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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나오면 사진부터 찰칵 … 한국 소비자 중요한 이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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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본사의 전 세계 매출에서 1%도 차지하지 않는 해외 법인, 그러나 대륙별 본부가 아닌 본사 직속으로 운용되는 법인, 현지 업무를 본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법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 이렇다. 6년째 이 법인을 이끌고 있는 강동환(58·사진)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대표를 지난달 30일 카메라 신제품 ‘EOS M’ 출시 행사장에서 만났다. EOS M은 캐논이 선보이는 첫 미러리스 카메라다. 미러리스란 기존의 렌즈교환식(DSLR)과 렌즈를 교환할 수 없는 콤팩트 카메라의 중간 형태다. 콤팩트형처럼 크기가 작으면서도 렌즈는 바꿔 쓸 수 있는 제품이다.

 강 대표는 카메라 시장에서 한국 소비자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 “음식이 나오면 젓가락보다 카메라를 먼저 잡는 사람들, 자신의 생활과 경험을 사진으로 남겨 지인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캐논 본사가 한국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이유다. 강 대표는 “인터넷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이뤄지는 신제품 리뷰 및 분석에 대한 일본 본사의 관심이 대단하다”며 “카메라 관련 후기들을 번역해 모니터링 자료로 따로 보고한 적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시장에 대한 신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말도 했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늘면 디지털 카메라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것’이라던 예상이 빗나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상은 어두운 곳에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는 등 스마트폰에 한계를 느낀 소비자들이 결국 디지털 카메라를 찾을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수요가 움직이는 것보다 더 빨리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이 개선됐다. 그러면서 콤팩트 카메라 매출은 급감하는 추세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폰카메라는 줌 기능이 부족하고, 렌즈에 한계가 있어 광학업체가 만드는 제품을 능가할 수 없다”며 “어둡거나 움직임이 많은 극한 상황에서도 원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 소비자들이 아직까지는 품질 격차가 큰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니콘·올림푸스 등 한국에 진출한 일본 광학업체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한국인 대표다. 캐논의 해외 법인 중 하나뿐인 현지인 대표이기도 하다. 보수적인 일본의 광학업체로서는 이례적 인사다. 지난 8월 올림푸스 본사가 방일석 한국법인 대표를 해임하며 법정 다툼까지 갔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강 대표는 “다른 광학업체의 한국 법인들은 본사가 간섭을 많이 해 현지에 최적화된 전략을 전개하기 어렵다”며 “캐논은 한국 시장의 특수함을 잘 아는 사람에게 믿고 맡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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