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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환상 교향곡'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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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가(國歌)'라 마르세예즈'를 일반 음악회에서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연주할 때는 대개 엑토르 베를리오즈(1803~69)의 편곡을 사용한다. 1830년 7월 프랑스 대혁명 당시 시위대가 부른 '라 마르세예즈'를 듣고 감명을 받아 작곡자인 루제 드 리즐에게 헌정한 편곡 악보다.

베를리오즈(www.hberlioz.com)의 탄생 2백주년을 맞아 전세계에서 기념 행사와 축하 공연이 풍성하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환상 교향곡''로마의 사육제 서곡' 외에도 그의 다채로운 음악세계를 집중 조명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선 세계 정상급 교향악단들이 앞다퉈 베를리오즈 연주 대열에 합류했다. 일찌감치 '베를리오즈 부활'의 깃발을 들고 나선 파리 오케스트라와 런던 심포니는 이미 2000년부터 베를리오즈 연속 기획을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베를린필(지휘 사이먼 래틀)은 '로미오와 줄리엣'(17일)을, 뉴욕필(지휘 샤를 뒤투아)은 '레퀴엠'(2월 14일), 빈필하모닉(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은 '레퀴엠'(5월 3일)을 각각 연주한다.

런던 프롬스 축제에서도 베를리오즈 특집이 마련된다. 슈투트가르트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지휘 로저 노링턴)이 8월 17일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전곡을 콘서트 형식으로 상연하는 것.

뉴욕 링컨센터는 3월 4일부터 두달간 '베를리오즈 페스티벌'을 마련했다. 콜린 데이비스 지휘의 런던심포니가 '로미오와 줄리엣''파우스트의 파멸''이탈리아의 해롤드' 등 대표작을 연주하고 '환상교향곡'연주에 맞춰 수중 인형극 발레가 펼쳐진다.

오페라 무대에서도 베를리오즈 열풍이 뜨겁다. 영국 런던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는 오는 27일부터 6월까지 '트로이인'을 상연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지휘 제임스 레바인)도 2월 10일부터 3월 27일까지 같은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정명훈이 1990년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개관기념 공연으로 지휘해 호평을 받았던 다섯시간짜리 서사 오페라다. 또 2백회 생일인 12월 11일엔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프랑스 국립교향악단(지휘 존 넬슨)이 오페라'벤베누토 첼리니'를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한다.

루브르 박물관의 시청각실에서는 오는 23일부터 2월 2일까지 주요 작품을 영상으로 감상하는'엑토르 베를리오즈 사이클'을 펼친다. 그의 대표적 오페라인'벤베누토 첼리니''트로이인''파우스트의 파멸' 등의 명연주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다.

공식 축하행사의 하이라이트는 6월 21일 파리 오케스트라가 베를리오즈의 '장송과 승리의 대교향곡'을 가두 연주하는 가운데 베를리오즈의 유해가 파리 팡테옹(국가 유공자 묘역)으로 옮겨지는 이장식(移葬式)이다.

국내에선 베를리오즈 열풍이 그리 뜨겁지는 않다. 독일.러시아 음악에 치우친 프로그램과 음악 취향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3월 28일 교향악축제에서 수원시향(지휘 박은성)이 '환상 교향곡''로마의 사육제 서곡'을 연주하고 올 가을 베를리오즈로 꾸민 CD를 출반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부산시향은 9월 26일 '해적 서곡', 10월 10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러브신을 연주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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