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슛짱·배짱·얼짱 … 짱짱한 신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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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자가 6일 KDB생명의 홈인 구리실내체육관에서 공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키 1m85㎝인 신정자는 정장으로 차려입으면 ‘패션모델’ 소리를 들을 정도로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 [구리=이영목 기자]

6일 경기도 구리시 한 카페에서 만난 신정자(32·KDB생명)는 긴 웨이브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잘 웃었고, 간간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머리를 질끈 묶고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코트를 휘젓는 농구선수 신정자와 많이 달랐다.

 “사람들이 저 보면 그래요. ‘생각보다 키가 안 크네요’ ‘실물이 더 나아요’라고요. 저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충격을 받아요. 내가 그렇게 격하게 살았나 싶어서요. 저, 무척 독하게 보셨죠?”

 신정자는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 그는 6년째 팀의 주장을 맡아 궂은 플레이를 도맡았다. 누가 봐도 억척스러웠다.

 여자 농구는 ‘신정자 시대’다. 그는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올 시즌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세 경기 연속 트리플더블(득점·리바운드·도움 10개 이상)을 기록했다. 여자프로농구(WKBL)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다.

 신정자는 “프로에 입단했을 때 할 줄 아는 것이 없어서 리바운드와 수비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라고 회상했다. ‘미녀 리바운더’로 불렸던 그는 해마다 득점과 도움 능력을 키워 ‘트리플더블의 여왕’으로 진화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은 참 독하게 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힘을 기르려고 타이어를 줄에 묶어 끌기도 했고요.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종일 뛴 적도 있어요. 그렇게 운동해서 지금도 버티나봐요.”

 어느새 프로 14년차가 됐지만 그에게서는 조금의 여유를 찾아볼 수 없었다. “처음엔 지면 화가 나서 잠도 못 잤어요. 후배들에게 독한 소리도 했고요. 후배들 대하는 건 많이 달라졌지만 저 자신에게는 똑같아요. 여유를 즐기는 건 제 모습이 아니에요. 끝까지 나를 불태우고, 그만둘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을 거예요.”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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