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계는 막 오르는 ‘O·X시대’ … 당분간은 손잡고 갈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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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재선이 확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인 미셸(왼쪽), 큰딸 말리아(오른쪽), 막내딸 사샤와 함께 연단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오바마는 승리 연설에서 “강인하고 현명하며 아름다운 아내와 두 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카고 AFP=연합뉴스]
시진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 확정 이튿날인 8일 중국은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열어 새 지도자를 선출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이번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뒤 내년 3월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으로부터 주석직을 승계한다. ‘오바마-시진핑(O-X, Obama-Xi Jinping)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미·중 양국의 지도부가 새 진용을 갖추게 됨에 따라 글로벌 정치 지형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오바마와 시진핑은 올 초 백악관에서 상견례를 마쳤다. 시 부주석은 지난 2월 차기 중국 지도자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전략적 협력자’로 규정하며 오바마와 친분을 쌓았다. “산을 만나면 길을 뚫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자(逢山開路 遇水搭橋)”며 미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외교적 제스처였을 수 있지만 시 부주석은 미국민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바마-시진핑 시대의 새출발도 경쟁자보다는 협력자 관계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시진핑 체제가 순조롭게 안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 중국으로서는 미국과의 과도한 대립을 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7일 “오바마 1기에는 미국과의 관계가 다소 불편했고 상호 신뢰가 손상됐다”며 “하지만 오바마의 재선은 양국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국 정권교체기를 맞아 오바마가 계속 집권함에 따라 양국 관계에 큰 변화 없이 연속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안도감을 표시한 것이다.

 주미 대사를 지냈던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당분간은 미국이 주도권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지난 4년 동안 세계적 지도자로 자리를 굳힌 오바마가 새로 등극하는 시진핑에 비해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동덕여대 이동률(중국학) 교수도 “시진핑은 중국 내부적으로나 당내의 문제도 있어 초기엔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온건한 방향으로 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양국의 윈-윈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집권 2기를 맞게 된 오바마로서는 역사적 업적을 남기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이 전 총리는 “오바마가 중국과의 관계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오바마는 대선 유세 과정에서 다분히 표를 의식해 중국을 공격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취임하면 즉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화당 후보 밋 롬니에 비해서는 수위가 한층 낮았다. 오바마는 “중국은 적이자 잠재적 동반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외교 분야에서 중국은 후진타오 시대의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후진타오 시대 말기엔 미국과 잘해 보자는 측면이 강했다”며 “C2(협력하는 미국과 중국)라는 용어를 써가면서 신형 대국관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험난한 가시밭길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남중국해 영토분쟁, 위안화 환율 문제 등 핵심 이익이 걸린 이슈는 폭발성이 강해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연세대 한석희(국제학)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중국을 다루는 방법을 익힌 오바마가 더 강경하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진핑은 민족주의적 정서를 보이면서도 실리 위주의 외교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영토문제와 같은 핵심 이익이 상처받으면 유연성을 발휘할 소지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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