세력에 맞서주기 바란다”며 “민주당이 국민저항군에 앞장서겠다. 문재인 후보가 스스로 저항군 지도자가 돼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신율(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공당 대변인으로서 도를 지나친 발언은 적절치 않다”며 “야권 지지층을 자극해 결속시킬 수는 있겠지만 비판하려는 사안의 본질과 관계없는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 사장 해임안이 부결되자 기자회견을 열어 “하금열 실장과 김무성 본부장이 김충일 방문진 이사에게 전화를 걸어 김 사장을 유임시키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은 위원직에서도 사퇴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추천했다.

 민주당 우상호 공보단장은 “김 사장 해임안 부결로 대선 때까지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의도가 드러났다”며 “무리하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후보 두 분의 의도를 참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도 “김 사장 해임안이 또 부결된 것은 옳지도 않고 정당하지도 않다” 고 논평을 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인사는 “하 실장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하 실장과 김충일 방문진 이사는 수십 년간 알고 지내는 사이라 전화는 할 수 있겠지만 외압 전화는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무성 본부장도 해명 자료를 통해 “김충일 이사와는 평소 잘 알던 사이로 얼마 전 길에서 한 번 만난 일은 있어도 MBC와 관련된 어떤 이야기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류정화·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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