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네요. 결혼할 때 신부 화장 본 게 마지막이었어요. 이 사람이 기분전환 됐다니 좋고, 예뻐서 또 좋아요.”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 제2강의실. 바로 전날 유방암 수술을 한 황미선(42)씨와 남편 남지호(43)씨는 마주보며 웃는다. 황씨는 얼마 전 유방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삭발을 했다. 피부도 거칠어졌다. 짜증이 늘었다. 남씨는 아내의 치료를 위해 입원한 병원에서 마침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이 열리는 것을 알게 됐다. 직접 아내의 손을 잡고 문을 두드렸다. “남편 덕에 지나가다 들렀다”는 황씨는 소중한 자신을 되찾았다며 고마워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로 인한 고통도 컸지만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겪는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가 더욱 힘들었다”며 “다시 거울을 볼 자신이 생겼다. 활짝 웃는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는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에 참가한 환우들이 스킨케어를 위한 마사지를 따라하고 있다.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한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이 하반기 여정을 시작했다. 10월 15일 인제대학교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시작해 12월 7일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까지 총 30개의 병원에서 두달 여의 일정으로 전개된다. 이날도 여성암 환우 44명과 가족들이 참여했다.
행사의 시작과 함께 전광판에서 영상이 흘러나왔다. 지난 2010년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참가 후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환우의 희망 메시지를 담은 내용이었다.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눈물을 글썽였다. 감동과 용기가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이어 진행된 스킨케어 강의 시간에는 피부관리법 및 미용 상식 등에 관한 교육이 진행됐다. 메이크업 강의 시간에는 환우 이순영(가명·61)씨를 모델로 선정해 직접 메이크업을 하며 피부상태를 고려한 화장법을 설명했다.
“아이섀도는 안에서 밖으로 바르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밖에서 안으로 모아주며 골고루 바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볼터치를 할 때는 광대 위를 자연스럽게 칠해야 촌스럽지 않고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어요”
거울을 보며 화장이 뭉치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그녀들에게서 아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밝기만 하다. 누가 그녀들을 암환자라고 생각할까.
아모레퍼시픽 방문판매경로 카운슬러 7년차 권순조(55)씨는 1년에 2번씩 꼭 행사에 참여한다고 했다. “환우들을 보면 같은 여자로서 마음 아프고 안타까워요. 하지만 예쁘게 화장한 후 거울 속 모습은 누구나 똑같아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봉사하러 와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아모레 카운슬러 50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한다. 2008년 첫 해에 120명이 참여했던 것이 4배 이상 커졌다.
2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의 막바지 무렵, 환우들의 얼굴이 모두 환해졌다. 마음까지 밝아졌기 때문일까. 서로의 얼굴을 관심 있게 보며 깔깔 웃는 모습이 마치 해맑은 소녀 같다.
행사의 끝은 포토존 사진 촬영으로 장식했다. 환우들은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추억을 담았다. 그녀들의 미소가 카메라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겠다는 듯이.
배은나 객원기자
◆ 2012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캠페인
여성 암환우에게 메이크업 및 피부 관리, 헤어연출법 등과 관련된 노하우를 전수한다. 서울 및 전국 주요 지역 2천여 명 환우를 대상으로 상·하반기(5~6월, 10~12월)로 나뉘어 총 51개 병원에서 개최된다. 암 수술 후 2년 이내로, 현재 방사선 또는 항암치료 중인 여성 환우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병원 별로 30~50명 선착순 마감된다. 올해로 5년째인 본 캠페인은 그동안 7500여명 여성암 환우 및 1900여명 아모레 카운슬러 자원봉사자가 참가했다. 자세한 정보 및 참가방법은 캠페인 공식 사이트(http://www.makeupyourlife.net) 및 2012 아모레퍼시픽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 운영국(02-318-8674)으로 문의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