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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모자라면 시험 망쳐 … 수면 방해 전화·문자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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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능 땐 시험을 망치고 혼자 집에서 라면을 먹으며 울었어요.”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현재 공중보건 의사로 일하고 있는 손형욱(28)씨 얘기다. 손씨는 첫 수능에선 ‘수능 문외한’이었다. 특히 시험이 끝날 때까지 정신·신체 건강을 유지하지 못해 최악의 컨디션으로 시험을 치렀다. 그러나 손씨는 이듬해 재수를 하면서 완벽한 컨디션으로 수능 역전에 성공했다. 수능 당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분석하고, 교육청과 교육과정평가원에 전화를 걸어 당일 지참 가능한 소지품과 적용되는 세부 규정을 모조리 파악했다. 수능 당일 최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한 결과 전과목 1등급을 맞으며 경희대 의대와 카이스트에 동시 합격했다.

 수능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10월 26일 서울 개포동의 한 스튜디오에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의대에 진학한 20대 의사와 예비 의사가 모였다. 주인공은 손형욱(경희대 의예과 졸), 정규환(26·서울대 의대 졸), 조해든(28·의학전문대학원 재학)씨다. 이들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신체·정신 건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3인의 ‘수능 3일 전부터 수능 당일까지 건강 유지 비법’을 들어봤다.

 화장실=손형욱씨는 첫 수능 때 담배 연기로 자욱한 남자 화장실을 보고 놀랐다. 담배 연기는 두통·기침·스트레스를 일으키고, 뇌의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집중력 을 방해한다. 손씨는 “담배 연기에 노출됐을 때 찬물을 마시거나, 비타민 또는 보충제 같은 맛과 향이 강한 기호식품을 먹어 역하고 불쾌한 기분을 떨쳐냈다”고 조언했다. 교실 내 흡연자가 있으면 쉬는 시간을 이용 해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로 신경성 장애가 생기면 윗배 통증과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소화불량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소화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조해든 씨는 “수능 2일전부터는 설사를 일으킬 수 있는 우유도 피했다”고 말했다.

도시락=수능 도시락으로는 저염식을 권할 만하다. 손씨는 “긴장한 상태에서 따뜻한 음료수와 물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와 비슷한 염도의 음식을 먹게 되면 더욱더 많은 양의 물을 마시게 돼 화장실을 갈 일이 많아 진다”고 말했다. 조해든씨는 수능 도시락으로 평소 즐겨 먹는 반찬과 함께 보온병에 쇠고기 무국을 싸갔다. 과식하면 졸릴 수 있어 평소 먹던 양의 70%만 준비했다. 상추 겉절이처럼 졸음을 유발하는 음식과 보리밥·고구마처럼 가스를 배출할 우려가 있는 음식은 제외했다.

 수능 1일전에 바나나·귤 등의 과일도 따로 챙긴다. 손씨는 “과일은 포도당이 풍부해 수험생의 머리 회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3인은 점심 시간 이후 식곤증이 찾아오지 않도록 주의했다. 정규환 씨는 “점심 식사 이후 가볍게 5분 정도 산책하며 신선한 공기를 마셨다”고 말했다. 3교시 시작 전에 책상 안에 찬 물병·껌·비타민제 등을 미리 챙겼다. 손씨는 “껌을 씹는 규칙적인 저작 운동은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수면과 감기약=3인의 20대 의사·예비의사는 모두 수능 전날 충분히 잠을 잤다. 손씨는 “수능은 잠이 모자라면 100% 망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수능 문제를 푸는 데는 단기간의 기억력보다 사고력·판단력을 필요로 해 뇌의 앞쪽인 전두엽이 주로 활용된다. 따라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뇌의 활성이 떨어져 제 기능을 못한다. 손씨는 “수면을 방해 받지 않도록 수능 2일 전에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급적 수능 전날에 격려 전화나 방문을 하지 않도록 부탁 했다”고 말했다. 문자나 카톡 때문에 잠이 깰 수 있어 휴대전화는 끄고 잠을 청한다. 수능 전날 뜨거운 탕 목욕은 자칫 체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를 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잠이 안 온다면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제 복용은 주의해야 한다. 손씨는 “평상시 수면제를 먹어 본 적이 있다면 괜찮지만, 복용해 본 적이 없다면 다음날까지 수면제가 몸 속에 남아 아침 내내 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감기약도 주의한다. 손씨는 “항히스타민 성분이 코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에도 영향을 미쳐 시험 도중 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날씨와 복장, 난방 상태=수능 시험일에 으레 등장하는 말이 있다. ‘수능 추위’다. 이 때문에 무조건 옷을 두텁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있지만 이는 오산이다. 수능 당일 최악의 복장은 내복이다. 손씨는 “가끔 어머님들이 내복을 권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체력만 소진하다 시험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담요·양말 등 방한 용품도 준비한다. 옷은 의자에서 입고 벗기 편한 옷을 겹쳐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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