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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절전과 함께 전기요금도 현실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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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김중겸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연료비 연동제가 좌절된 데 따른 불만으로 보인다. 겨울철 블랙아웃(대정전)까지 우려되는 가운데 전력산업이 총체적 난국에 휩싸인 것이다. 내년 1월 최대 전력 수요 예상치는 8000만㎾로, 현재 발전설비용량 8200만㎾의 턱밑까지 차오를 전망이다. 여기에다 영광 원전 5, 6호기가 부품 교체를 위해 가동이 중단되고, 다음 달 20일에는 월성 1호기도 설계수명이 완료돼 당분간 가동을 못할 처지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연말까지 원전이 재가동돼 블랙아웃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에서 발전선(發電船)을 빌려오는 아이디어까지 나오는 모양이다.

 겨울철 전력 수급 사정을 지켜보는 심정은 조마조마하다. 최근 원전 부품 업체들이 품질보증서를 위조해 한국수력원자력에 미검증 부품을 납품한 사실이 발각됐다. 20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원전이 불량부품 때문에 언제 멈춰설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노후 원전의 수명을 잇따라 연장한 탓인지 지난해 12건이던 원전 고장이 올 들어 벌써 13건이나 발생했다. 위태위태한 전력 수급에 숨통을 터야 블랙아웃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우선 영광 5, 6호기의 부품 교체를 서둘러 연말까지 마무리짓는 게 중요하다.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위한 정밀점검과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신월성 2호기의 상업운전도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범국민적인 절전(節電) 노력이 절실하다. 내복 입기와 전기코드 뽑기 운동을 비롯해 ‘절전=발전’의 비상한 각오로 겨울 한파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왜곡된 전력 수급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 없다. 지난해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5%, 4.9%씩 각각 인상했지만 여전히 산업용 전력은 원가 이하로 공급되고 있다. 고급 에너지원인 전기가 기름보다 싼 기형적인 구도에선 만성적인 전력난을 풀기 어렵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한결 누그러졌다. 이명박 정부가 퇴임 전까지 책임지고 산업용 전력을 중심으로 전기료를 현실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