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부부 냉동배아 처분권은 여성쪽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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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비 지원문제로 인간배아를 생명으로 간주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뉴저지주 대법원이 14일(현지시간) 이혼부부의 냉동배아 폐기를 여성쪽 권리로 판결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혼부부가 제기한 소송에서 자신의 권리에 반해 생물학적 부모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는 전(前)부인의 주장을 만장일치로 받아들여 냉동상태로 보관해온 7개의 배아를 폐기하거나 불임부부에게 기증하는 것에 대한 결정권을 전부인에게 부여했다.

뉴저지주 대법원의 판결에 앞서 뉴욕과 매사추세츠, 테네시주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송이 제기돼 난자와 정자를 제공한 부모 모두의 동의가 없으면 문제의 배아를임신을 위해 사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다.

지난 92년에 결혼한 이들 부부는 인공수정을 통해 11개의 배아를 만들었으며 이중 4개의 배아를 이용해 임신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자연임신이 돼 나머지 7개의 배아를 불임부부에게 기증하기 위해 냉동상태로 보관해 왔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들 부부는 그러나 첫 딸을 본 지 6개월만인 96년 9월에이혼을 했으며 전부인은 지난 98년 첫 소송에서 냉동배아를 폐기할 수 있는 법정허가를 받아냈다.

가톨릭 신자인 전남편은 그러나 결혼생활 중 아내와 불임부부에게 기증키로 한구두약속을 근거로 이를 기증을 하거나 새로 배우자를 만나 이용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항소를 해 주 대법원까지 오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전남편은 아버지이고 다른 자녀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냉동배아에 대한 권리가 부정돼도 아이를 가질 권리가 상실되는 것이 아닌 반면 전부인은 이 배아가 성공적으로 착상되면 생물학적 부모가 되도록 강요를 받게된다"면서 "전부인의 생물학적 자녀를 갖지 않을 권리가 전남편의 아이를 가질 권리에 우선한다"고 판시했다.
(뉴욕=연합뉴스) 엄남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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