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레이의 대담한 승부수-흑1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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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 제1국
[제7보 (120~131)]
白·중국 胡耀宇 7단 | 黑·중국 王 磊 8단

후야오위7단이 120으로 막는 바람에 전면전이 됐다. 120은 '참고도1'처럼 얼른 살아버리는 것이 현명했다.

상대가 독을 품고 덤빌 때는 한발 물러서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유리한 자의 지혜다. 121로 응수하자 귀의 백은 벌레에 속을 다 파먹힌듯한 형상이 됐다.

124. 胡7단은 이 수로 모든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차단하면 흑은 <참고도2>의 흑1로 살아야 하고 이때 백2로 귀의 흑을 잡아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물론 흑A로 귀가 잡히겠지만 승세는 부동이라고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왕레이는 다른 코스로 왔다. 125로 막아 좌변 흑을 죽이는 대신 귀를 잡는 바꿔치기를 들고나온 것이다. 126으로 좌변이 죽자 인터넷 해설을 맡은 김승준7단이 "흑이 언제나 선수(126 자리의 따냄)인 곳을 아끼다가 죽고 말았다. 이 바둑은 백승"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王8단은 귀의 가일수를 생략하고 131로 최대한 키워 승부를 걸어왔다.대담한 한 수인데 이 대목이 이판의 클라이맥스였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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