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바마 새로운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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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0시(현지시간) 워싱턴 시내를 달리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댔다. 또 다른 경적이 이에 호응했다. 기쁨에 겨워하는 운전자들은 흑인 아니면 라틴계 미국인이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또 역사를 썼다. 4년 전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 오바마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 재선이란 기록을 세웠다. 58억 달러(약 6조3800억원, 선거자금 총규모)의 승부로 불렸던 2012년 미 대선은 경합주에서 승패가 갈렸다.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아이오와·위스콘신에 이어 콜로라도까지 오바마에게 내줬다.

 하지만 승리한 오바마의 어깨엔 ‘통합’과 ‘포용’이라는 무거운 짐이 얹어졌다. 진보적인 백인과 흑인·히스패닉 등으로 구성된 민주당 연합군이 보수 백인들의 단일부대를 이긴 개표 결과라는 짐이다. 플로리다의 경우 라틴계 미국인은 오바마에게 롬니보다 20%를 더 줬다. 4년 전 오바마와 존 매케인의 격차는 15%포인트였다. 전체 흑인 유권자들은 93%란 몰표를 오바마에게 던졌다. 이들의 절실함이 보수 백인들의 정권 교체 기대를 앞섰다.

 롬니의 ‘미국민 중 47% 경시’ 발언에 자극받은 비(非)백인 유권자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고, 저조한 4년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오바마를 선택했다. 세대 갈등도 두드러졌다. 출구조사 결과 18~29세 청년표는 60% 대 37%로 오바마에게 쏠렸다.

 이 같은 현실을 의식한 듯 오바마는 7일 당선 연설에서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종과 세대로 갈라진 미국을 치유할 숙제는 온전히 오바마의 몫이 됐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크리스텐 파워스는 “미국은 갈색국가가 됐다”고 우려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인 빌 오릴리는 “미국은 더 이상 이전의 미국이 아니다”라며 “새로운 미국인을 외면한 채 대통령이 되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갈등과 분열은 미국을 자칫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총선거 결과 하원은 공화당 232석 대 민주당 191석(한국시간 8일 0시 현재)으로 또다시 여소야대가 됐다. 당장 재정적자 위기를 넘기기 위한 법안이 연말이라는 시효에 걸려 있다. ‘재정절벽(fiscal cliff)’으로도 불리는 위험한 순간이다. 오바마 1기 행정부는 의회와의 타협에 실패했다. 야당인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은 대통령이 의회를 협박한다며 법안 처리를 미뤘고, 오바마는 공화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다고 맞고함 쳤다.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을 4년 내내 뒤뚱거리게 한 불협화음이 오바마 2기 행정부에서도 재연될 수 있는 구조다.

 롬니의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정략 이전에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는 승복 연설이 울림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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